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하중에 의한 파괴, 그 근본 파헤치는 연구자
극한하중에 의한 파괴, 그 근본 파헤치는 연구자
  • 정이레 기자
  • 승인 2018.07.09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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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세계무역센터 붕괴는 미국 내 구조적 파괴 및 붕괴에 대한 연구를 촉발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충격 및 폭발하중에 대한 구조물의 응답에 집중되었던 초기 연구는 차츰 그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균열의 발생 및 진전사항에 대한 연구로 관심이 옮겨졌다. 균열의 발생과 진전은 건설 구조물 뿐 아니라 항공기 등 기계구조, 자원 채취 시의 암석 등 다양한 장소에서 발생하는 만큼 해당 연구는 우리 사회의 안전성을 한층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 건설및환경공학과 홍정욱 교수
한국과학기술원 건설및환경공학과 홍정욱 교수

 

수치해석기법 기반한 효과적인 구조 및 재료 시뮬레이터 개발

미세균열의 생성과 균열진전, 파편화는 나노 소재부터 건설재료, 암석, 우주 항공재료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나타나는 파괴현상입니다. 기술이 발전하고 인류의 생활반경이 확대됨에 따라 극한환경 내 다양한 속도의 하중에 대한 내구성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죠.”

극한하중(충격 및 폭발)을 고려한 효과적인 구조 및 재료 시뮬레이터의 개발을 주제로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과학기술원 건설및환경공학과 홍정욱 교수는 최근 다양한 균열의 메카니즘을 이해하고 적용하기 위한 기술의 발전이 요구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해당 기술을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여러 재료에 대해 고속의 하중조건과 매우 높거나 낮은 온도조건이 모두 고려된 연구가 필요하다. 이에 홍 교수 연구진은 충격과 폭발 등 고속하중에 의한 재료 및 구조의 파괴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관련된 다중 스케일 수치해석인 Peridynamics 수치해석기법과 실험기법을 세계적 수준으로 발전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연속체역학은 재료의 비연속성을 고려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비연속성을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여러 부가적인 조건을 인공적으로 부여해야 한다. 이에 다양한 수치해석적 방법이 제안되었지만 균열의 발생과 성장, 파편화를 묘사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러한 가운데 Peridynamics 해석기법은 균열의 생성, 진전, 병합 등을 묘사하는 데 효과적인 기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는 세계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활발히 개발되고 있는 기법이기도 하다. 미시간주립대에서 조교수로 있던 당시 이 방법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홍 교수는 2009년에는 미국 국방부 산하 공군연구처에서 수여하는 젊은 과학자상을 수상하며 그 역량을 인정받았다. 2013년 미국국방부는 차세대 7대 연구과제 중 하나로 재료파괴를 묘사하고 예측할 수 있는 시뮬레이션 방법론 개발을 선정, 대형연구센터로 MURI(Multidisciplinary Research Program of the University Research Initiative) Center for Material Failure Prediction through Peridynamics를 발족시킨 바 있다. 이는 기존의 재료 및 구조물의 파괴해석과 설계가 한정적이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으로, 해당 분야 연구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현재 홍 교수가 제안한 연구는 지난 2014년 한국연구재단의 도약과제로 선정되어, 수치해석기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다양한 산업 안전 담보하기 위한 이론적 토대 마련

홍정욱 교수의 이번 연구는 넓은 범위의 변형속도를 가지는 다양한 하중조건에서의 재료변형을 이해함으로써 균열 및 파편화를 효과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수치해석기법을 개발할 수 있다는 데서 그 의미가 크다. 이는 방호 및 방폭 구조물 해석 및 설계, 고속철도 및 항공기 등의 고속이동체 구조물의 내구성 해석, 셰일가스 채취기술 개발, 극한지의 구조물 내구성 해석, 피로균열해석, 극지 LNG 탱크 내구성 분석 등에 적용될 수 있다. 이밖에도 군사기술에까지 확대될 수 있는 만큼 산업 구조의 변화에 대응함에 있어 필수적인 연구임을 확인할 수 있다.

연구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홍 교수는 장비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미국의 경우 주요 연구기관에 구축되어 있는 고속충격실험용 가스건이지만 국내에서는 보유한 기관이 없어 실험을 수행할 방법이 요원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건설기술연구원과 극한성능실험센터 등에서 고속 가스건을 확보하며 보다 폭넓은 실험이 가능해졌다. 홍 교수는 폭발실험의 경우 군사기술로 분류되어 여전히 실험이 여의치 않은 상황임을 토로했다.

한편 홍 교수는 차세대 원전구조물의 면진성능에 대한 연구와 층간소음 저감용 하드패널 개발 등의 연구를 진행 중이다. 최근 경주와 포항의 지진으로 원전구조물의 내진 및 면진성능에 대한 중요성이 새롭게 대두되고 있기에 더욱 기대를 모으는 분야이기도 하다. 나아가 가거초 해양기지의 태풍에 의한 파력에 대한 내구성 연구를 이어가고 있는 홍 교수는 향후 셰일가스 굴착용 굴절식 로봇의 지하굴진 시 필요한 추진력에 관한 연구를 수행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현재까지의 연구 성과를 보다 다양한 분야에 적용하고자 합니다. 최근 드론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며 이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지만, 드론이 시설물이나 차량 등에 충동했을 시 발생하는 피해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향후 드론이 시설물에 충돌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피해에 대한 수치해석 및 실험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극한하중에 의한 파괴에 대한 연구의 지평을 넓히다

홍정욱 교수는 수치해석 및 컴퓨팅 분야의 국제저널 중 하나인 Computers and StructuresAdvances in Engineering SoftwareEditorial board member로 활동하는 한편 국제 컨퍼런스 SPIE의 커미티 멤버로 활약 중이다. 2016년 전 세계 1500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개최된 World Congress on Computational Mechanics(WCCM) 국제학회의 Local organizing committee 위원 및 홍보위원회의 위원으로 학회준비 및 행사진행을 하는 등 폭넓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밖에도 대한토목학회와 한국전산구조공학회, 한국전산역학회 등에 몸담고 학문 발전을 위해 힘쓰는 모습이다. 그는 올해 계산역학분야의 다양한 국제행사를 국내에서 개최할 예정이라며, 이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 행사 준비에 만전을 다하겠다는 다짐과 함께였다.

미국에서 연구할 당시 3년 과제의 경우 1, 2년간은 간단한 보고서만 제출하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성과가 단기간 안에 나오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하지만 국내에서는 첫해부터 관련 논문과 특허 등의 결과물을 내는 것이 요구됩니다.”

홍 교수는 첫해부터 연구결과가 나오는 연구가 과연 새로운 연구인가 하는 의문점을 던졌다. 그가 미래지향적 연구의 경우 2년 정도는 기다려줄 수 있는 연구과제 트랙이 생겨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그는 특히 자연과학 분야는 긴 호흡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국내의 고속·초고속 하중에 의한 재료와 구조의 파괴에 대한 수치해석과 실험 관련 전문가는 선진국과 비교할 때 매우 적은 수준입니다. 특히 음속이상의 급속충격과 대용량 폭발에 대한 해석을 수행할 수 있는 전문가는 손에 꼽을 정도죠.”

홍 교수는 국내에도 이 분야에서 활약할 수 있는 제자들을 배출해 국가와 국민생활의 안전 향상에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산업의 흐름이 바뀌고 있는 요즘, 무엇보다 중시 되어야 하는 것은 안전일 것이다. 구조물에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위험성에 대한 근본적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홍 교수는 보다 안전한 미래 사회를 위한 기틀을 닦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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