문학 속 댄디즘을 보면 미래의 향방이 보인다
문학 속 댄디즘을 보면 미래의 향방이 보인다
  • 강기훈 기자
  • 승인 2019.04.29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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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석 단국대학교 외국어대학 독일어과 학과장 ․ 한국괴테학회 상임이사

남성과 여성. 사회를 구성하며 함께 살아가는 존재이지만 갈등의 양상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남성과 여성은 화합이 아니라 대립하며 싸우는 관계로 전락하고 있다. 그동안 알게 모르게 인지하고 당연하다고 여겼던 남성성과 여성성에 대한 가치관이 갈등을 폭발시켰다. 학계에서는 남성과 여성의 갈등과 불평등을 조장해왔던 사회적·문화적 요인이 무엇인지 조명하기 시작했다. 세부적으로 보면 독일 문학 연구 분야에서는 댄디즘과 댄디 현상이다. 단국대학교 외국어대학 독일어과 정원석 학과장이 심층 연구한 주제이기도 하다.

정원석 단국대학교 외국어대학 독일어과 학과장 ․ 한국괴테학회 상임이사
정원석 단국대학교 외국어대학 독일어과 학과장 ․ 한국괴테학회 상임이사

독일 문학과 댄디 연구가 시사하는 것

정원석 교수는 댄디와 남성성 젠더적 관점에서의 댄디즘 고찰에 대한 연구를 진행해왔다. 댄디즘과 댄디 현상은 국내 문화 및 문학 분야에서 자주 연구하는 사례가 아닐뿐더러 독일의 문화영역에서 종주국인 영국이나 개화국인 프랑스에 비해 덜 발달된 주제이지만 정 교수는 남성에 대한 지배적 표상이 여전히 유효하며 담론상의 표현 및 행위적 표출이 남성의 권력욕과 일맥상통하고 사회에 재반영 되는지 연구하는 것이 주된 관심사였다라고 밝혔다.

특히 19세기 후반 댄디즘과 댄디 유형이 어떻게 반여성론, 지배, 균형유지의 심미적 능력, 냉소주의 등 댄디의 남성적 특성으로 나타나게 됐는지 젠더적 관점에서 도출했습니다. 댄디즘에서 문제 생물학이 아닌 문화학 관점에서 남성적으로 코드화가 됐다는 것이죠.”

19세기 후반 유럽은 군사적 대결을 앞세운 국가간 대립 양상이 뚜렷했다. 그는 댄디의 특징은 남성 중심의 문화적 배경에서 기원하며 남성 규율의 헤게모니와 시대의 정치·사회적 권력기제의 관련성이 깊다고 판단했다. 즉 역사적인 가변적 맥락 속에서 댄디즘이 설정된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런 문화적 특징이 우세하는 젠더적 관점에서의 남성성은 댄디즘의 수용사에서 실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댄디즘과 댄디 유형이 역사적으로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남성적 측면의 수용은 여전히 관철돼왔다. 이런 담론적인 재생산과 이에 대한 수용이 댄디즘의 남성성 재생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남성과 여성의 정체성이 담론이나 언어를 행하는 것이 아니라 담론이나 언어가 정체성을 행한다는 수행적(performative) 관점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댄디즘의 제2전성기인 19세기 후반기로 국한해 역사적 현상과 댄디즘을 젠더적 관점으로 연구하며 우리 사회를 향한 조언을 담았다. 그의 연구는 댄디즘이 어떻게 남성적으로 여겨져 왔으며 문화적으로 여성에 대한 이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했다. 이렇게 습득된 것들로 인해 어떤 편견과 불평등이 조장됐는지 파악해 우리 사회가 앞으로 개선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그의 연구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만들어진다는 인식 하에 균형 잡힌 담론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결론에 다다르며 학계에 새로운 메시지를 전달했다. 요즘처럼 황금만능주의가 판치는 사회 속에서 댄디즘에 대한 재고는 긍정적인 대안 담론이 될 수 있으며 훗날 우리나라를 짊어질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에서 활용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문화 및 문학 연구의 현장에서 본다면 독일에서 영·불과는 다른 양상의 댄디즘과 댄디 유형이 존재할 가능성을 살펴보고 문학작품 속에서 양식화된 남성적 상상력의 체현인 문학적 댄디즘에 대한 후속 연구가 촉발돼 댄디 현상에 대한 다각적 연구에 불을 지필 것으로 기대된다.

