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학제적 국제교육협력네트워크 구축으로 암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다학제적 국제교육협력네트워크 구축으로 암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
  • 오현지 기자
  • 승인 2018.07.1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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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3년 통계작성 이래 암은 국내 사망원인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전체 사망자의 27.8%가 암으로 사망했을 만큼 암은 국민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희소식도 있다. 한국의 암환자 5년 이내 생존율이 70%에 달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운데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암 연구 및 치료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며 암 정복을 향한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박종배 대학원장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박종배 대학원장

악질 종양교모세포종 발생 기전 규명

대부분 종양은 조기에 발견되면 외과적 수술이나 방사선 항암치료에 의해 병변을 잘 치료하여 완치가 가능하다. 특히 영상의학의 발달과 신약개발의 비약적 발전은 암 환자들의 생존율을 대폭 높이는 계기였다. 하지만 교모세포종의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교모세포종은 뇌암 중에서도 가장 예후가 좋지 않은 암으로 평균 생존기간이 2년에 채 달하지 못하는 위험한 암종으로 손꼽힌다. 대부분의 환자들이 재발과 기존치료에 대한 저항성으로 인해 사망에 이르고 마는 까닭이다. 이렇듯 낮은 완치율의 이유로 뇌종양의 침윤성을 꼽을 수 있다. 박종배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교 대학원장은 뇌종양은 다른 종양과 달리 스펀지에 물이 스며들 듯 초기단계부터 암세포가 다른 뇌조직으로 쉽게 침투한다고 설명했다. 외과적, 항암치료에도 불구하고 재발이 발생하고, 이를 통해 저항성이 유발되는 것이다.

뇌암의 매우 높은 침윤성에 대한 연구는 1900년도 초기부터 시작되었다. 1940Hans-Joachim Scherer 박사는 뇌암의 침윤이 정상적인 뇌조직을 이용하여 일어나고 그중에도 신경회로를 구성하는 미엘린 엑손 구조를 따라 일어남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8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 정확한 분자기전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박사 후 연구원을 진행하던 당시 미엘린에 의해 정상적인 세포들이 침윤을 하지 못해 신경재생이 어려움을 밝혀내고, 이를 극복하는 방법을 연구했습니다. 그 가운데 뇌종양세포는 정상세포와 달리 미엘린 구조를 통해 침윤함을 알게 되었죠.”

이어진 연구 끝에 박 대학원장 연구실은 뇌종양의 악성화 과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종양줄기세포가 신경회로를 통한 침윤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고 특히 분비물질과 세포 표면의 단백질들을 통해 이러한 이동이 조절됨을 밝히는데 성공했다. 신경회로를 통한 침윤은 분비물질에 의한 조절 이외에도 신경회로망 내에서 뇌종양세포의 대사, 줄기능, 주변 면역세포와의 상호작용 등을 통해 이루어짐을 규명한 것이다. 현재 박 대학원장은 신호전달과정을 저해하는 물질을 개발함으로써 치료에 대한 희망이 없는 뇌종양환자에게 새로운 치료기법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뇌암 침윤 유도 분비 물질 발굴 및 기전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해당 연구를 통해 밝혀낸 분자기전 정보는 신경재생 및 재생의학을 연구하는 기초 연구자들에게 새로운 지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뇌종양의 침윤, 진화 연구로 완치에 도전하다

환자의 조직으로부터 분리한 환자유래세포가 핵심인 뇌종양연구지만 한해 약 1,000명 미만의 환자에게서 발병하는 희소한 암이라는 점은 이번 연구의 난관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그 조직과 환자 유래물을 얻는 데 어려움이 따른 까닭이다. 박종배 대학원장은 처음으로 공동연구를 제안했던 이승훈 교수(을지대), 유헌 교수(국립암센터), 곽호신 교수(국립암센터), 신상훈 교수(국립암센터)와 남도현 교수(성균관대), 강석구 교수(연세대) 등 많은 국내 임상교수들의 도움으로 이번 연구를 진행할 수 있었다며 감사를 전했다. 현재도 신경회로를 통한 침윤 연구를 위한 국내외 교수들과의 공동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뇌종양세포는 미세아교세포(microglia), 혈관내피세포(endothelial cell), 성상교세포(astrocyte) 등 다른 정상뇌세포와 소통을 통해 침윤하고 진화한다. 박 대학원장은 이러한 과정 속 각 세포의 기능과 역할을 규명하고, 그 상호작용을 저해하는 방법을 알아내고자 뇌종양 침윤 시 주변 정상세포와의 신호전달기전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이 역시 새로운 개념의 치료기법을 제안하기 위한 것이다. 최근 들어 뇌종양의 subtype이 이들 정상세포와의 interplay 협업을 통해 subtype을 전환시켜 기존치료에 대한 저항성을 유도함을 밝힘으로써, 뇌종양세포의 가변성을 조절하는 기전을 연구하는 것이 치료저항성 연구의 핵심임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최근의 멀티오믹스연구(암유전체에서 단백체 임상기록을 포함한 데이터)가 기존 뇌종양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 줄 것이라며, 이를 토대로 한 개방형 연구 인프라 및 연구협력체를 구축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까지 뇌종양의 침윤과 진화에 대해 연구해왔습니다. 초기에는 단순히 침윤과 진화를 유도하는 조절인자를 발굴하고, 그 저해기법을 개발하고자 했지만 연구를 진행할수록 암세포는 매우 영리하고 진화적으로 강한 적임을 알 수 있었죠.”

