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반영하는 예술, 끝없는 열정으로 나아가다
현재를 반영하는 예술, 끝없는 열정으로 나아가다
  • 김윤혜 기자
  • 승인 2018.07.16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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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깨치기 전 미술에 먼저 눈 뜬 아이가 있다. 한글을 따라 쓰며 선과 원의 조화를 읽은 아이는 자연히 예술의 길을 걷게 되었다. ‘다름에 대한 확고한 철학으로 그만의 예술의 길을 개척하며 주목받고 있는 윤영수 작가. 과거를 답습하지 않고 현재를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세계관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흥미와 더불어 신선함을 느끼게 한다. 현대 사회의 필연적 흐름인 자본주의와 우리는 어떻게 어우러져야 할 것인가. 경제력에 사로잡히고 창의력을 잃어 모방이 만연한 사회에 일갈을 가하는 그의 작품 세계로 초대한다.

윤영수 작가
윤영수 작가

 

현대 도예의 새 지평 여는 예술가

윤영수 작가에게 예술은 곧 운명이었다. 어린 시절 그에게 한글은 문자의 개념 이전에 마치 그림처럼 다가왔다. 막내의 소질을 꿰뚫어 본 아버지는 꼭 예술가로 키우라는 유지를 남기셨다. 일찍이 명확한 길을 찾아 예술을 업으로 삼은 윤 작가는 첫 번째 운명으로 도자기와 만났다. 건국대학교 예술대학 공예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산업미술대학원 산업공계 산업도예세부전공을 졸업한 이후 그간 개인전만 8회를 열었다. 도자기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오며 정체성을 찾아온 그는 신세계갤러리 인천점에서 지난달 19일까지 열린 도예와 명품의 만남-하이브리드아이콘(Hybrid-Icon)’에 모든 것을 담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작가로서 저만의 유머러스한 방식으로 작금의 상황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정해진 틀만의 한계에 부딪힘을 넘어 오롯이 당대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습니다. 저만의 색깔을 담아 제가 속해있는 분야의 현재를 말하고자 하는 겁니다.”

그는 전통을 이어가며 과거를 소재로 사용하는 행위는 문제 될 것 없으나 과거를 모방하고 반복하는 방식은 지양한다고 강조한다. 달항아리 등의 전통성 자체인 모양을 벗어나 윤 작가는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접근해 주목받았다. 금번 전시회 역시 도자기 예술의 한계와 물질에 점령당한 현대인의 나약함을 동시에 표현하고자 하이브리드 작업 방식을 택했다. 백화점의 명당자리를 차지한 명품관 속 브랜드 로고는 대표적인 물질 만능주의의 상징이며 그의 작품 속에서는 유머러스하며 날카로운 풍자 요소로 등장한다. 그는 무분별한 맹종을 꼬집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에 현대 사회의 아이콘인 캔맥주, 콜라병, 막대사탕을 흙으로 빚어냈다. 문양 기법으로 새긴 명품 로고는 돈의 권력에 취한 현대인을 빗댄 것이다. 부러움의 대상인 명품 로고는 그의 작품 위에서 위트 있는 풍자로 비친다. 실제로 접한 그의 작품들은 이색적인 제작방식과 다채로운 도예 기법이 가미되어 흥미롭다. 흙 위에 화장토로 무늬를 만들었고 그 위에는 전통과 현시대의 소재를 접목하는 상감기법을 적용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상감기법에 금, 스와로브스키, 스톤, 플래티늄 등의 소재를 사용했다. 윤 작가는 예술가는 꿈을 꾸는 자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지금(只今)을 전하고 판타지를 자극하는 직업이 바로 예술가이지요. 자신만의 생각을 펼쳐 방향을 제시할 줄 알아야 합니다라며 예술은 결코 수학이나 과학처럼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라고 미소 지었다.

