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이상훈 - 좋아하는 일에 진짜로 미쳐라, 두려운 도전은 없다
개그맨 이상훈 - 좋아하는 일에 진짜로 미쳐라, 두려운 도전은 없다
  • 문채영 기자
  • 승인 2018.12.03 13: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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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인터뷰] 이상훈 개그맨
이상훈 개그맨
이상훈 개그맨

 

서른의 나이에 어렵게 된 개그맨이었지만, 개그맨 이상훈은 항상 웃음을 잃지 않았다. 스스로 ‘실패의 아이콘’이라고 셀프 디스를 하기도 한 그는 어렸을 때부터 앞에 나와 남들을 웃기는 일을 참 좋아했다며 환하게 미소 지었다. 스스로 인생에서 가장 기뻤던 날 두 개를 꼽으라면 결혼식과 더불어 꼭 들어간다는 것이 개그맨 공채 합격이라고. 그만큼 애착을 가지던 일이었고, 그래서 유행어 하나하나 만들 때마다 수백 번 톤 테스트를 해가며 노력해왔다. KBS 2TV 개그콘서트에서 혼신을 다한 표정연기로 주목받은 ‘니글니글’, 뼈 있는 풍자로 시청자의 가려운 곳을 긁었던 ‘1대1’ 등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던 그가 1인 방송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돌아왔다. 그의 끊임없는 도전을 들어보자.

 

TV방송을 넘어 유튜브에서 레고/피규어를 리뷰하는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활발하게 활동하시는데요. 어떻게 1인 방송을 시작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제가 레고만 18년을 모았습니다. 개그맨으로 데뷔하기 전에 고시원에 살 때도 레고를 전시해놨을 정도로 레고를 좋아했죠. 개그맨이 되고 조금씩 여유가 생기면서 소장용과 조립용 용도를 달리 해서 구입하는 등 진정한 컬렉터의 삶을 실현했습니다. 사실 본래 아프리카 TV나 유튜브를 잘 보지 않는 세대로서 1인 방송이 처음에는 낯설었어요. 그동안 모아 놓은 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소위 말하는 레고/피규어 ‘덕후’들끼리의 노하우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1인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제 컬렉션을 자랑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하나하나 자세히 보여드리는 게 목적인 방송입니다. 그러면서 보시는 분들께 좀 더 대리만족을 느끼실 수 있게끔 노력하고 있죠. 물론 좋아하는 분야이다 보니 1인 방송을 하면서 얻는 자기만족도 크죠. 그래서 지금처럼 꾸준히 1년여 가까이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구독자와 바로 소통할 수 있는 1인 방송의 시스템에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소장하고 계신 피규어와 레고가 1억 원 어치가 넘는다고 알고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키덜트(kid+adult)족’인데, 레고와 피규어는 언제부터 모으기 시작했나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만화와 장난감을 좋아했어요.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뛰어놀고 장난감을 가지고 상황극을 하며 놀았죠. 이런 행위들을 통해 좀 더 상상력을 키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안타깝게도 어머니께서 어린 시절 갖고 놀던 로봇을 중고등학교 시절에 감추시고 레고는 버리셨는데, 그게 당시 좀 한이 되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교 가고 나서 레고에 파묻히는 꿈도 꾸고, 아쉬움을 항상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레고 성인 커뮤니티를 알게 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고 생각됩니다. 유튜브를 하던 초창기에 시청자들과 호기롭게 나누던 이야기 중에 세상의 모든 장난감을 리뷰해 보겠다는 말을 했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콘텐츠가 지금처럼 계속 쌓이다 보면 적어도 어른들의 장난감에 한정해서는 다 리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이상훈과 개그맨으로서 이상훈에 대해 이야기 부탁드립니다.

