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의 소통 부재로 아픈 현대인, 한의학과 자평학으로 건강하게
몸과 마음의 소통 부재로 아픈 현대인, 한의학과 자평학으로 건강하게
  • 김윤혜 기자
  • 승인 2018.11.13 13: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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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천세연한의원 신창용 원장

다른 도시가 아니다. 꼭 세종특별자치시에 개원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있다. 정부청사가 이전하면서 제2의 서울로 급성장하고 있는 세종시에도 남모를 아픔이 있다. 세종시에 삶의 터전을 꾸린 고학력의 젊은 인재들이 시름시름 앓고 있다. 겉보기엔 남부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지만 몸과 마음은 계속 나빠지고 있다. 병원에 가도 그 뿐이다. 다행히 단념하고 수긍하며 살 필요가 없게 됐다. 수학 공식처럼 정형화된 치료로는 다스릴 수 없는 통증과 아픔의 원인을 자평학에서 찾는 한의원이 있다고 해서 월간인물이 찾아가 봤다.

경희천세연한의원 신창용 원장
경희천세연한의원 신창용 원장

 

부유한 도시, 세종시의 그림자

대한민국이 주목하는 도시 세종시는 급성장하고 있다. 정부의 정책에 따라 세종시는 신행정수도가 되면서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로서 가지는 경제력은 막강해졌다.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국토교통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보건복지부, 고용노동부, 교육부 등 무려 42개 주요 정부 기관이 세종시로 터를 옮겼다. 우리나라 엘리트 공무원들이 세종시에 몰린 것이다. 30~50대 연령대의 공무원들이 대거 유입되면서 세종시는 패기 넘치는 도시가 되었지만 어두운 이면과 그늘이 있다. 경희천세연한의원 신창용 원장은 세종시를 신체에 비유하자면 몸은 젊고 새로울 수 있겠지만 담긴 마음은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라고 밝혔다.

세종시는 노인 환자가 많지 않습니다. 대신 병이 쉽게 낫지 않고 딱히 발병 원인을 찾기 어려운 질환에 노출된 환자분을 종종 발견합니다. 사는 곳인 세종시의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몸과 마음이 교감하지 않고 균형을 못 잡아 아픈 환자들이 많을 것 같아 세종시로 내려왔는데 역시 제 예상이 맞았습니다.”

마음을 보며 치료한다는 신 원장의 이력은 특별하다. 서울대학교 공업화학과에 합격한 후 사람의 마음이 궁금해 취미로 자평학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자평학(子平學)은 송대(宋代) 서자평(徐子平)이 정립한 학술체계로, 음양오행론과 천인상응론 등을 뿌리에 두며 대상과 대상 사이의 관계를 중요하게 인식한다. 자평학에 빠진 신 원장은 사람의 마음과 밀접한 몸이 궁금했다. 서울대학교를 졸업한 그는 자평학과 유사성이 있는 한의학을 공부해 한의사가 되었다. 그는 한의원을 개원할 곳으로 세종시를 택했다. 몸과 마음의 불균형으로 오는 질환을 치료하며 사례를 연구할 수 있는 도시라는 그의 예상은 적중했다.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를 찾는 환자들은 공통점이 보였다. 상당수는 세종정부청사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라는 점이다. 고학력의 안정적 직장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병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치료에 적극적이지만 쉽게 치유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다른 의료기관과 차별화된 치료로 접근해 치유하고 있다.

 

자평학으로 정서와 생리적 특성 파악한 후 한의학으로 몸과 마음을 치료

신창용 원장은 그간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의료 경험을 쌓아왔다. 그는 일반적인 치료과정을 통해 쉽게 개선되지 않아 고생하고 있는 환자들에게 자평학과 한의학을 접목한 치료로 다가간다. 세종정부청사에서 일하면 민원을 직접 상대하고 내부 규율을 지키며 인간관계 형성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기 마련이다. 장기간 쌓인 스트레스는 몸을 아프게 해 보이는 증상 완화에 초점을 둔 치료가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것이다.

