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비슷한 유전체 가진 개의 NK세포 활용한 면역세포치료제
인간과 비슷한 유전체 가진 개의 NK세포 활용한 면역세포치료제
  • 오현지 기자
  • 승인 2018.07.06 15:1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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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을 망설이게 하는 폭염과 미세먼지 등에 노출된 우리 신체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면역력일 것이다. NK세포(자연살해세포)는 체내에 침입한 병원균이나 바이러스, 암세포 등 비정상 세포를 구별하고, 직접 파괴한다. NK세포 활성화는 면역 관련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인다.

공주대학교 특수동물학과 김상기 교수
공주대학교 특수동물학과 김상기 교수

 

개의 NK세포 이용한 암 치료제 연구

우리 몸의 면역세포인 NK세포는 이미 의학계에서 제4의 암치료법으로 주목할 정도로 그 중요성을 인정받고 있다. 공주대학교 특수동물학과 김상기 교수가 진행 중인 강력한 개 NK 세포의 대량 증폭시스템 확립 및 NK세포를 이용한 항암·항바이러스 면역세포치료제 개발' 연구는 개의 NK세포를 이용한 암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한다.

김 교수는 해당 연구를 통해 개로부터 얻은 소량의 말초혈액에서 단핵 백혈구만을 분리한 후 이를 체외 배양하며 NK세포만을 선택적으로 대량 증식시키는 기술을 확립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체외 증폭된 NK세포는 암세포에 대한 매우 강한 살상능력을 갖는다. 또한 개 디스템퍼바이러스의 감염을 차단하고 이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사멸시키는 효과가 입증되었다. NK세포를 암이나 바이러스감염 치료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활성화된 강력한 NK세포를 대량으로 여러 번 주사해야 한다. NK세포의 체외 대량 증폭기술에 기대가 모아지는 이유다.

“NK세포는 T림프구 등의 면역세포와 달리 다른 개체에 주사하여도 이식편대숙주병(주사한 공혈 면역세포가 수혈자의 장기를 공격하여 파괴하는 심각한 부작용) 등의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지 않습니다. 즉 동종(allogeneic) 요법이 가능해 정상개체의 NK세포를 암 환자나 바이러스감염 환자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최근 과학의 발달과 함께 인류의 수명이 연장되었듯 개의 평균 수명 역시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는 노령성 질병으로 이어져 개의 암 발생률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김 교수는 개의 암 발생률은 사람보다 현저히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개의 백혈병 발병은 사람의 두 배, 유방암은 4, 골육종 등 뼈에 발생하는 암은 8, 피부암의 경우 35배나 높은 발생률을 나타낸다. 개의 암 치료를 위해 사람과 마찬가지로 외과적 수술, 항암 화학요법, 방사선치료의 3가지 치료법이 활용되고 있지만 완치율이 낮을 뿐 아니라 부작용이 심하고, 재발률이 높아 새로운 치료법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사람과 유사한 유전체 지닌 개, 암 정복의 단서 될 것

개의 암발생률은 사람에 비해 현저히 높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런 만큼 강력한 항암 기능을 가진 면역세포치료제가 개발되어 임상에서 실용화된다면 부가가치 창출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높은 산업성과 공익성으로 세계 바이오 시장으로의 진출도 노려봄직 하다. 김상기 교수는 면역세포치료제 중에서도 가장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NK세포를 이용한 암 면역세포치료법을 확립한다면 암과 같은 난치성질병으로 고통 받는 개의 삶의 질 향상과 수명 연장에 기여할 수 있으며, 막대한 의료비 절감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또한 개의 암 치료법 개발은 사람의 암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의 실질적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최근 개의 유전체(genome)를 판독한 결과 인간과 매우 유사하다는 사실이 발견되었으며, 개에서 자연적으로 발생된 암의 유전적, 분자 생물학적, 병리조직학적 양상과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암치료법에 대한 반응이 사람에서 발생되는 암과 거의 비슷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까닭이다. 그간 실험용 쥐를 활용한 동물실험을 통해 개발된 암 치료제는 사람에게 거의 효과를 보이지 않거나 사람에게 심각한 독성을 유발해 사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쥐와 사람 간 유사성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반면 개의 경우 사람과 높은 생물학적 유사성을 보이는 만큼 개에서 암에 관한 연구는 사람 또는 실함동물만을 대상으로 한 암연구와 차별화되는 귀중한 정보를 제공하며, 새로운 암치료법 개발 및 효능 평가 등의 연구 분야에서도 점차 그 가치를 주목하고 있다.

개의 유전적 다양성은 사람과 매우 비슷합니다. 특히 암 발생과 관련한 많은 유전자군(gene family)은 실험용 쥐에 비해 훨씬 더 사람과 유사하기에 개를 활용한 연구로 그간 지적되던 동물실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됩니다.”

면역계가 손상되지 않은 개체에서 자연적으로 암이 발생하며, 암의 종류도 사람처럼 다양하다는 점 역시 개의 암 치료법 개발이 사람의 암 극복의 발판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김 교수는 개에서 새로운 암치료법을 개발하는 연구가 사람의 암을 극복하기 위한 연구에 중요한 근거자료로 활용되는 것은 물론 개 난치성질환 치료제 개발은 경제적과학적으로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면역세포에 대한 연구를 위해서는 각 세포의 종류에서 특이적으로 발현하는 분자를 확인할 수 있는 항체와 기능 및 활성 등에 필요한 사이토카인 등의 시약이 필요하다. 김 교수는 사람 및 실험용 쥐에 비해 개 면역세포에 대한 연구는 활성화되지 않아 개 전용 항체 및 사이토카인 등의 시약을 구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놓았다. 또한 수의학 분야에서는 아직 암 면역치료에 대한 인식이 낮아 관련 연구비 지원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다는 점 역시 이번 연구의 어려움 중 하나다.

 

사람과 동물의 암 정복을 위한 초석을 쌓겠습니다

개의 NK세포는 사람의 NK세포와 특성 및 표현형이 매우 다르며, NK세포를 B, T, NKT 등 다른 림프구와 구분할 수 있는 특이 마커도 아직 알려져 있지 않다. 이러한 가운데 김상기 교수는 최근 개 NK세포의 특성을 밝혀 논문을 면역학계통 인용지수 Top 5 저널 중 하나인 Frontiers in Immunology에 게재하였다. 또한 개 NK세포 및 세포독성 T세포를 부작용 없이 선택적으로 활성화시키는 사이토카인을 개발, 이를 기술이전하기도 했다. 해당 기술은 암치료제로의 개발을 위해 임상시험 승인을 받아 국내 대학동물병원에서 악성 암에 걸린 개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 중에 있다.

현재 세계적으로 암 면역치료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고, 그 중에서는 가시적인 효과를 보이는 치료제가 개발되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면역계에 대한 교란 및 면역회피에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는 암세포인 만큼 암 미세 환경까지 조절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장애물들이 많다. 이에 김 교수는 동물과 사람에서 면역세포치료제가 효과적인 암치료 효과를 나타낼 수 있도록 암 미세 환경 및 면역 회피 능력을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와 함께 암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연구를 수행해 나가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끝으로 김 교수는 사람과 동물의 암 정복을 위한 초석을 쌓겠다는 꿈을 제시했다. 전 세계가 암 정복이라는 하나의 목표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가운데 사람과 유사한 유전체를 지닌 개의 암 치료법 개발을 위한 그의 연구가 암 정복을 향한 또 하나의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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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N 2018-11-21 10:51:11
멋있습니다. 좋은 연구로 세상이 놀랄만한 결과가 나오면 정말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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