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중한 가족인 반려동물, 진심을 다하다
소중한 가족인 반려동물, 진심을 다하다
  • 문채영 기자
  • 승인 2018.09.20 13: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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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 한국임상수의학회를 통해 처음 소개된 단어, ‘반려(伴侶)동물’. 이 단어는 물론 집안에서 동물을 기르는 가정이 생소했던 시절, 한 소년은 어릴 적부터 강아지와 함께 자랐다. 강아지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족이었기에 그들을 돌보고, 치료하는 의사가 되고 싶었던 그. 이 이야기는 반려동물이라는 말이 보편화된 오늘날, 보호자에게는 안심을, 동물에게는 사랑을 주고 싶다는 20년차 수의사 닥터K동물병원 고혁진 원장의 이야기다.

안산 닥터K동물병원 고혁진 원장
안산 닥터K동물병원 고혁진 원장

 

다섯 마리의 강아지를 혼자 받으며 깨닫게 된 수의사의 길

수의사에 대해서 잘 몰랐던 어린 시절, 그저 동물들에게도 사람처럼 의사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했다는 고혁진 원장.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계기는 우연처럼 그를 찾아왔다. 키우던 강아지가 어느덧 성견이 되어 새끼를 낳게 된 때, 당시에는 동물병원이 지금처럼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당시 그가 살던 지역은 과천. 동물병원이 적었던 것처럼 실력 있는 수의사도 드물었다. 소위 말하는 명의를 찾아가려면 서울까지 올라갔어야 했으나, 하필이면 밤에 위기가 찾아왔다. 때마침 가족들 역시 집을 비워 집에는 고 원장 혼자만 남아 있었다.

낑낑거리던 아이를 지켜보다가 소매를 걷었죠. 7시간 동안 자연분만을 했습니다. 책을 찾아보며 분만을 돕다가, 병원 전화번호를 찾아 수의사 선생님에게 분만 시 주의사항과 이야기를 들으며 준비했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서 새끼를 다섯 마리 모두 무사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막연하게만 꿈꿔왔던 수의사라는 직업이 마음에 와닿았어요. 꼭 아픈 동물 낫게 해주는 수의사가 되어야겠다고 진로를 굳혔죠.”

그가 공부했던 당시에는 수의학이나 교육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발달하지는 않던 때였다. 때문에 무엇이든 직접 발로 뛰었어야 했노라고 고 원장은 소회했다. 덕분에 외과적 기술이나 진단기술에 목말라하고 있었던 당시 그가 택한 선택은 다름 아닌 미국 유학이었다. 미국서 정형, 성형, 외과 수술을 공부하던 고 원장은 다행히 좋은 멘토를 만나 당시 한국에서는 생소했던 암수술센터에서도 6개월간 일할 수 있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이후에도 자신이 미국에서 배워 온 선진 기술을 열심히 주위에 전파했다. 미국과의 인연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사정으로 인해 내분비장애를 앓고 있던 강아지와 함께 미국으로 떠난 보호자가 계셨습니다. 당시 강아지는 꾸준한 연계치료가 필요했지만, 한인이 운영하는 병원이 없어 보호자의 고민이 많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우연히 저와 인연을 이어가고 있던 미국 수의사가 그 강아지를 치료하게 됐어요. 당시 국내에서 통역을 요청받았던 저는 그때부터 국제전화로 미국 수의사의 말을 통역해 보호자에게 전달하고, 무사히 치료를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치료는 보호자가 미국에 체류하고 있던 2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이후 보호자가 한국에 돌아오신 뒤에는 먼 거리에 있었음에도 저를 계속 찾아오셨죠.”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십여 년째 연락이 오고 있다며 감사함을 드러낸 고 원장. 이렇듯 동물병원의 역할은 비단 동물만을 진료하는 데 있지 않다. 동물을 매개로 한 그 너머의 사람에 대해서 항시 염두에 두어야 한다는 그에게서는 진심이 엿보였다.

 

동물만이 아닌, 동물과 사람을 아울러 대하는 일

동물은 사람의 영아와 같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그 아이뿐만 아니라 부모와 이야기를 해야 하죠. 수의사도 마찬가지입니다. 궁극적으로 보호자의 마음이 편해야 동물도 편해집니다. 이 때문에 보호자가 수의사를 신뢰할 수 있게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죠.”

고혁진 원장은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가 되면서 오해를 받고 있는 '과잉진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가령 섭식장애를 호소하는 애견이 있을 경우 수의사는 지금 당장 급한 불만 끄는 치료만 할 것인가, 시간이 걸리더라도 철저한 검사를 진행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할 것인가의 갈등을 겪게 된다. 이때 검사단계가 길어지면 보호자는 과잉진료로 오해하기 쉬운데, 이에 대해 고 원장은 수의사와 보호자 사이에 신뢰 관계가 원활히 형성되지 않았을 때 생기기 쉬운 오해라고 전했다.

이는 반려동물이 사람과 잘 공존하기 위해 필요한 중성화수술을 대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간혹 반려동물의 중성화수술이 필수적이냐는 질문을 듣는다는 고 원장은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 수컷 반려동물의 대표적인 문제점인 마킹공격성을 예로 든 그는 중성화수술을 통해 마킹과 공격성은 물론, 성적 스트레스를 줄이고, 동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고 전했다. 또한, 암컷 역시 중성화수술만으로 발정은 물론, 난소 낭종, 자궁축농증, 유선암 등의 생식기 질환을 미연에 막을 수 있다. 수의학적 관점에서도 중성화수술은 사람과 일생을 함께 살아가는 반려동물에게 있어 필수에 가까운선택이라는 그다.

성호르몬으로부터 반려동물을 지키는 일이기에 성징이 오기 전에 수술을 마치면 반려동물은 정신적 충격 없이 행복하게 평생토록 살아갈 수 있다. 물론 보호자에게는 아이를 입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큰 수술을 결심해야 하는 만큼 불안감도 크겠지만, 고 원장은 인터넷에 의존하기보다는 일선 수의사의 판단을 믿어달라고 당부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수의사와 보호자 사이의 신뢰 관계가 잘 형성되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어느덧 반려동물 천만시대다. 수의사의 역할과 관련 제도도 그에 따른 체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닥터K동물병원 고 원장. 향후에도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이 키우는 개, 고양이들과 함께 아울러 유기동물을 비롯한 아픈 동물을 낫게 하고 싶단다. 언제까지나 어릴 적 꿈꿔왔던 따뜻한 수의사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따스한 미래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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