어딘가 불편함을 느끼지만 쉽게 치유되지 않았습니다. 진료 상담을 하면 제가 의료적 관점에서 남다르게 행할 치료는 많지 않았지요. 다른 관점으로의 치료가 필요한 겁니다. 환자분이 주체적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감을 타자(의사)에게 맡기고 균형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살펴봅니다. 몸의 불편함에 귀를 기울이고 내면의 불편함을 살펴서 내 몸이 불편함을 호소하는 이유를 함께 짚어봅니다. 마음이 불편한 것을 몸으로 호소하는 신호니까 환자는 자신의 마음, 몸과 교감하고 대화를 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그의 독창적인 진료 상담은 한의학과 자평학의 조화에서 나왔다. 자평학은 사람의 출생정보[생년월일시(生年月日時)]를 바탕으로 해당 사람의 정서적·생리적 특성과 천명(天命)을 파악하고자 연구하는 학문이다. 자평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 따라 주된 관심분야는 매우 다양한데, 그가 오랜 세월 관심을 갖고 주력해온 방향은 명주(命主:해당 사람)의 정서적·생리적 특성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어떻게 몸과 마음의 변화를 초래하게 되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이러한 변화를 파악하여 몸과 마음이 호소하는 고통을 한의학적 관점과 통합적으로 인식하고 파악해 진료에 활용하고 있다. 자평학적인 정보를 통해 위로 상승하는 기운이 강한 것으로 나타나는 사람의 경우에는 실제로도 말이 많으면서 열정적으로 활동하는 행동주의적 성향이 두드러진다. 그런데 가끔씩 이러한 성향이 과도하게 쏠리게 되면 지나치게 위로 기운이 솟구치면서 심한 두통이나 어지럼증 및 뒷목의 뻣뻣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도 매우 중요한 정보이지만, 환자의 성향이 이러한 증상을 어떻게 악화하거나 완화할 수 있는지 파악하여 환자의 진료는 물론 환자 스스로 자신의 평소 생활습관 개선을 위해 노력하도록 자평학적 정보를 응용하는 것이다.

신 원장은 자평학으로 정서적이나 생리적 특성에서 비롯하는 특이점이나 쇠약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본다라며 타고난 특성과 실질적 재능, 치유법을 연계해 환자 한 사람에게 적절한 대안을 제시함으로써 보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드린다라고 말했다. 그만의 자평학 철학은 직접 지은 한의원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환자와 의료진의 관계는 물론 한의사와 간호사의 관계 또한 하늘에서 인도하여 평생 동행하는 세월의 인연으로 작용하고, 인위적이지 않은 천연의 의학적 대응으로 환자를 보필하고 안내한다는 의미를 담아 한의원 명칭에 천세연(天歲緣)”을 넣었다고 한다.

 

환자의 의지가 없다면 치료 효과 볼 수 없어, 결국 환자 몸과 마음에 달려

자평학을 한의학과 접목하는 시도는 그동안 수차례 있었지만 접목 방식과 임상에서 구현하는 방식이 달랐다. 그는 자평학을 연구하며 담은 인생행로의 길 도우미, 자평학(子平學)을 만나다라는 주제로 자평학 강의(들녘, 2013)라는 책을 썼다. 그는 책을 통해 동아시아 선현들의 전통적문화적 사고기반에 근거하여 조화와 균형을 중시하는 관계성의 학문이라는 주제로 자평학의 내용에 대해 기술했다. 한의학과 자평학의 회통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는 이 책을 통해 한의사가 자평학을 공부하면 종합적이고 통합적인 해석 능력을 양성해 환자의 심리적·생리적 특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자평학을 꿰뚫는 그에게 종종 강의 요청이 들어온다.

요즘 인간관계는 미국화의 관점, 유럽의 기준으로 형성돼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태도를 매우 세련된 인간관계, 바람직한 인간관계라고 여기는 편이죠. 인간관계가 중요하다는 말을 하면서도 막상 동아시아에서 인간관계를 어떻게 이해하고 접근했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전통적인 관점에서 생각하는 인간관계를 복원하고 알리고자 집필과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는 후배들이기도 한 경희대학교 한의예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의역학(醫易學)의 내용에 대해 특강을 진행하고 있다. 자평학을 토대로 자신만의 진료 가치관을 실현하고 있는 선배로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 “진짜 치료는 한의사를 비롯한 의료진이 할 수 없고 오직 환자 스스로 하는 것입니다. 건강한 몸으로 회복하는 것도 환자의 노력에 의합니다. 다만 의료진은 환자가 보다 안전하고 빠른 길을 갈 수 있도록 안내하고 동행하는 것뿐이죠. 만약 환자 스스로 치유의 종착지에 도달할 의지가 없는 상태라면, 의료진의 정성어린 노력에도 불구하고 최종 목적지에 도달하기가 매우 어렵게 됩니다라는 것이 그의 의학적 소신이다.