근래 개그 무대에서 대중들과 소통하기 힘들어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그러던 중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유튜브에서 시청자들과 함께 소통하게 되었습니다. 1인 방송을 하면서 새롭게 생긴 팬들, 격의 없이 나누는 소통까지, 지금의 기회가 소중하고 정말 감사합니다. 그러나 제 1인 방송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맨 처음에 “유튜버 이상훈입니다”가 아니라 “개그맨 이상훈입니다”라고 소개합니다. 저는 어디까지나 개그맨인 만큼, 내년에는 꼭 개그맨으로서 개그 무대에 다시 도전하고 싶습니다. 사실 다시 태어나도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제 메인 타이틀은 개그맨이고, 개그맨이 천직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일이 어려우면서도 무대에 올라가면 근심이 사라지는데, 그래서 이 직업이 더욱 매력 있는 것 같아요.

개그맨으로 활동하면서 즐거운 순간도 많았겠지만, 힘들었던 순간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몇 번의 사건을 계기로 굉장히 단단해졌다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자신이 무대에서는 영웅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땐 풋풋했고 마음이 여렸죠. 그러다 데뷔한 지 2년 차가 되던 해 한 코너에서 여장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개그콘서트에서 영화 <도둑들>을 패러디한 코너 ‘좀도둑들’을 할 때였는데, 슬프게도 그 이후 무대에 올라가는 것이 제게 굉장히 두려운 일이 되었어요. 여장하고 무대에 올라갔는데 야유가 들려왔었죠. 지금 생각해 보면 사소하지만, 그때 제게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그 무대 이후로 이게 비호감처럼 보이진 않을까 싶어서 무섭기도 했고 머릿속도 하얘졌습니다. 관객들의 야유를 받는 일이 참 두려웠지요. 그래서인지 NG도 많이 냈고, 스스로 자신감도 많이 잃었습니다. 그래서 당시엔 저도 모르게 무대 위에서 좀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죠. 그러던 중 다시 무대를 처음 대하던 초심을 되찾았을 때, 그러니까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계기가 제 인생 코너로 자리매김한 ‘시청률의 제왕’을 하면서입니다.

사실 개그맨 이상훈 하면 유행어 ‘감사합니다’와 코너 ‘니글니글’을 많이 떠올리지 않나요? 그런 이상훈이 꼽은 인생 코너 ‘시청률의 제왕’은 대체 어떤 코너였는지 궁금합니다.

대부분 더티 섹시 개그로 이름을 알리게 된 ‘니글니글’이라는 코너가 제 인생 코너일 것이라고 생각하시더라고요.(웃음) 모두 소중하지만, 제게는 그보다 앞서 했었던 ‘시청률의 제왕’이라는 코너가 아직도 좀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2년 차 슬럼프를 깨게 해준 고마운 코너였고, 1년 반 정도 한 장수 코너기도 했으니까요. 물론 이걸로 이름을 많이 알린 건 아니었지만, 스스로 뼈그맨(뼈+개그맨)으로서 내공을 키울 수 있었던 좋은 코너였다고 생각됩니다. 당시 박성광 선배와 그 코너를 함께 했었는데, 그때 선배로부터 많은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어서 성광 선배에게 참 감사드리고 있죠. 사실 개그맨으로서 저 이상훈은 본래 우스꽝스러운 분장 자체를 하기 싫어하는 개그맨이었습니다. 웃기고 싶었지만 우스워 보이고 싶지는 않았다고나 할까요. 데뷔 때도 스탠딩 코미디나 시사 개그만 주로 했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러다 감사하게도 개그콘서트에서 성광 선배와 ‘시청률의 제왕’을 함께 하면서 이것저것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그게 제 나름의 아이덴티티가 된 것 같아 기쁘고, 그 이후 좀 더 많은 성장을 거듭했다는 생각도 듭니다. ‘핵존심’도 그렇고, 제 나름의 정점을 찍은 ‘니글니글’도 모두 ‘시청률의 제왕’이 없었다면 감히 시도조차 하지 못하지 않았을까요? 그래서 참 고마운 코너입니다.

코너는 평소에 어떻게 짜시나요?

