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취약지역의 산모들에게 희망을 주는 ‘안전한 출산 인프라’
분만취약지역의 산모들에게 희망을 주는 ‘안전한 출산 인프라’
  • 문채영 기자
  • 승인 2018.07.2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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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이 시대적 문제로 떠오르며 이에 대한 실질적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간 적지 않은 규모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었음에도 여전히 출생아수가 감소하고 있고 경영난으로 문을 닫는 산부인과 병원의 폐업도 이어지고 있다. 안전한 출산을 위해서는 출산 인프라를 갖추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 황종윤 단장은 분만 진료 생활권과 광역 진료권을 연계하여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조성을 목표로 강원도의 산모들을 위하여 보다 안전한 출산 환경 구축에 힘쓰고 있다.

황종윤 강원대학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 단장
황종윤 강원대학교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장/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 단장

 

출산 난민문제 해결할 응급 분만 시스템 구축

강원도 내 18개 시군 중 10개 군에는 분만시설이 없고, 그 중에서도 6개 군은 관내 임산부의 70%가 분만실에 1시간 이내에 도착하지 못하는 분만취약지입니다.”

분만취약지의 경우 고위험 임산부에게 응급 상황이 발생 시 대처가 늦어져 합병증 임신 및 임산부 사망률이 높게 나타난다. 최근 늦은 결혼과 고령임신이 증가로 고위험 임산부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 속 분만취약지에 거주하는 임산부들의 불안감 역시 증폭되고 있다.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이 증가하며 이른바 출산 난민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가운데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은 강원도내 대표적 분만취약지인 화천, 양구, 홍천, 인제, 철원의 임산부를 대상으로 24시간 응급 출산이 가능한 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특히 해당 지역 산부인과와 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물론 강원대학교 병원 내 24시간 병상을 확보하는 등 응급 산모 및 신생아들을 위한 촘촘한 안전 그물망을 갖추고 있다.

정상 임신보다 산모와 태아의 위험이 큰 고위험 임산부에게는 보다 세심한 산전 진찰 및 검사가 필요하지만 아직까지는 체계적인 예측 시스템이 부족해 질환이 발생한 후에야 치료가 가능하다는 점 역시 문제점으로 손꼽힌다. 황종윤 단장은 임신중독증이나 조기 진통, 조기 양막 파열 등 다양한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음을 지적했다. 최근 한 연예인의 사례가 이슈가 되며 임신중독증의 위험성이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 2014년부터 고위험 산모신생아 통합치료센터가 설립되며 고위험 산모들을 치료하고 있지만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서비스 역시 위험을 인지하고 센터를 방문한 산모들에게만 제공되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 사업단은 고위험 산모를 미리 발굴하고 관리하는 찾아가는 의료서비스제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4년부터 강원대학교병원에서 고위험 산모들을 진료해온 황 단장은 나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는 단 한 사람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만나왔다. 다행히 그를 찾아온 산모들은 건강히 분만했지만 문제는 그를 찾아오기 전 사망하는 산모가 상당하다는 데 있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고민하던 황 단장은 대부분 임산부가 자신이 고위험 산모임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산모들이 고위험 산모임을 사전에 인지하고 관리한다면 합병증 임신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였다.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 모식도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 모식도

 

손쉬운 사전 진단부터 응급 치료 시스템까지

세상에 없던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산모들을 돕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HWANGS(High risk pregnant Women Assessment Grading System)’이다. 산모들은 임신 등록 단계에서 환자의 정보 및 가족력, 과거력을 입력하면 자신이 고위험 산모인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황종윤 단장은 10개월의 임신 기간 동안 정상 임신에서 고위험 임신으로 갑자기 발전할 수 있는 만큼 4차례에 걸친 선별 검사를 통해 고위험 산모 여부를 판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은 기존에 보건소 및 보건의료원에서 진행하고 있던 임신 등록 사업 내실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 임산부의 고위험 임신 여부 확인을 위한 예측 시스템 개발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이루어졌다. 예측 시스템으로 등록된 고위험 임산부들은 맞춤형 의료기기를 대여할 수 있다. 자가 관리가 가능해지는 것은 물론 측정 결과는 전국 최초로 개발한 고위험 임산부 자가관리 모바일 앱을 통해 사업단으로 전달된다. 해당 앱은 혈당, 혈압, 단백뇨, 태아 심박동 수를 자가 입력할 수 있으며, 해당 데이터는 응급 상담에 활용된다. 등록된 산모들은 24시간 동안 응급산모의료상담이 가능한 핫라인을 구축해 응급 상황 발생 시 강원대학교병원에서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한 HWANGS와 모바일 앱, 사업단 관리 컴퓨터를 연결해 임산부 등록 즉시 고위험 임산부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운영 시스템을 구축하며 임산부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전국 최초 응급 산모 안심 택시운영 역시 눈에 띈다. 이는 강원도내 분만 취약지에 거주하는 고위험 산모를 위한 응급 이송 시스템으로 사업단은 지난 20178월부터 해당 지역 택시 회사와 MOU를 체결했다. 여기에 화천, 홍천, 양구, 인제, 철원 내 460여 대의 택시가 참여하고 있다. 황 단장은 택시 기사들에게 고위험 산모에 대한 기본 교육과 24시간 핫라인 응급상담을 제공하며 산모의 안전한 이송을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없던 인프라를 구축한 만큼 해당 시스템들이 정착되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시스템의 있고’, ‘없고의 차이죠. 응급 산모들을 위한 여러 시스템은 보다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의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지난 201512월 사업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2281명의 임산부가 등록된 가운데 고위험 산모는 26.2%(598)에 달한다. 앱을 통해 6216건의 자가관리가 이루어지 있으며 이 중 고위험 임산부 조기 진단율은 77.6%로 나타났다. 해당 사업에 대한 지역 산모들의 만족도 역시 높다. 2017년 하반기 사업 참여 임산부를 대상으로 한 만족도 및 필요성 조사에서 사업의 필요성은 10점 만점에 9.8, 사업의 지속성은 10점 만점에 9.9를 획득하는 등 긍정적 평가를 얻었다. 이러한 반응에 힘입어 행자부가 주최한 1회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전국 지자체 우수시책 경진대회에서는 최우수상을 수상하여 3억원의 상금을 타기도 했다. 황 단장은 올해도 만족도 및 필요성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사업에 적극 반영하며 사업의 완성도를 높이겠다고 전했다.

