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와 후학 향한 고민으로 채운 25년, 대한민국 명의를 만들다
환자와 후학 향한 고민으로 채운 25년, 대한민국 명의를 만들다
  • 박금현 기자
  • 승인 2018.10.18 13: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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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김남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김남규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교수

최근 급증한 우리나라 대장암 발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은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이 위암 사망률을 추월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러한 대장암 사망률을 낮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조기진단이 중요하다. 우리나라 대장항문외과 분야의 발전을 이끌어온 장본인인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김남규 교수는 대장암 분야 명의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분야에 몸담은 지 30, 오늘도 대장암의 조기진단과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연구와 교육, 임상 속에서 대장암 발전 이끌어온 선구자

김남규 교수는 그간 대장항문외과 분야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9차 세계대장항문외과학회에서 'Jae-Gahb Park for outstanding contribution of colon and rectal surgery award'를 수상했다. 이는 한국의 암 연구 및 정책 개발에 굵직한 족적을 남긴 초대 국립암센터 원장 박재갑 서울대학교 명예 교수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상으로 김남규 교수는 이 상의 첫 번째 수상자다. 김 교수는 2년마다 개최되는 세계대장항문외과학회에는 대장항문외과 분야에 큰 획을 그은 대가들의 업적을 기리는 상들이 있다며, 이번 수상은 박재갑 교수가 쌓아온 업적의 중요성이 인정된 귀중한 계기라 설명했다. 그 첫 수상의 주인공이 된 것에 대한 감사와 함께했다.

김남규 교수는 ‘제29차 세계대장항문외과학회’에서 'Jae-Gahb Park for outstanding contribution of colon and rectal surgery award'를 수상했다.
김남규 교수는 ‘제29차 세계대장항문외과학회’에서 'Jae-Gahb Park for outstanding contribution of colon and rectal surgery award'를 수상했다.

 

수상과 함께 펼쳐진 30분간의 강연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해당 강연은 국내 최초로 암세포 은행을 창립하고, 국립암센터를 건립하고 올해 그 동안의 공로로 정부로부터 무궁화 훈장을 받은 박재갑 교수의 업적 소개에 이어 김 교수의 연구 결과들로 채워졌다. 대부분 강연들이 다른 연구결과를 인용하여 구성되는 것과 달리 자신의 연구 성과들을 소개했기에 더욱 의미가 컸다.

김 교수는 지난 25년간 1만 건이 넘는 대장암 수술을 진행해온 대장암 분야의 권위자다. 특히 의학기술의 발전과 함께 복강경, 로봇수술이 등장하는 가운데 대장암 분야에 선도적으로 해당 기술을 적용하며 분야 발전을 이끌어왔다. 이러한 진취적 행보 끝에는 환자들에게 더 나은 진료를 제공하고, 후배 의사들을 교육하며 의학의 발전을 이루겠다는 김 교수의 의지가 깃들어 있다. 오랫동안 분야에 열정을 갖고 임해온 만큼 그가 이룬 업적에는 최초라는 말이 따라붙는다. 1996년 암으로 인해 항문을 잃어버린 장루 보유자를 위한 장루 간호사 제도를 세브란스 병원에 최초로 정착시킨 이래 현재는 모든 병원에 전문간호사가 근무하고 있으며, 재발 및 전이된 대장암 환자에 대한 다학제적 접근 및 진료 역시 세브란스 병원이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이후 대한임상종양학회(현 대한종양외과학회) 주도 하에 관련 과들에도 다학제 진료의 중요성이 알려졌으며, 이는 현재와 같은 다학제 진료 정착의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신을 의학교육자라 소개하는 김 교수는 후배 의사를 양성하는데도 힘써왔다. 젊은 외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직장암 술기 워크숍을 14회째 진행하며 라이브 수술과 강의를 펼치는 등 현재까지 600여 명의 대장항문외과의사 교육을 진행했다. 이러한 교육은 우리나라 직장암의 술기 향상 및 표준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밖에도 340편 이상의 논문과 10권 이상의 저서 출간을 통해 학문적 성과를 공유해온 그다. 김 교수의 대표적 연구로는 직장암 국소 병기 결정 방법, 직장암 근치 수술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 연구, 수술 전 화학 방사선 치료반응을 예측하는 기초 및 임상 연구, 직장암의 자율 신경 보존술, 간 전이와 국소 진행된 직장암 치료법 개발, 운동 요법과 대장암 재발과 관련 연구(협동연구) 등이 있다. 이러한 그의 공로는 연세대학교 올해의 교수상(1999), 세브란스 최우수 임상교수상(2003), 의과대학 최우수 연구 업적상(2010), 연세대학교 우수 업적 교수상(2005, 2011), 외과학 교실 최다 논문 인용상(2014), 의과대학 외과계 최다 논문 인용상(2017) 등으로 입증되어왔다.