단순히 진화과정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완치를 기대하기 어려움을 깨달은 박 대학원장은 기존 연구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암의 진화과정을 맵핑하고, 이를 통해 진화의 길목을 미리 기다리는 치료기법을 개발한다면 현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종양생물학 연구를 통해 얻은 데이터를 활용해 종양진화의 과정을 모델링하고 각각의 초기인자들이 결과적으로 어떤 형태의 진화적 다양성을 유도하는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정밀의료(precision medicine)에서 더 나아가 예측치료(prediction medicine)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러한 치료만이 고착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완치율을 현저히 증가시킬 수 있을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다학제적개방형 공유 플랫폼, 세계 암 컨트롤타워 될 것

앞으로의 종양연구는 종양세포 내의 신호전달 기전 뿐 아니라 주변세포와의 작용 및 유전체부터 단백체의 활성조절에 이르는 유전자코드 분석, 시간에 따른 종양의 진화 등 매우 복잡하고 표준화되지 않은 정보들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박종배 대학원장은 앞으로의 암 연구를 위해서는 종양생물학자, 생물정보학자, 수리생물학자, 병리학자, 분자영상의학자, 종양내과학자, 종양면역학자등 다학제적인 연구가 필수적임을 거듭 강조했다. 이러한 연구를 위해서는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연구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하나의 임상적 수요에 대해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박 대학원장이 사업단장을 역임하고 있는 국립암센터 암단백유전체 사업단은 이러한 개방형 공유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박 대학원장은 환자치료과정에서 임상적 특징을 가진 환자시료를 수집하여 그 시료의 유전체에서 단백체까지의 정보를 분석 및 가공표준화하여 개개의 임상연구자에게 제공, 임상데이터와 함께 이를 개방형 플랫폼에서 공유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과제는 2016년 한미일 보건장관회의에서 국제표준형 암단백유전체 생산을 목표로 제안되었으며, 오는 2021년까지 국내의 희귀난치암에 대한 데이터를 생산 표준화하며 국제컨소시움과 함께 앞으로의 암 연구를 선도할 전망이다.

한편 박 대학원장은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의 대학원장으로서 차세대 암정복 리더 양성을 이끌어가고 있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은 그간 국립암센터가 국가 암관리와 연구의 컨트롤타워로서 쌓아온 노하우를 토대로 차세대 암 연구를 선도할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2014년 설립되었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최근 암 연구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유전체와 단백질 등 지금껏 알려지지 않은 코드들이 밝혀지며 나타난 결과를 토대로 원인을 유추하던 연구에서 정보를 바탕으로 예측하는 생물학으로 바뀌어가고 있죠.”

한국이 암 연구의 국제적 선도그룹으로 부상한 것 역시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학의 설립 이유 중 하나다. 우리나라의 암 환자 5년 생존율 70%는 세계적으로도 최고 수준으로 손꼽힌다. 박 대학원장은 암종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일반적으로 미국이나 일본보다 더 나은 수준의 암 치료 및 관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의료서비스의 발전상은 주변 개발도상국에게 롤모델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주변 저개발국가 및 개발도상국의 암 연구 및 치료 인력 육성에 무게를 싣는다. 현재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인도네시아 국립암센터 관련 핵심 멤버들이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라오스 국립암센터 설립의 핵심멤버가 본 대학원대학 졸업생인 것은 물론 베트남의 경우 베트남 국립암연구소와 하노이의대와 협약을 체결, 교육협력 네트워크 구축과 암 전문가 양성에 팔을 걷어붙이는 모습이다. 박 대학원장은 각 국가의 인구수를 합치면 10억 명에 육박한다며, 이들 국가에 한국형 의료시스템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 말했다.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교육은 아프리카에도 제공되고 있다. 동아프리카 5개국의 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는 우간다 국립암센터와 협약을 체결, 핵심 인력들 교육을 도맡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간다 국립암센터의 의사와 간호사, 영상기사, 약제사 및 암 관리 관련 연구자들이 국제암대학원대학교에서 훈련을 받고 있다. 박 대학원장은 전 세계적으로 암이 가장 중요한 질병으로 인식되고 있는 만큼 각 국가들과 장기적으로 긴밀한 협조를 유지하는 한편 관련 사업을 확장하며 각 국가의 의료시스템 마련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전했다.

한편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교육은 정부 지원 없이 병원 수익과 발전기금 등으로 유학생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박 대학원장은 향후 지원이 확대된다면 훨씬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암 연구 선도할 차세대 리더 양성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국내외 다양한 연구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국제교육협력네트워크를 구축했다. 이곳에서 개발도상국의 많은 차세대 리더들이 교육을 받고 본국으로 돌아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박종배 대학원장은 앞으로의 암 정복을 위한 세계적 연구 교육 협력의 공유타워로서 기능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내놓았다.

차세대 암 연구 리더는 다학제적이며 창의적인 사고를 통한 새로운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연구자들입니다. 나아가 국제적 네트워크를 통한 협력연구를 수행하는 것은 물론 이러한 정보들을 공유하며 전 세계의 암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리더를 양성하는 것이 저희 대학원대학교의 목표죠.”

현재 인류는 지금껏 만나온 질병 중 가장 강력한 이라는 질병과 싸우고 있다. 암 관련 연구는 단기간의 투자만으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운 것은 물론 국제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또한 쉽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국제암대학원대학교는 다학제적 교육과 연구에 개방과 공유를 통한 장기적 계획을 더하며 암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제암대학원대학교의 활약과 함께 우리나라가 전 세계 암 연구 및 치료의 일번지로 우뚝 솟을 날이 머지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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