 

사진과 도예의 결합, 자신만의 색깔 갖추다

윤영수 작가의 예술적 투혼은 그의 활동 범위를 넓혔다. 관람객이 전시회에서 작품의 실물을 감상하기 전 작가의 세계가 담긴 팜플렛을 본다. 전시회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표현해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는데 윤 작가는 열정이 느껴지는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그룹 전시회를 할 당시 제가 제출한 작품 사진이 갤러리 포스터로 제작된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작품이 완성된 후 사진 촬영을 의뢰할 때마다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해 제가 직접 작품 촬영을 시작했고 현재 제 작품 세계를 넓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촬영 경험이 많지 않았지만 제 사진으로 무언가를 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보통 스튜디오에 작품 사진 촬영을 의뢰할 때, 작가가 담아낸 작품 속 의도보다 기본적인 사진 촬영방식 안에서만 촬영하게 경우도 다수다. 윤 작가는 직접 그의 작품 사진을 찍어 대형 출력해 전시하기 시작했다. 이에 제가 잘하는 부분을 활용해 저 자신과 작품을 극대화해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었습니다. 내가 나를 만드는 것이 예술이지요라고 말하는 윤 작가. 남다른 소신을 지닌 인물임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해당 전시에서도 윤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내며 그만의 장르에 접근한 ‘Potterait’(PotterPortrait의 합성어) 사진 시리즈를 만날 수 있었다. 흙을 빚고 무늬를 새기고 유약을 발라 가마에 넣어 불로 구워내는 과정으로 도자기의 숨결이 살아난다. 이러한 도자기는 빛을 다스리는 카메라로 촬영하면 비로소 사이즈의 한계를 극복한 예술작품이 된다.

윤 작가의 작품을 접한 관람객은 다소 정체성의 혼돈에 빠질 수 있겠으나 곧 비판적 시선으로 접할 것이다. 도자기의 편견이 깨지고 그가 표현하고자 한 이야기들을 작품을 통해 듣고 생각할 것이다. 그만의 독창적인 개성으로 인정받기 시작한 Potterait를 보며 우리들 또한 흔한 속성에서 탈피해 완전히 다른 세계에 당도할 수도 있을 것이 분명하다.

 

예술 향유, 가까은 곳에 있다

윤영수 작가는 SEDEC와 계약 작가로서 기업과의 오랜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전개하며 대중과 지속적으로 소통 중이다. 협업에 참여할 때는 개인의 예술적 감각과 소비자 욕구의 접점을 찾는다. 제품으로 생산되어 소비자가 곁에 두고 사용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이 그에게 주어진 역할이다. 국립경인교육대학교 교육대학원 강사와 국립경인교육대학교 평생교육원 강사로 일반인에게 예술의 문을 넓혀주는 교육활동도 활발히 수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경기세계 도자비엔날레 광주 주제전 초대작가로 초청돼 교감을 넓힌 바 있다.

작가가 각자의 생각을 펼쳐 다양성이 모여 큰 맥을 형성한다면 우리 문화의 힘이 강성해지는 계기가 될 겁니다. 이는 제가 꾸준히 작업을 하고 길을 찾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많은 작가들이 그만의 개성을 담은 작품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보다 다양성에서 좀 더 자유로워지고, 다름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전제조건으로 삼는다면 무궁한 발전으로 이어지리라 믿습니다.”

윤 작가의 SNS는 예술에 푹 빠져있는 일상을 그대로 전한다. 하루 중의 대부분을 인천에 위치한 공방에서 쉴 새 없이 작업에 전념하고 있는 그다. 그는 올해 서울 통인갤러리와 대전에서 예정되어 있는 2회의 초대 개인전과 더불어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할 예정임을 밝혔다. 윤 작가는 지금까지 해왔던 작업을 보며 동기 부여가 강했던 예술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있다. 내 안에서 정리가 되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진행될 것 같다며 넌지시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늘 같은 것만 보지 않고 역발상을 꾀하는 그는 예술 행위에 대해 마음을 먹는다라로 표현한다. 그 자신이 마음을 먹고 작업을 하는 것이 곧 예술이며 완성된 작품은 그를 투영한다. 새로운 도자 입체작업과 대형 디지털 이미지 작업을 병행하며 해외 아트페어 참가 계획을 밝힌 그는 그야말로 새로운 도예 분야의 길을 다져갈 것이다. 현 시대의 생동감을 입고 다른 방식으로의 고민을 멈추지 않는 그. 앞으로 윤 작가가 만들어갈 그만의 길은 특별하고도 조화로운 빛이 드리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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