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없는 한류 관광 열풍의 주인공, 남이섬
불황 없는 한류 관광 열풍의 주인공, 남이섬
  • 박금현 기자
  • 승인 2019.02.13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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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명준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 대표
전명준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 대표
전명준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 대표

대도시에서는 별을 보는 기쁨을 누릴 수 없다. 차가운 보도블록과 칙칙한 시멘트벽 사이에 갇힌 삶에서 잠시나마 탈출하고 싶을 때, 우리는 남이섬을 검색한다. 우리나라의 굴곡진 역사와 함께 흘러온 남이섬. 관광지로 겪은 흥망성쇠는 콘텐츠의 중요성을 교훈으로 남겼다. 한류열풍과 중국의 사드 보복 등 대외적인 호재나 악재에 부침 없이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로 거듭난 남이섬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전명준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대한민국 관광의 심장, 남이섬

KBS 2TV 드라마 ‘겨울연가’는 우리나라 드라마가 외국 관광객을 얼마나 끌어모을 수 있는지 증명하는 선례로 남았다. 배용준(이민형 역)과 최지우(정유진 역)의 키스신 촬영 장소였던 남이섬은 밀려드는 일본인 관광객으로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겨울연가 이후에도 꾸준히 인기를 유지 할 수 있었던 비결은 한류열풍에만 기댄 인기가 아니었다. 남이섬은 관광지로 출발할 당시부터 숱한 위기와 역경을 이겨내고 굳건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콘텐츠가 되었다.

“지난 54년 전 찢어질 듯한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이 최고 목표였던 사회에서 설립자 민병도 선생은 ‘우리나라 국민들도 휴식을 찾는 때가 올 것이다’라며 허허벌판의 남이섬을 관광지로 알리기 시작했다”고 전명준 대표는 서두를 열었다.

최근 사드 여파로 인해 비록 중국 관광객이 적어졌지만 남이섬은 이슬람 기도실 무솔라(Musolla)와 할랄 인증기관의 공인을 받은 아시안패밀리레스토랑 동문을 일찌감치 운영해 무슬림 관광객 유치에 성공하는 등 130여 개국에서 110만 명이 방문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여행지로 거듭났다. 실제로 기자가 찾아간 남이섬에는 대다수 무슬림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하는 ‘한국관광 100선’에 4회 연속 선정될 정도로 명성을 크게 얻기까지 남이섬이 변화하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본 한 사람이 바로 전 대표이다.

“처음 남이섬에 왔을 때부터 10여 년 동안 저는 변함없는 일상을 보냈습니다. 낮에는 쓰레기를 주우며 청소를 했고 밤에는 별을 보며 남이섬을 대한민국 최고의 관광지로 키우겠다는 꿈을 꾸었죠.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격동의 시간을 보낸 풀에서 들꽃이 환하게 핍니다. 날이 따뜻해져 수줍게 고개를 숙인 들꽃을 보다가 울창한 숲을 보고 사각사각 낙엽 밟는 소리에 빠져 있다 보면 어느 새 남이섬에는 눈이 내립니다. 눈이 내리면 이렇게 멋진 절경도 없죠.”

나미나라공화국 남이섬 전명준 대표는 화려하고 멋들어진 수식어로 성공 비결을 소개하지 않았다. 머릿속에 절로 그려지는, 가장 남이섬 다운 모습을 설명한다. 손님들을 위해 나무를 모아 모닥불을 준비하는 직원들. 그 앞에서 추위를 녹이며 근심 걱정을 불태우는 손님들. 남이섬에 가면 갈 때마다 담아오는 추억이 다르다. 남이섬은 언제 올 때 가장 아름답냐는 질문에 그는 “남이섬은 오늘이 좋고 내일은 또 새롭다”라고 대답한다. 오늘 최고의 모습으로 관광객에게 다가가는 400여명 직원의 노력이 남이섬을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강원도 춘천에 있는 남이섬이 한국 관광의 자존심을 지키게 된 경쟁력이 궁금하다.