초반 시작은 영화 패러디가 기본인 것 같습니다. 아니면 주변에서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를 참고해서 코너로 만들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예전에 했던 ‘돌아가’라는 코너의 경우는 옛날에 봤던 조직 보스가 어린아이가 되는 스토리의 만화를 참고했습니다. 제가 또 건달 느낌도 좀 있으니까(웃음), 밖에서는 카리스마 있는 사람이 집에 가서 아이처럼 행동하는 모습도 참 웃기겠다 싶어서 짠 코너였습니다. 이외에도 채팅에 따라서 상황을 바꾸는 콘셉트의 코너도 진행했었습니다. 또 시사만 하면 재미없으니까, 개그맨으로서 저를 어필하기 위한 나름의 유행어나 동작도 만들었지요. 같은 대사를 해도 톤 연습을 수없이 했어요. 어떻게 해야 대중들이 재미있어 할까, 어떻게 해야 이 대사가 대중의 뇌리에 박힐까 고민하면서요. 후배들에게도 조언하는 부분인데, 개그맨이라는 일 자체가 기본적인 센스만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남을 웃기는 일이 생각해 보면 참 힘든 일이니까요. 소질이 있어도 수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없다면 그보다 더 노력해야 하고요. 저도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개그맨으로서 자신의 장점을 꼽는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특출난 색깔이 없는 게 달리 보면 장점이지 않을까요? 사실 개그맨 이상훈이라고 하면 시청자들 사이에서 주로 정형화된 이미지는 없다고들 많이 말씀하십니다. 이건 사실 많은 분이 지적해주신 오랜 단점이기도 했죠.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저는 두루두루 얕고 넓은 스펙트럼을 가지고 있죠. 백짓장과도 같은 사람이라고나 할까요. 남들과 비교했을 때 개그의 폭이 넓고, 보다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자리에서든 맡은 역할을 다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저는 이것도 제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개그맨으로서 또 콘텐츠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저는 시청자 분들께 웃음을 드리고 스트레스를 풀어 드리는 개그맨 본연의 일을 다 하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기꺼이 제 등을 내어 드리고 밟아서 웃음을 드릴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다고나 할까? 다만 요새 강연이나 행사를 가다 보면 어른들도 어른들 대로 힘든데, 청년들도 참 힘든 것 같아 안쓰럽고 안타깝습니다. 제 옛날 생각도 나고요. 저도 한창 힘들 때 반지하 고시원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보고 깔깔거리면서 하루의 스트레스를 풀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저도 그런 개그맨이 되고 싶어요.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 온 시청자들과 함께 소통하며 웃음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1인 방송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향후에는 좀 더 컬렉션을 완성해서 토이 박물관을 운영하는 꿈도 꾸고 있고요.

마지막으로 월간인물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까?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시라는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요. 저도 개그맨 시험에 8수만에 붙었고, 대중 앞에서 서고 나서도 풍자 개그를 하다가 경찰조사를 받는 등 파란만장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오랜 시간 무수한 실패와 두려움을 딛고 일어섰죠. 그 과정 속에서 많이 배우기도 했고요. 사람이 인생의 절정에 오르면 자서전을 낸다고 들었습니다. 자서전을 냈을 때, 평탄한 인생보다는 굴곡진 인생이 더 많은 환호를 받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인생에 어려움이 왔을 때, ‘아, 이것은 나중에 내 자서전에 기록될 한 페이지겠구나’라고 생각하시며 긍정적으로 이겨내셨으면 합니다. 모두 생각하기 나름이고, 저 또한 그렇게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거든요. 그러니까 1인 방송이든, 신사업이든, 못다 이룬 꿈이든, 두려워하지 말고 도전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 저 역시도 앞으로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TV 속 개그맨 이상훈은 짙은 화장, 우스꽝스러운 표정 연기로 웃음을 주기도 하고, 정계와 재계를 향한 뼈 있는 개그를 하며 통쾌함을 선사하기도 했다. 기자가 만난 개그맨 이상훈은 진중하고 속이 깊은 사람이었다. 방송에서의 노련한 표정 연기와 말솜씨는 단순히 타고난 센스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그는 수많은 난관 속에서 넘어질 때마다 하나하나의 이야기들을 ‘웃음’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앞으로 그가 새롭게 만드는 이야기는 어떤 웃음을 줄까. 개그맨 이상훈의 끊임없는 도전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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