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무용에 일생을 바치며 사랑으로 제자들을 보살핀 참스승
현대무용에 일생을 바치며 사랑으로 제자들을 보살핀 참스승
  • 강기훈 기자
  • 승인 2019.01.08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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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공주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 예술감독

작은 소녀는 발레슈즈를 고쳐 신는다. 작은 손이지만 야무지다. 거울 앞에 서서 올곧게 선 모습을 바라본다. 무용은 자신과의 싸움이다. 무용은 소녀를 꿈꾸게 했다. 관객을 생각하며 춤을 추던 소녀는 어느새 어른이 되었다. 발레슈즈를 단정히 신고 나란히 선 제자들을 가르쳤다. 지역주민들을 위한 멋진 공연을 기획하는 일도 도맡았다. 그저 무용이 좋았던 소녀는 교육자가 되었다. 그리고 길이 빛날 예술인으로 기억될 것이다.

김신일 공주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 예술감독
김신일 공주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 예술감독

발레를 사랑한 소녀, 무용 교육의 주역이 되다

먹고 살기에도 벅찼던 시절이 있다. 어수선한 시국과 가난에서 벗어나자는 의지가 불타던 그때는 예술의 가치를 몰랐다. 몸으로 언어를 표현하는 발레가 좋았던 소녀는 생애 첫 좌절을 겪었다. 냉담한 아버지 반응에 상처를 받았지만 포기하기 싫었다. 아버지도 곧잘 해내며 소질을 보이는 딸을 보며 마음의 빗장을 열었다. 소녀는 중학교에서 발레 수재로 인정받았고 당시 무용 분야에서 최고 수준이었던 인천여자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지난 1981년 공주대학교 무용학과(당시 사범대학 소속)에 합격하면서 무용수이자 예술가, 후학 양성에 힘을 쏟는 교육자로 반평생을 바치며 오늘날 현대 무용 대중화에 기여한 인물로 성장했다. 바로 김신일 공주대학교 무용학과 교수 *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 예술감독이다.

 

지난 2012년 공주대학교 예술대학으로 자리를 잡은 무용학과는 올해로 38년의 전통을 유지하고 있다. 그 역사 속에는 김신일 교수가 있다. 작은 소녀는 공주대학교 캠퍼스를 누비며 후학을 양성하는 책임자로 성장했다. 김 교수는 국립대학이라는 특징과 교육대학원의 특수성으로 무용학과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무용, 현대무용, 발레, 사회무용 등을 교육하면서 창작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라며 제자이자 후배들이 교육자, 비평가 등 무용학자와 무용예술 및 교육자로 우뚝 설 수 있도록 가르치고 있다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여유로운 미소를 보이며 공주대학교 무용학과를 아끼는 진심을 전했다.

무용은 함께하는 종합예술로 인내와 협동심이 필요합니다. , 학생들이 무대에서 인내와 협동심을 발휘하도록 인내하며 가르쳐 왔습니다. 저는 스승이자 선배의 마음으로 학생들을 포용하며 무한한 사랑을 주기 위해 노력했어요. 모든 교육의 중심은 사랑 아닐까요. 학교에서 사랑을 배운 학생들이 세계 곳곳에서 무대에서 아름다운 무대를 선보이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을 하나로 만들 수 있습니다. 제 인생을 무용 교육에 바친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도 학생들이 손짓과 몸짓 하나가 전 세계를 하나로 이어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죠.”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에 바친 열정