초음파을 통해 산모를 진료하고 있는 황종윤 단장. 2004년부터 강원대학교병원에서 고위험 산모들을 진료해온 황 단장은 ‘나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는 단 한 사람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만나온 덕분에, 현재 ‘세상에 없던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고위험 산모들을 돕고 있다.
초음파을 통해 산모를 진료하고 있는 황종윤 단장. 2004년부터 강원대학교병원에서 고위험 산모들을 진료해온 황 단장은 ‘나를 믿고 찾아오는 환자는 단 한 사람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환자들을 만나온 덕분에, 현재 ‘세상에 없던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은 다양한 아이디어로 고위험 산모들을 돕고 있다.

 

 

귀중한 생명 살려내는 안전한 출산 인프라

강원도는 넓은 지역에 비해 분만 기관이 부족한 지역입니다. 이에 안타까운 일들도 많이 벌어지고 있죠.”

황종윤 단장은 2016년 설날에 발생했던 사건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임신 중 발생한 고혈압으로 항 고혈압 약을 복용하던 산모의 일이다. 그는 고혈압 산모의 경우 임신 중독증으로 빠르게 진행되기에 더욱 위험하다고 상담했다. 당시 산모는 설 연휴 기간에 혈압이 조절되지 않아 진찰일을 앞당겨 즉시 교육했지만, 임신 중독증이 중증으로 심해지며 태아가 출산 후 며칠 만에 사망하고 말았다. 해당 사건은 그에게 고위험 산모의 위험성과 이들을 위한 응급시스템의 필요성을 더욱 견고히 각인시켰다.

고위험 산모 모바일 앱을 활용해 소중한 생명을 살려낸 사례도 있다. 노산에 고혈압이 의심되는 환자였는데, 황 단장은 자신이 고혈압이 아니라 생각하고 치료를 거부하던 환자를 가까스로 설득해 고혈압 약을 복용하고 앱에 정보를 입력하게 했다. 그날 밤 해당 환자는 두통을 호소하며 응급 상담 전화를 걸어왔다. 협력병원인 화천 의료원 응급실에서 혈압을 측정한 결과 190/130mmH로 중증 고혈압으로 판단되었다. 이후 환자는 강원대병원 응급실에서 고혈압 약을 추가 투여하고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었다. 사업단의 응급상담 시스템과 협력병원 네트워크, 24시간 응급실 운영 시스템으로 귀중한 생명을 살려낸 것이다. 황 단장은 향후 교육 책자 개발 및 예방을 위한 강의를 진행하며 사업 및 시스템에 대한 인식을 높여갈 것이라 전했다.

 

강원도 넘어 세계 고위험 산모를 위한 모델이 되다

강원도 내 모든 산모들의 안전한 출산이 우리 사업단의 꿈입니다. 강원도 외에도 분만취약지가 많은 만큼 강원도의 안전한 출산 인프라 모델이 다른 지역의 인프라 구축에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이 진행 중인 사업은 오는 2020년까지 강원도 전체로 확산될 계획이다. 이외에도 경상북도와 전라남도 등 분만취약지로의 확산도 기대된다. 해당 사업에 대한 해외의 관심도 뜨겁다. 최근 태국에서 해당 시스템 견학을 위해 강원도를 찾기도 했고 올 8월에는 우간다에서 이 사업의 설명을 듣기위하여 방문할 예정이다. 황 단장은 동남아시아 지역은 물론 여러 개발도상국의 임산부들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길을 여는데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최근 황 단장은 건강보험공단의 빅데이터를 이용해 지난 10년 간 모자보건통계를 조사하고 있다. 그는 예상했던 대로 고위험 임산부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이로 인한 의료비 역시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위험 임신의 다양한 증상과 달리 개별 질환에 대한 맞춤형 의료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가 이러한 고위험 임산부들에 대한 보다 세밀하며 체계적 지원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밖에도 황 단장은 강원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장을 역임하며 지역 내 역량 있는 인재 양성에 힘쓰고 있다.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은 지난 1997년 지역사회 문제 해결을 위한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설립되었다며, 지역 인재들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극대화함으로써 지역 사회 현안 해결에 동참하며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의사 양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우리나라의 전국민 의료보험제도는 전 세계적 모범사례로 꼽히고 있습니다. 많은 국가들의 선망이 대상이 되고 있죠. 하지만 여전히 많은 사각지대가 존재합니다. 이러한 취약점을 개선한다면 우리는 보다 우수한 의료보건 환경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황 단장은 모자보건지표는 한 나라의 의료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라 강조했다. 우수한 의료보험제도를 갖추고 있지만 모성 사망률은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과 함께였다. 그는 보다 안전한 출산 환경을 만드는 데 안전한 출산 인프라 구축 사업단이 일조하겠다며 해당 사업에 대한 의지와 열정을 드러냈다. 모든 산모들이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 저출산 문제 극복의 출발점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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