 

대장암 조기진단부터 효과적인 치료법 개발까지, 환자 위한 25

김남규 교수가 대장암 분야 전문의의 길로 들어서던 1990년대 초만 해도 대장 질환이나 대장암의 빈도가 현재처럼 높지 않았다. 위나 간 질환 등에 비해 이에 대한 인식 역시 낮던 시절이었다. 당시 간담췌를 전공하고 전임 강사로 발령받은 후 결기도 광주 세브란스 분원에서 일하던 김 교수가 대장암이라는 길을 선택한 데는 그의 스승인 민진식 교수의 역할이 컸다. 김 교수를 신촌으로 발령한 후 1년 간 위암 및 대장암과 관련한 자신의 수술에 조수를 서게 하고, 모든 수술을 맡긴 것이다. 김 교수는 대장항문외과를 전공할 것을 지시하던 스승의 말에 따라 남들보다 늦게 대장암 분야를 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다며, 대장암 및 대장 질환이 현재와 같이 급증하리란 걸 예상한 스승의 선견지명에 감사할 뿐이라는 소회를 덧붙였다.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아야겠다는 마음은 그가 현재까지 지치지 않고 연구와 임상, 교육에 매진하는 이유다.

타의로 시작한 전공 분야지만 대장암 분야는 아직 미개척 분야가 많기에 공부하고 연구해야할 것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대장항문외과를 전공한지도 어느덧 25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도전적인 자세로 즐겁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대장암 조기진단의 중요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대장내시경 검사는 그 번거로움 및 환자들의 거부감으로 인해 수검률이 낮은 것이 특징이다. 작년에 비해 대장암으로 인한 사망률 역시 증가하며 전체 암 사망률 중 3위를 차지하고 있다. 김 교수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으로 낮은 조기발견율을 지적했다. 현재 활용되고 있는 대변의 잠혈 반응 검사를 통한 조기진단법 역시 검사 비용은 저렴하지만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이에 김 교수는 최근 지노믹 트리사()와 함께 신테칸 2 물질의 메탈화를 살펴보는 검사 키트 개발에 성공했다. 해당 검사 키트를 활용한 임상 시험 결과 90% 이상의 정확도를 확인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최근 식약청의 허가를 받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상용화될 전망이다.

김 교수는 직장암 치료에 소요되는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연구도 수행 중이다. 현재 국소 진행된 직장암 확진을 받은 환자들은 수술에 들어가기 전 5주간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고, 다시 8주가 흐른 후에야 수술을 받을 수 있다. 3달에 달하는 기간 동안 약 5주 간은 매일 병원에 내원해야하는 셈이다. 김 교수는 전국의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에 집중되는 우리나라 환경 속에서 이러한 치료법은 환자 및 보호자들에게 많은 경제적사회적 손실을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김 교수가 내놓는 해법은 유럽과 같은 단기 방사선 치료 방식이다. 5일에 거쳐 방사선 치료를 받으며 지연 수술 및 항암 약물 치료를 병행하며 환자의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치료법이 현재의 치료법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사실이 입증된다면 환자와 보호자는 물론 국가의 건강 보험 재정에도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해 노력해왔습니다. 동료 및 후배 연구자들의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죠. 앞으로도 더 많은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성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국내 넘어 세계와 교류하며 분야 발전 이끌다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회 초대회장에서부터 미국 대장항문학회(ASCRS, American Society of Colon and rectal surgeons)가 발행하는 공식 학술지 ‘Disease of the Colon and Rectum(SCI IF; 3.5)’ 부편집인, 러시아 대장항문외과학회 명예회원, 미국 외과학회 펠로우, 영국 왕립 외과 학회 펠로우, 미국 대장항문학회(ASCRS) 펠로우, 대한 대장암 연구회장, 대한종양외과학회장에 이르기까지 김남규 교수는 국내외를 아우르는 학회 활동을 통해 분야 발전을 견인해왔다.