 

남이섬의 대변신, 관광 콘텐츠가 답이다

지금은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이 정착된 사회지만 남이섬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할 때만 해도 휴가나 여행이 흔치 않았다. 나룻배를 가진 춘천 방하리 동네 주민들이 땔감으로 잡목을 잘라 쓰던 땅에 불과했던 남이섬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때는 정치적 아픔이 함께했다. 독재정권과 땅에 떨어진 노동권에 신음하던 젊은 청춘들이 남이섬에 모였다. 통기타와 술, 현실에 대한 끝없는 토의. 남이섬은 지친 이들을 품으며 관광지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상을 찾는 젊은이들이 모였던 남이섬은 유명해졌지만 잠시 관광 본연의 색을 잃어가고 있었다.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부족해 관광객들의 시선에서 점차 멀어질 때쯤 한반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IMF 외환위기. 튼튼한 줄 알았던 대기업도 쓰러지던 때였으니 남이섬은 오죽했을까. 국민은 소비를 자제하고 금 모으기 운동을 하던 때였으니 오롯이 내국민의 관광으로 먹고 살던 남이섬도 휘청거렸다.

“30여 명의 직원들은 남이섬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사비를 털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기 시작했죠. 유흥 문화의 상징인 카바레가 사라졌고 대신 안데르센홀이 건립됐습니다. 도자기를 빚고 쓰레기를 재활용해 작품을 만들고, 회전목마와 노래방 등 어느 곳에서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시설을 전부 없앴습니다. 매각 위기에 처했고 무모한 도전이진 않을까 불안했지만 직원들은 ‘남이섬의 주인은 관광객이다’라는 생각을 끝까지 지켰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직원들의 남이섬 사랑과 진심은 통했다. 남이섬의 변화가 미디어에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고 조선일보에서 환경대상을 받는 등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남이섬의 행보는 관광 콘텐츠 개발의 모범적인 사례로 기록됐다. 남이섬은 ‘동화나라 노래의 섬’을 구현하고 있다. 대표적인 시설로는 안데르센홀, 유니세프홀, 남이섬 환경학교, YMCA 녹색가게 체험공방, 노래박물관, 재활용센터, 아트숍 등 문화시설과 호텔정관루, 콘도별장 등 숙박 휴게시설, 아시안패밀리레스토랑 동문, 한식당 남문, 바비큐를 즐길 수 있는 섬향기, 가벼운 브런치나 간식을 즐길 수 있는 고목이나 추억의 도시락을 파는 연가지가 등 식음시설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섬 관광을 떠올리면 숙박업소와 식당, 대여업소 정도다. 여전히 섬을 비롯한 많은 국내 관광명소는 휴가철 등 한 철 장사에만 매달린다며 전명준 대표는 항상 관광객을 맞이할 콘텐츠를 개발하고 준비해야 한다며 힘주어 말했다.

“1965년 모래뿐이던 불모지에 나무를 심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지만 자연은 정직했습니다. 그때부터 정성스럽게 가꾼 나무들이 현재 남이섬의 가장 큰 재산이자 든든한 버팀목입니다.”

한때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 때문에 몸살을 앓았지만 발상의 전환으로 경영혁신 사례로 주목받은 남이섬이다. 버리는 물건과 자연을 재활용 해 공예품을 만들고 쉼터를 꾸몄다. 남이섬 메타세쿼이아길 입구에 있던 낡은 원숭이 축사 자리에 버려진 샤워꼭지와 3,000여 개 소주병으로 분수와 조명을 비추는 재활용 이슬정원을 만들어 유명한 포토존이 대표적인 사례다.

“배를 타고 어딘가를 가는 것은 설레는 일입니다. 수도권에서 남이섬으로 들어오기 위해 배를 탈 때 이국적인 세계로 여행을 떠난다는 기분이 들 수 있도록 늘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어요. 직원과 관광객이 즐거운 환경을 만드는 것. 남이섬이 직원들에게 평생직장이 될 수 있도록 상생하는 역할. 그것이 저에게 주어진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관광 문화의 독립이 곧 차별화, 나미나라공화국 출범

남이섬이 모진 풍파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을 때 도시의 직장생활에 익숙했던 전명준 대표가 합류했다. 15년 전 전 대표는 홀연히 남이섬행을 선택했다. 신문에서 본 구인광고 문구. ‘평생 함께할 사람을 구한다’라는 글에 그는 운명을 느꼈다. 화려한 도시 속에 그는 성공과 좌절을 맛보면서 터닝 포인트가 필요했다. 당시 강우현 대표는 그에게 남이섬 청소 업무를 맡겼다. ‘남이섬과 상생할 수 있는가’. 그는 자신에게 수없이 물으며 남이섬과 동화됐다. 남이섬이 더 멋진 섬으로 보일 수만 있다면. 샤워시설도 없고 방바닥은 차가운 산장 숙소에서 인고의 시간을 보내며 그도 남이섬도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탈출구가 필요했던 그와 남이섬은 관광지와 사람의 조화를 이뤘다. 남이섬으로 들어오던 그때를 회상하던 그는 “참 잘 선택했다”라며 환하게 웃었다.

