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발골수종 연구로 혈액암 완치 시대 여는 국가로 도약하길
다발골수종 연구로 혈액암 완치 시대 여는 국가로 도약하길
  • 강기훈 기자
  • 승인 2018.12.06 13: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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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훈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을 한순간에 나락으로 빠뜨리는 말. 몸이 약간 이상한 것뿐인데 의사가 당신은 암 환자입니다라는 진단을 내리면 죽음의 공포가 다가온다.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왜 암환자가 됐을까.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빨리 치료해야 하는 혈액암에 걸렸다면 그 순간부터 인생이 끝났다는 절망감이 든다. 혈액암 자체도 쉬운 암이 아닌데 생소한 다발골수종이라는 병명을 들으면 환자 대부분은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아직 희귀암인 다발골수종 치료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치료 수준이 세계적이라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재훈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
이재훈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 혈액내과 교수

고령층 사회의 위협요소가 된 다발골수종

최근 보건복지부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암을 진단받은 환자의 5년 생존율이 70.7%라고 발표했다. 한국인의 사망률 1위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환경에서는 조기 발견하면 완치될 수 있는 질환이 암이다. 흔히 알고 있는 위암, 대장암, 유방암 등은 정기검진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자궁경부암은 백신으로 예방하고 있다.

의학계가 발병 원인을 파악한 암은 예방이 가능해서 몇 년 전부터 발생이 줄고 있습니다. 문제는 혈액암이죠. 여전히 발병 원인이 무엇인지 정확히 몰라 예방할 수 없는 암이 혈액암입니다. 그중에서도 다발골수종은 최근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무서운 혈액암이죠.”

가천의과대학교 길병원 혈액내과 이재훈 교수는 우리나라가 다발골수종에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립의료원과 국립암센터의 암 통계에 따르면 1998년 다발골수종에 걸린 환자는 64명이었고 매년 꾸준히 증가해 2002489명에 달했다. 2018년 현재 국내에 약 1,800명 정도의 다발골수종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재훈 교수는 다발골수종 환자 수의 급격한 증가는 우리 사회가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것과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라며 많은 국민이 다발골수종에 대해 잘 모르고 계시지만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암이다. 환자가 계속 증가해 제약회사가 신약 개발에 몰입하는 혈액암이고 최근 다수의 표적치료제가 미국 FDA에서 승인되었다 라고 밝혔다. 선진국은 다발골수종이 두 번째로 흔한 혈액암으로서 활발히 연구를 펼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례적으로 다발골수종 환자 수가 지속적인 상승세를 보여 세계 의료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교수는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와 대한혈액학회 등 국내 학회와 해외 연구에서 다양한 성과를 냈으며 환우에게 정확한 치료 정보를 제공하는 등 다발골수종 연구의 선구자이다.

걸음마 단계였던 국내 다발골수성 치료, 성숙기로 접어든 배경

최근 막을 내린 ‘2018 국제조혈모세포이식학회 및 제23차 대한조혈모세포이식학회 학술대회에서 그는 공로패를 받았다. 국제조혈모세포이식학회가 출범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에 그는 세계적인 학회로 발돋움해야 한다라는 공약으로 회장으로 선출됐고 지난해와 올해 국제학회를 성대히 치렀다. 공로패에는 회장 임기를 마친 그에게 그의 공적에 감사하는 마음이 담겨 있다. 그는 여러 선후배들의 도움이 있었을 뿐이다라며 진정한 의료인의 가치관을 전했다. 지난 2016년 대한혈액학회는 그에게 학술상을 수여했다. 한국에서 불모지였던 다발골수종의 공동 연구를 활성화해 우리나라의 치료 수준을 세계적으로 끌어올린 그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불과 20여 년 전 그가 서울대학교병원 내과에서 근무할 때만 해도 국내 연구는 미비했다. 혈액암에 관심이 있던 그는 다발골수종에 아무도 관심이 없던 현실을 접했다. 연수를 떠난 의료 선진국의 다발골수종 연구 수준과 온도 차이가 컸다.

