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재탄생 시키다
명품을 더욱 아름답고 가치 있게 재탄생 시키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9.02.01 1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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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한 강남사 대표
이경한 강남사 대표
이경한 강남사 대표

 

명품 옷, 명품 시계, 명품 차, 명품 액세서리 등 명품에도 다양한 카테고리가 있지만 그중에서도 일단 어렵사리 소지하고 나면 우리의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는 것이 바로 신발과 가방이 아닐까 싶다. 상대적으로 실용적인 아이템이기도 하거니와 자주 신거나 들을수록 멋이 더해지기 때문일 테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믿을 만한 수선집이 절실한지도 모르겠다. 구매자의 어깨와 팔에 걸쳐진 채 일상의 희로애락을 가장 가까이에서 공유하다보면 가방도 나이를 먹듯 헤지기 마련. 대를 걸치면서 40년 째 명품 가방을 비롯한 구두수선을 잇고 있는 <강남사>를 다시 찾았다. 명품을 만드는 것 못지않게 명품의 가치를 연장시키는 수선사 이경한 대표을 만나고 나니 어쩐지 나라는 존재도 새롭게 다듬어진 느낌이 들었다.

 

명품가방 수선, 염색 전문 강남사의 떳떳함 위에 세워진 시간들

햇수로 벌써 3년 전, 꽃피는 봄날에 강남사의 이경한 대표를 만났었다. 그 사이에도 각종 매체를 통해 강남사에 대한 화려한 소개가 이어졌지만 오랜만에 마주한 이 대표는 같은 모습으로 맞아주었다. 다만 <강남사>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져 있었다. 보다 밀도 높은 공기가 느껴졌는데, 그동안의 근황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기존의 수선 환경보다 세 배 정도 넓은 곳으로 확장 이전을 했어요. 인원도 늘어나고 외근을 나가는 일도 잦아졌죠. 미디어에 자주 얼굴을 비추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가치관이 달라졌다거나 하는 내적인 변화는 없어요. 물론 매출이나 가게 성장에는 분명 도움이 되었죠. 그럴수록 더욱 기본을 지키자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 기본이란 건, 수선 업종이다 보니 의뢰가 들어온 제품에 맞게 좋은 자재를 쓰고 완성되었을 때의 떳떳함에서 나오는 것 같아요.”

매체의 힘일까 아니면 ‘사람은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일까. 최근에는 수선 기술을 배우고 싶어 하는 젊은이들이 부쩍 눈에 띈다. 예전에는 보기 드물었던 이 같은 흐름을 이 대표는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했다.

“반가운 소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일이 쉽게 말하자면 눈이 잘 보이고 망치 들 힘만 있으면 퇴직 걱정 없이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다만 가장 큰 난관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도제식 방식 하에 수련해야 하는데 그 기간이 상당히 길어요. 자기 몫을 해내기까지 견뎌야 하는 시간이 1-2년이 아니니까요. 물론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있는 일이지만 젊은 친구들이 선뜻 뛰어들기엔 솔직히 힘든 일이라고 생각해요. 저희와 함께 하는 기술자분들도 경력이 최하 30년 이상부터 시작하거든요. 저조차도 그분들에게 배우고 있으니까요. 각오 이상의 인내가 요구되는 일이라는 것을 충분히 인지하고 도전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27년 간 명품 수선 전문가로 불려온 그이기에 청년들의 두드림이 반가움과 동시에 충분히 염려되는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애정이 남다른 만큼 자신처럼 이 일을 묵묵히 해나갈 수 있는 인재를 기다리는 마음은 누구보다 클 터. 전문가에서 경영자로 우뚝 서기까지 이 대표가 보낸 시간을 짧게나마 짐작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서울의 백년가게가 되는 그날까지

창립 이래 무려 40년의 세월을 지나쳐온 강남사. 이곳을 찾아온 고객들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단골이 많기로도 유명한 강남사인 만큼 수선집을 찾는 이들의 사연이 궁금했다.

“아무래도 명품 전문 수선집이다보니 저희에게 들어오는 의뢰 제품의 95% 이상은 명품이에요. 제품의 본래 값어치도 높지만 실은 제품에 대한 애환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아요. 꼭 값비싼 제품이 아니더라도 가방의 가격보다 비싼 돈을 주고 수선을 하려는 고객들이 있는데, 그분들은 남다른 스토리가 있기 마련이죠. 시어머니가 처음으로 선물해주신 가방이라던가 하늘나라에 간 친구의 선물처럼 귀한 의미가 담겨 있곤 해요. 그런 제품은 수선을 마치고 나면 뿌듯하기도 하지만 당사자들이 기뻐하고 연락을 주시기도 해서 유독 기억에 남아요.”

이 대표는 수선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모든 과정을 전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자세라고 말했다. 수선을 하는 데에는 저마다 다양한 길이 있겠지만 수많은 선택지 중 자신이 정한 방식에 대한 이유를 스스로 찾고 또 설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공을 들일 줄 아는 것. 강남사가 고객의 신뢰를 먹고 자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마음가짐 때문이리라.

“저희는 해가 바뀌었다고 해서 특별한 계획이나 목표를 세우지는 않아요. 그저 지금보다 더 발전하면서 질 높은 수선을 해드리려 할 뿐이죠. 그래도 수선 업종이지만 기본적으로는 가방을 만드는 일을 하는 만큼 나중에는 핸드메이드 가방이나 지갑 같은 소품을 제작해보고 싶기는 해요. 가죽 공방의 형태를 띠면서 저희가 원하는 스타일을 구현하고픈 욕심은 있죠. 수선과 제작이 함께 이뤄질 수 있도록 시간을 갖고 차차 구상해보려고 해요.”

우리나라에서 수선 전문점으로 40년이 넘은 가게는 거의 없다고 한다. 장인정신이 강한 이웃나라 일본에 비하면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의 말마따나 강남사가 ‘서울의 100년 가게’로 그 자리와 명성을 지킬 수 있기를 함께 바라본다. 우리 다음 세대에도 가방과 신발을 ‘치료’하려는 싶은 따뜻한 이야기는 계속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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