보수혁명과 낭만주의까지, 색다른 인문학 연구에 도전

댄디즘 외에 그를 대표하는 연구로는 2010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으로 진행한 보수혁명 Konservative Revolution’이 있으며 괴테와 쌍벽을 이루는 독일 고전주의 작가인 쉴러(Schiller)빌헬름 텔(Wilhelm Tell)’을 연관지어 심층연구를 진행해 학계에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낭만주의에 대한 연구도 박차를 가해 논문 3편을 발표했다. 괴테, 하이네, 칼 슈미트(Carl Schmitt)에서 나타난 낭만주의 비판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되는지가 논문의 핵심이었다. 보수혁명과 낭만주의 비판 모두 흔치 않은 주제를 심도 있게 다뤄 주목을 받았던 그는 다시 댄디즘 연구를 시작했다. 지난해 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오는 2020년까지 범죄와 댄디즘이라는 흥미로운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전공작가인 독일의 에른스트 윙어(Ernst Jünger)와 테크놀로지에 대한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국내에 자료가 많지 않거나 거의 없는 연구 주제가 많았지만 저에겐 큰 걸림돌은 아니었습니다. ‘범죄와 댄디즘은 독일어권 자료도 매우 적어서 어려움은 많지만 댄디즘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할 수 있어서 개인적인 흥미를 느낍니다. 사회가 유지되는 권력의 틀로부터의 유희적인 일탈과 반항, 저항에서 댄디즘과 연결되는 지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연구 결과를 책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좀 더 시간을 요하겠지만 댄디즘과 관련된 연구축적을 보완하고, ‘보수혁명낭만주의 비판주제로 그가 행한 지금까지의 연구성과를 확장해 각각 책으로 출간할 예정이다. 그는 인간적 감성이 메마른 현대 사회에서 인문학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기에 지금처럼 연구에 매진할 생각이지만 후학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실용학문을 우대하는 분위기와 취업으로 운명이 갈리는 흐름을 거스를 순 없지만 이럴 때일수록 인문학에 대한 대중의 갈망이 커진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는 인문학이 학문적 담론의 틀 속에서만 안주하지 말고 매스미디어 등 경로를 통해 Z세대 혹은 밀레니얼 세대처럼 정보 기술과 유투브를 보며 성장한 디지털 네이티브와 소통해 인문학 연구의 부흥과 활성화에 동참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인문학 불씨 되살리기, 더는 미룰 수 없어

그는 6개의 국내 관련 학회와 독일 바이마르 괴테학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6년에는 한국괴테학회에서 총무이사로 활동하면서 괴테 사전 출간에도 한 몫을 담당하였으며 현재 같은 학회의 연구상임이사를 연임하며 소임을 다하고 있다. 학술대회의 행사 프로그램을 총괄하며 한국괴테학회의 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는 어느 때보다 힘든 후배들과 학생에게 꼭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어떤 시대보다 현대 사회에서 살아가는 젊은이들은 인문학을 한다는 이유로 큰 좌절감을 느낄 겁니다. 실패해서 실망할 수 있지만 포기하고 다른 방향으로 가지 않길 바랍니다. 100세 시대입니다. 좌절과 쓰라린 경험을 바탕으로 더 큰 출발을 할 수 있습니다. 용기와 꿈, 희망을 잃지 않는 마음자세로 끝까지 도전하고 달려나가길 바랍니다.”

오늘날 경제적 요소가 우세한 세상에 살수록 인간에 의한, 인간에 대한, 인간을 위한 심미적 감성이 절실하다. 심미적으로 수용하고 접근하는 태도를 가져야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필수덕목인 창의성과 독창성을 기를 수 있다. 멀리 보는 안목과 여유를 가지면서 당면한 현재에 최선을 다하는 것. 그는 영국의 비평가이자 역사학자인 토마스 칼라일이 쓴 시 오늘을 사랑하라를 떠올리며 매일 스치듯 지나가는 시간에 최선을 다한다. 그는 젊은 후학들이 깨어난 의식 속에 현재에 충실히 한다면 미래가 그렇게까지 암울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 역시 문학인이자 연구자의 한 사람으로 더 많은 사람과 소통하며 새로운 기회를 발굴하려고 한다. 이제 우리 사회가 인문학을 살리기 위해 더는 미루면 안 되는 일은 무엇일까. 박사 학위 소지자가 역량을 발휘할 기회를 정책적으로 제공해 인문학이 단단한 뿌리를 내리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인문학의 부활로 지친 우리가 치유받는 날이 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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