간혹 한의학은 표준화된 진료 매뉴얼이나 가이드가 매우 부족하여 한의사마다 치료법이 다르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오히려 그는 이 점 때문에 경쟁력을 갖췄다고 본다. 환자가 한의사를 신뢰하고 한의사가 환자를 잘 보필하며 교감하면 훨씬 나은 치료 결과를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평학의 관점에서 관계성의 제고를 위해 중요한 소통과 교감은 진료가 이뤄지는 전 공간에서 시도돼야 한다. 그가 자평학과 한의학을 통섭하는 관점에 따르면 환자는 스스로 자신의 몸을 돌아보면서 몸과 마음이 서로 소통하고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의료진과 교감해야 한다. 동시에 의료행위가 벌어지는 공간 또한 소통의 대상이 된다. 그 공간에서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서로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을 때 가장 최선의 진료 결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인은 현대의학의 발달로 장수의 행복을 만끽하게 됐지만 동시에 이전과는 다른 양상의 생소한 질환이 늘어나면서 또 다른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이에 대해 그는 소통과 교감을 새로운 치법의 핵심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다.

 

자평학과 한의학의 가치, 새롭게 꽃피우길

인류는 100세를 넘어 120세를 바라보는 시대를 산 적이 없다. 과학과 서양의학의 발달로 인류는 처음 겪는 장수 시대에서 반쪽짜리 행복을 누리고 있다. 오래 살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아토피 등을 비롯한 새로운 현대병으로 인한 고통을 장기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서양의학이 혁혁한 공로를 올린 것은 분명하지만 분명 놓치는 부분이 있다.

사회의 빠른 변화를 잘 따라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엄청난 일을 하면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지만 몸과 마음은 서로 더욱 교감하고 소통하기 어려워져 새로운 병에 고통 받고 있는 것입니다. 시대의 흐름에 빨리 편승하지 못하면 도태된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사회가 병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요즘 미국이나 유럽이 명상을 중시하고 있다. 불교의 명상법을 통한 마음의 자유를 추구하는 현대인들도 있다. 그는 자평학과 한의학으로 몸과 마음을 돌아보는 것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빨리빨리에 젖은 우리가 놓친 것. 몸과 마음이 천천히 가며 교감하는 것이 질환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하는 방법임을 잊은 채 살고 있다. 그는 눈부시게 발달하는 현대의학과 함께 한국의 전통의학인 한의학과 자평학을 지키고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누군가는 명맥을 이어가야 하는 한의학과 자평학. 사상과 관점, 조상들이 펼치고자 했던 의학적 포부와 견해가 계승해야 할 핵심이다. 그는 후대에게 물려줄 과업을 발굴하는 인도자가 되고 싶다. 그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분야는 한의학을 포괄한 넓은 의미의 동아시아 전통의학(Traditional East Asia Medicine)이다. 한국, 중국, 일본, 몽골, 베트남까지 연계된 동아시아 전통문화권은 공통의 사상적 기반을 바탕으로 의료 학술 체계를 서로 교감하면서 동아시아 전통의학을 발전시켜왔다. 그에게는 동아시아 전통의학의 우수한 부분을 계승해 후학에 남길 책무가 있다. 그는 일익을 담당할 한의사가 되길 희망할 뿐이다.

컴퓨터를 켜고 스마트폰을 누르면 수없이 방대한 양의 정보가 쏟아진다. 정보가 홍수처럼 넘치면서 폐단은 겉잡을 수없이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잘못된 민간요법과 한의학 정보다. 허준은 동의보감을 썼고 선조들은 평생 쌓은 한의학 지식을 압축해 후세대에게 전했다. 그 연륜이 전하는 메시지는 검색해서 보는 단 몇 줄로 헤아릴 수 없다. 한의학의 위상은 실제로 한의학의 치료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는 국민에게 달려 있다. 한의학 치료는 전통 학문에 대한 이해가 선제조건으로 따르기 때문에 반드시 한의사에게 맡겨야 한다. 그는 우리나라의 한의학이 대대손손 훌륭한 문화유산으로 정착되길 원한다. 한 사람의 노력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온 국민이 자부심을 갖고 자평학과 한의학을 지키자는 결심이 서야 한다. 자평학과 한의학에 생동감을 불어넣는 것은 국민의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다.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유산인 자평학과 한의학을 다음 세대가 계승하도록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정통성을 가진 우리의 의학이 제시하는 청사진을 가슴으로 바라보며 품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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