특히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회의 경우 최근 아시아에서 대장암이 급격히 증가하는 가운데 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학회는 물론 치료법이나 연구결과가 마련되어있지 않다는 김 교수의 문제의식이 학회 설립으로 이어졌다. 2011년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아시아 대장 항문병 학회에서 발기인 모임을 가진 후 2012년 아시아 11개국 400여 명의 회원이 참석한 가운데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회를 새로이 창립한 것이다. 그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는 학회지만 그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사들이 많은 만큼 아시아 지역 대장암에 대한 올바른 치료법부터 수술기법에 대한 체계적 교육 등을 이어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아시아태평양대장암학회는 그간의 성과를 담아 지난 5월 아시아 국가 교수 60여 명의 대장암 치료의 경함과 노하우가 담긴 Surgical treatment of colorectal cancer: Asian perspectives on optimization and standardization’라는 책을 출간하기도 했다.

그간 서구식 치료법을 검증 없이 아시아에 그대로 적용하는 사례를 많이 지켜봐왔습니다. 이에 아시아의 대장암 전공 교수들의 경험을 공유하며 아시아 대장암의 치료법을 논의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학회를 설립하게 되었죠.”

김 교수는 오는 10월 달 보스턴에서 개최되는 미국외과학회에 참석한다. 그는 미국외과학회 한국 지부 거버너 의 자격으로 역할을 수행 하게 된다. 그는 미국외과학회가 추구하는 바를 한국 외과계에 잘 전달하는 한편 최근 경향을 국내에도 도입하며 한국 외과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는 다짐을 전했다.

러시아대장항문학회에서의 강의와 라이브 수술, 로봇수술 교육을 수년간 수행하며 그 공로를 인정 받아 명예회원증을 받은 김 교수는 이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파키스탄, 인도, 필리핀, 홍콩, 싱가폴, 일본, 대만, 중국 , 베트남 등 여러 국가에서 수많은 강의와 수술 교육을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이집트 요르단, 인도, 몽골 등에서 그에게 훈련을 받기 위해서 한국을 찾은 젊은 의사들이 함께 있다. 그는 지속적인 교류와 교육을 통해 다른 나라의 대장암 환자들이 보다 나은 외과적 치료를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인술과 의술 겸비한 의학자 만드는 의학교육자

스승의 권유로 택한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김남규 교수에게 후학 교육은 무엇보다 중요한 사명이다. 이는 김 교수가 스스로를 의학 교육자라 소개하는 이유다. 그는 단순히 의학적 지식만을 전하는 것은 직업학교일 뿐이라며, 교수로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병에 대한 철학, 학문을 대하는 태도 등에 대한 총체적인 교육을 이루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연세대학교에 입학해 만난 훌륭한 교수님들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을 것입니다. 자신을 돌보지 않고 학생과 환자들에게 헌신하던 스승의 모습을 늘 되새기고 있죠. 당시 제가 느꼈던 감동과 존경을 제자들이 얼마나 느끼고 있을지를 늘 고민하곤 합니다. 학생들을 잘 이끌며 훌륭한 후배 의사들을 배출해내야죠.”

암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료인의 한 사람으로서 김 교수는 환자에 대한 체계적 치료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개인뿐 아니라 가정과 사회, 나아가 국가에까지 큰 부담을 주는 질병인 만큼 암 관리와 치료에 대한 지역과 수도권 간 균형을 맞춰야 할 때임을 지적하는 그다. 김 교수는 대학병원의 경우 환자를 진료하는데서 나아가 연구를 통한 의학 발전을 이끌어야 한다며, 수도권 환자 몰림 현상을 해소할 때에야 환자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은 물론 의학 발전 역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아가 수술 기법에 대한 전달과 교육에 힘써서 높고 표준화된 수술이 전국 병원에서 시행 되도록 하는 한편 그간의 경험을 담은 우리말 대장암 교과서 발간을 통해 후학들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학문을 진일보시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대장암 예방을 위한 조언을 남겼다. 생활습관에 의해 발병하는 암인 만큼 절주 및 금연, 적절한 운동에 전통식 한국 식생활이 더해진다면 충분히 예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50세 이상이라면 5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한 용종발견 및 제거를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이러한 내용을 담아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장과 건강에 관한 저서 출간을 계획하고 있다.

앞으로도 꾸준한 연구를 통해 대장암 분야 학문적 발전에 힘쓰는 한편 훌륭한 인성을 갖춘 의료인 양성을 통한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파수꾼 역할에도 성실히 임할 것입니다. 사람은 만남을 통해 성장하는 만큼 학생들을 이끌어 줄 수 있는 좋은 스승이 되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김남규 교수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세브란스병원 대장항문외과

대한 대장암연구회 회장

대한민국 의학 한림원 정회원

대한 종양외과 학회 회장

미국외과학회 한국 지부 거버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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