세월이 이렇게 빠르다. 2년 후 그는 정년퇴임을 한다. 인천여자고등학교에 재학할 당시 그는 처음 접한 현대무용에 푹 빠졌다. 열렬한 첫사랑 같은 것이었다. 평생 현대무용을 하겠단 결심으로 이화여대가 주최한 전국무용대회에 출전했다. ‘정신병원이라는 작품으로 틀에 박힌 발레, 구속된 발레에서 자유롭고 활동적인 현대무용을 선보여 1위를 거머쥐었다. 그가 기록한 현대무용의 발자취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1983년 그는 공주대학교 내에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을 창단한다. 공주시, 더 나아가 전국을 돌며 다양한 공연양식의 현대무용 공연으로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자는 그의 열망이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의 화려한 경력으로 승화됐다. 그는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은 충청지역 무용예술의 발전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는 단체다. 정기공연, 지역예술행사공연 등 현대무용 공연을 통해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라며 가족이 현대무용과 함께 여가를 즐기는 공연 문화를 지향해 국내외 언론과 관객들로부터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은 한때 충남 유일의 현대무용단으로 손꼽혔으며 지금도 최고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창단공연으로 첫 발을 뗀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은 30년의 역사와 전통이 있는 한국현대무용제에 10년 연속 참가하는 저력을 보였다. 1986 아시안게임 초청공연 무대로 한국 현대무용의 높은 수준을 전 세계인의 안방에 전달했다.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은 88실험 예술무대, 국제현대무용제(7,8,9,20), 한국의 춤과 문화를 전한 카자흐스탄 초청공연, 러시아 문화부 장관상을 받았던 현지 공연, 인천 세계 춤축제 축하공연, 충청무용제전, 82회 전국 체육대회 개막식·식전행사 공연 등에 등장해 놀라운 현대무용을 선보였다.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의 군무의 아름다움은 인정을 받으며 제10회 전국 무용제 대통령상, 8회 충남무용제 대상 등 수상으로 이어졌다. 최근 석장리 세계구석기 축제공연, 한류백제 국제댄스페스티벌 등 10회의 공주시민과 함께하는 무용의 밤 등 공주시민들에게 현대무용의 백미를 보여주었다. 특히 지난 118일 코스모폴리탄 현대무용단은 빛 혹은 그림자라는 타이틀의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 올해로 30회가 된 이번 공연은 1부 섬세한 고독, 2부 상실의 빛으로 나눠 구성됐다. 1부에서는 끊임없이 사랑으로 덮고 슬픔에 아파하면서 유한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내면을, 2부에서는 인간은 누구나 고독한 존재이지만 인생에 고요하게 비춰드는 빛이 있다는 뜻을 표현했다. 그는 예술감독이자 안무를 맡아 보람을 느꼈다.

제자 14명이 출연한 이번 공연은 공주시민분들의 문화적 관심을 받았습니다. 무대를 즐긴 관람객 여러분에게 현대무용으로 건강한 정신을 함양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대무용을 생각하면 늘 떠오를 인물

이형기 시인의 작품 낙화에는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라는 구절이 나온다. 2년 뒤 정년퇴임을 하는 그는 조금씩 내려놓을 생각이지만 여전히 주변에서는 그의 존재가 절실하다. 그는 무용예술학회와 충청무용협회 이사로 활약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끊임없이 공부하며 논문을 쓰고 있다. 지난 1120일 그는 사명감을 가지고 베트남으로 향했다. 오랫동안 심혈을 기울이며 준비한 환태평양 국제전시회에 현대무용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다. 주변의 이웃을 돌아보는 봉사활동에도 더욱 매진하고 있다. 몸이 불편한 이웃이나 홀몸 어르신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가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 38. 어쩌면 그에겐 한여름밤의 꿈처럼 짧은 시간이었을지 모른다. 그는 교육은 매우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다라며 사소하고 작은 것에서 커다란 움직임을 작용하는 마음을 다스리는 참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라고 회상했다.

제가 걸어온 교육의 길은 헛되지 않았고 매우 행복했습니다. 그동안 함께한 교수님과 제자들에게 무한한 사랑과 격려를 보냅니다. 공주대학교 무용학과의 영원한 발전을 기원합니다. 지난 38년 동안 무용 교육을 통해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느꼈습니다.”

정년퇴직을 앞둔 소회를 묻는 질문에 담담함을 쏟아내던 그의 눈가는 촉촉이 빛났다. 38년의 교육으로 배출된 모든 제자들의 발전과 공주대학교 무용학과가 국립대학으로서 굳건한 위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앞으로 남은 2년의 시간을 바치겠다는 말에는 애정이 가득하다. 현대무용의 역사는 그의 발걸음을 큰 발자국으로 기억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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