중학교 때 가난하고 아픈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이 생겨 의사가 되기로 했죠. 고등학교 때는 학식은 사회의 등불이고 양심은 민족의 소금이다라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환자가 많지 않다고 해서 막대한 치료비의 부담을 한쪽에게만 지게 할 순 없잖습니까. 다발골수종 완치를 위해 인류가 합심한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선진국처럼 우리나라 환자들이 최신 치료 연구에 따른 혜택을 받고 완치되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우리나라가 신약 치료 개발과 임상에서 외면당했던 지난 시절 환자와 가족들은 벅찬 비용에 울었다. 최첨단 의학기술이 혈액암과 다발골수종 치료에 쏠렸을 때 우리나라 의료진은 열악한 환경에 지쳐갔다. 그는 차근차근 앞을 향해 나아갔다. 다발골수종 치료를 세계적인 수준으로 높이기 위해 젊은 연구자들과 힘을 합쳐 한국다발성골수종연구회를 창립해 초대 회장을 맡으면서 공동 임상연구 활성화를 추진했다. 한국다발성골수종연구회는 유수한 외국 학술지에 연구 결과를 발표하는 등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IMWG(International Myeloma Working Group)에서 아시아를 대표하는 정식 위원으로 초대받아 다발골수종에서 장기 생존자의 특징등 다양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는 등 국제 기준연구에 아시아를 대표해 왔다. 유럽, 미국 중심의 연구 풍토를 바꾸기 위해 2003년 아시아의 다발골수성 연구자들의 모임인 AMN(Asian Myeloma Network)를 결성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태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이 참여해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첫 공동 심포지엄을 열었다. 현재 AMN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실행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그는 국제 학술대회에서 한국인 다발골수종의 특징과 임상 결과를 발표하고 신약 시대를 맞이해 국제 임상연구를 활발히 전개하는 등 전면에 나선 결과 제약회사는 한국을 국제 임상연구의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게 됐다. 한편으로 국제골수종재단(International Myeloma Foundation)· 혈액암환우회와 함께 다발골수종 바로 알기강의를 한 지도 올해로 13년 차가 됐다. 다각도의 시도로 지난 10년 사이 우리나라의 다발골수성 치료 성적은 두 배 이상 개선됐다.

다발골수종의 완치, 그 꿈을 향하여

그는 다발골수종 연구와 치료 과정에서 막막한 심정을 느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외국에서 많은 다발골수종 환자를 살린 유명한 신약이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사용 승인이 나지 않았던 때도 그는 끝까지 설득해 불씨를 살렸다. 아무것도 없던 거친 토양은 20여 년 그의 땀으로 기름진 땅이 되었다. 후배들은 그 땅 위에 나무를 심고 숲을 가꾸기 시작했다. 뒤에서 응원하는 선배의 마음은 어떨까.

처음 제가 국제학회에 참여했을 때가 떠오릅니다. 아시아 특히 우리나라는 다발골수종 연구에서 별로 중요한 국가가 아니었죠. 지금은 그때와 180도 달라졌습니다. 최근 우리나라의 다발골수종 뿐 아니라 혈액암 진단과 치료는 세계적인 수준에 거의 근접했다고 봅니다.”

흐뭇한 미소를 보인 그는 월간인물 독자들에게 당부할 것이 있다고 했다. 급격한 산업화를 겪으며 한국은 한강의 기적을 이루었다. 사회의 변화는 질병 양상의 변화로 이어졌다. 선진국과 일본에서 나타난 질병 패턴이 우리나라에서 흡사하게 전개되고 있다. 다발골수종 환자는 적은 수의 환우이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민이다. 정부와 의료계는 임상 연구의 선진화를 추진해야 한다. 현역 의사들은 다발골수종의 정보와 증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환자를 세심히 들여다볼 의무가 있다. 제약회사 등은 다발골수종 완치를 위한 기초 연구와 신약 개발에 매진해야 한다. 만에 하나 다발골수종에 걸렸다 하더라도 대한민국 국민은 재기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전국에 다발골수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혈액암 전문의가 포진했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그의 꿈인 다발골수종의 정복이 곧 현실이 되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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