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귀를 여는 의사, 환자의 귀를 밝혀주다”
“마음의 귀를 여는 의사, 환자의 귀를 밝혀주다”
  • 박금현 기자
  • 승인 2019.02.18 13: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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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기 소리이비인후과 원장
이호기 소리이비인후과 원장
이호기 소리이비인후과 원장

초점이 흐릿해지고 눈이 침침하면 우리는 쉬이 안경을 맞추거나 렌즈를 낀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눈의 기능이 저하되면 이를 보완코자 애쓴다. 반면 듣는 불편함에 있어서 우리는 조금은 방관적인 태도를 취한다. ‘나이듦’의 문제로만 치부하는 경우도 있고, 귀 안의 건강에 대해 무심한 편이 많다. 난청을 호소하는 구체적인 증상이 있어야만 병원을 찾는 이들을 볼 때마다 소리이비인후과 이호기 원장은 안타까울 따름이다. 환자와 보다 가까이에서, 그들이 듣는 기쁨을 되찾을 때까지 밝은 귀가 되어주는 이 원장을 1년 반 만에 다시 찾았다.

귀와 청력을 돌려주기 위한 두 의술의 뜨거운 화합

1년 반 만에 재회한 이호기 원장은 국내에 없던 새로운 의술을 펼치며 조금 더 단단한 손을 가진 의사가 되었다. 청력과 귀의 외형을 잃은 환자들을 위해 국내 최초로 성형외과 의사와 협진하여 동시 성형술을 진행하기 시작한 것이다. 소이증 및 외의도 폐쇄증을 앓아온 희귀 환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치료가 불가능한 질환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두 의술의 협진 소식이 반가운 이유는 환자가 이중으로 겪는 불편함을 해소하는 데에 있었다.

“선천적으로 귀가 없이 태어나는 아이들이 있어요. 말하자면 귓구멍이 없는 거죠. 이런 환자들은 귀 모양도 일반적이지 않고, 무엇보다 귓바퀴와 고막을 연결하는 ‘외이도’가 없기 때문에 듣고 말하는 데에 상당한 제약을 받게 됩니다. 지금껏 이를 치료하고자 이비인후과에서는 귓구멍을 만들어주고, 또 성형외과에는 기형으로 형성된 귀모양 재건을 담당해왔습니다. 어느 쪽을 먼저 수술하느냐가 관건이었죠. 귓구멍이 먼저 완성되었든, 귀모양이 먼저 자리 잡았든 후자로 진행하게 되는 쪽은 온전한 치료를 하는 데에 애를 먹을 수밖에 없거든요. 환자 역시도 두 번이나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감당해야 하는 시간과 비용도 길어지기 때문에 힘들기는 마찬가지였죠. 그래서 내적으로 오랫동안 요구해온 동시수술 실현화시키기로 한 거예요.”

18년 가까이 단련된 이호기 원장의 의술과 이 원장 역시도 신뢰해 마지않는 성형의료진이 힘을 모아 지난여름부터 본격적인 협진을 시작하게 됐다. 지금까지 총 10명의 환자를 수술했고 예후가 아주 좋다고 한다. 집단지성이 모아지니 4살 어린이부터 수술 받을 수 있도록 시기를 앞당겨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 귀모양과 청력이 충분히 회복될 수 있는 시간도 벌게 됐다.

“귀 수술이라는 게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장기적으로 관찰하면서 필요할 경우 교정을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속단하기엔 이르지만, 협진 자체에 대해서는 내부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내에서 귀수술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진이 부족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중증 환자들은 큰돈을 들여서 외국으로 가곤 했거든요. 매번 검진을 받을 수 없으니 수술 후에도 관리가 허술할 수밖에요. 그러나 이제는 의술이 발달되면서 국내에서도 얼마든지 외이도 성형술을 소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무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게다가 저희와 같은 협진은 외국에서도 아주 드문 경우이기 때문에 남다른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환자와 가까이 하는 의사는 지치지 않는다

이호기 원장의 일상은 주말까지 환자들과 맞닿아있다. 제주도에 개원한 병원을 케어하고자 주말마다 비행기를 타는데, 월요일과 화요일에는 바다내음 맡으며 환자와 만나고 남은 주중에는 ‘육지’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제주도에는 귀수술과 관련된 전문 병원이 부족한 탓에 그의 일주일은 빠르게 흘러간다.

“예전에는 수술하느라 서울에 오셨다가 배를 타고 돌아가는 환자들도 많았어요. 압력 때문에 비행기를 탈 수가 없으니까요. 수술만으로도 지치는데 고단한 왕래까지 견뎌야 하는 분들을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습니다. 이제는 수술 외적인 부분에서도 그들의 고통을 덜어줄 수 있어서 기쁩니다. 주민들의 반겨주셔서 감사하고요. 개원한 뒤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제주도를 방문하고 있는데 의사로서 큰 보람을 느끼고 또 이런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느껴집니다.”

때문일까, 소리이비인후과의 원장들은 매일같이 환자를 돌보면서도 중이염 환자와 난청 환자들의 수술 결과를 학계에 꾸준히 보고하며 연구활동도 매진하고 있다. 자신들의 살뜰한 노력과 애정이 대학병원의 종합의료진들에게도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하는 것이 이 원장의 바람이다. 늘 의료현장과 맞닿아 있는 그는 의료정책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덧붙였다.

“현재 우리나라는 장애등록이 된 청작장애인들에게 보청기 구입비용의 일부를 보험을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보다 바람직한 방향은 의사에 의해 난청 진단을 받은 일반 환자들도 보청기와 관련된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고령화 사회가 지속된다면 많은 이들의 청력이 저하될 거예요. 저도 마찬가지죠. 실제로 환자들을 만나다보면 장애등록은 안 되어 있지만 일상생활을 방해받을 정도로 보청기가 필요한 분들이 꽤 많거든요. 그런 분들에게까지도 국가의 지원이 고루 닿아야 하지 않나 싶어요. 난청이 있으면 의사소통이 어렵고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게 되죠. 심할 경우 치매발병률도 높아지기 때문에 이를 완화하기 위해서라도 보청기를 쉽게 착용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환자의 삶을 보다, 듣다, 치료하다

지난 번 만남에서 이 원장은 “귀가 두 개인 이유는 더 잘 듣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귀치료를 하는 의사라면 이 말이 보다 무게 있게 들릴 터. 그는 같은 질환이라도 환자의 나이와 성별, 그리고 직업과 환자가 살아온 삶의 배경과 가치관까지도 들여다보아야 진정 환자에게 알맞고 올바른 의술을 펼칠 수 있다고 단언했다.

“환자는 돈벌이의 수단도, 치료원칙대로 스텝을 밟아나가며 풀어내는 문제도 아닙니다. 언제나 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마음을 열어야 그들도 저도 만족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요. 또한 수술 후의 계획까지도 환자 맞춤형으로 마련하겠다는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의사여야 이 일을 오랫동안 이어갈 수 있을 것 같아요.”

국내 최초로 외이도 성형술 협진을 해내고, 그 옛날 왕진을 나가는 의사처럼 매주 제주도로 향하고 있지만 이 원장은 내일의 소리이비인후과를 소박하고 담담하게 상상했다. “지금처럼 젊은 의사들을 독려하면서 환자들에게 알맹이 있는 위로를 전하고 싶어요.” 그를 거쳐 간 환자들은 필시 세상의 아름다운 소리에 더 귀 기울이며 지내리라, 다시 한번 굳건히 믿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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