우리나라에 주둔한 외국 대사들을 찾아다니며 공연과 행사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그의 제안은 훗날 남이섬을 세계적인 관광 명소로 거듭나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남이섬이 외국 대사관과 문화적 교류를 이어가면서 외국인 관광객 수는 해마다 증가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만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으기에는 반드시 한계가 존재하기에 남이섬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독특한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벌써 12년 전이네요. 나미나라공화국이 되어 문화적 독립을 선언했습니다. 남이섬만의 문화를 만들겠다는 의미였어요. 흔한 개념이 아니라서 작은 오해도 있었지만 오늘날의 남이섬을 이루는 근간이 되었죠. 나미나라공화국을 선포하고 이민국을 세우고 화폐를 만들고 우표를 발행하고 여권과 비자를 발급했어요. 흥미로워야 하니까 내각도 구성했는데 봉사활동을 온 미국인 오수잔나 선생을 외교부 장관으로, 수백 점의 악기를 기증해 류지움 세계민속악기 전시관을 여는데 토대를 마련해준 류홍쥔 선생을 문화부장관으로 모셨습니다. 올해에는 남이섬의 교통정리와 치안을 책임지는 가평경찰서장님을 경찰청장으로 위촉했습니다.”

유럽 여행에서나 보던 광경이다. 전 세계 국기가 펄럭이는 나미나라공화국의 유람선. 대규모 테마 파크에 가면 마주하는 풍경이 남이섬에 펼쳐진다.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외에 베트남어, 미얀마어, 태국어,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어로 제작된 8종의 브로슈어가 외국인 관광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문화 콘텐츠의 우수성도 중요하지만 세계 각국에서 남이섬으로 찾아오는 사람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정성이다. 이 정성에 탄복해 입소문이 났고 남이섬의 성공 신화를 세계가 지켜보며 먼저 손을 내밀고 있다.

 

남이섬에 일고 있는 감동의 물결

지난 2017년 9월 ‘세계관광연맹(World Tourism Alliance) 창설 총회’가 중국 쓰촨(四川)성의 청두시에서 열렸을 때 남이섬이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전명준 대표는 이 기간 동안 쓰촨성의 대표적 관광특구인 ‘도강언(都江堰)시’를 방문해 관광협약을 체결했다. 북경 용경협은 벌써 14년 동안 인연을 이어왔으며 하남성 박물관, 광동성 해릉도 등과도 활발히 교류하고 있다. 사천성, 안휘성, 길림성, 흑룡강성 등과도 관광활성화를 위한 콘텐츠를 논의하고 있다. 특히 지난 2017년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과 중국이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태한 관계였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한중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전 대표는 우리나라 관광업계를 대표하는 수행자로 참석했다. 그는 “우리 역사는 중국과 협력하며 흘러왔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정치적 이슈와 상관없이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라며 “지속된 연결고리로 인간적인 교류를 이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이섬이 한·중 민간 교류의 구심점으로 부상할 수 있도록 민간 외교사절로서의 포부도 밝혔다.

“관광은 생물과 같습니다. 감성을 자극하고 행복함을 느껴야 합니다. 나미나라공화국은 일하고 싶으면 누구나 80세까지 정년을 보장받는 문화기업 체제를 구축했습니다. 나미나라공화국으로 남이섬은 영원히 사랑받는 국민관광지가 되었습니다. 1년 사계를 준비하지 않으면 찾아오는 관광객을 잡을 수 없습니다. 철저한 준비만이 관광 활성화를 이끕니다.”

전 대표는 최근 특별한 책 ‘볼펜그림 남이섬’을 펴냈다. 그는 흐르는 시간 속에서 자연은 더 자연스럽게, 문화는 향기가 나도록 두었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 손님들이 남긴 추억 등 눈에 보이는 찰나의 순간을 종이에 그림과 짧은 글귀로 표현한 것을 한 권의 책으로 담았다. 남이섬에 있는 돌멩이 하나, 바람 한 점도 무의미한 것이 없다. 남이섬은 국경을 초월해 사람이 즐기는 문화 플랫폼이 되었다. 그는 “처음의 뜻을 지키는 만고장천(萬古長靑), 다름을 존중하는 구동화이(求同和異) 자세로 남이섬에서의 소중한 인연을 깊게 간직하고 싶다”며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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