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말을 기다리는 사람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말을 기다리는 사람
  • 문채영 기자
  • 승인 2018.07.05 13: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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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한강유치원 강정욱 원장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고마운 은사 두분 중 한 분이신 현 강릉원주대학교 보건복지대학 학장인 김금주 교수의 말이다. 갓 대학을 다니고 졸업했던 시절에는 은사께서 하신 말씀의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는 강 원장. 그러나 그 이해의 계기는 곧 놀라우리만큼 명확하게 찾아왔다. 원장 연수에서 1등 수료는 유아교육자로서의 효능감을 갖게 했고, 이어 그에게 꿈을 이룰 수 있는 원동력을 주었다. 오랫동안 꿈꾸던 중앙대학교 일반대학원 유아교육학과에 입학하여 박찬옥 교수와 맺은 인연은 그에게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한강유치원 강정욱 원장
한강유치원 강정욱 원장

 

아이는 마리오네트가 아닌, 살아 있는 자아

강정욱 원장이 교사들을 향해 항시 하는 이야기가 있다. 그것은 바로 아이들에게, 이성적인 접근이 아니라 정서적 접근을 하자라는 말로, 이는 과거 유치원의 주임 선생님까지 맡으며 승승장구했던 오래 전의 강 원장 자신을 꾸짖는 뜻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아이들을, 그 아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보지 못하고 더욱 바람직한 어른을 만들기 위한 하나의 원재료로 보았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교육에 있어서 정서적 접근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와 관련한 강 원장의 생각은 명확하다. 이 아이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보는 관점 자체가 이미 틀린 가정이라는 것이다. 유아교육은 무엇보다도 아이들을 교사가 원하는 방향, 사회가 바라는 틀대로 리딩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호기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놀이에 참여하여 문제를 해결해가는 환경을 구성해 주어야한다. 다시 말해서, 교사는 아이들의 최고의 환경이 되어야하며 일관성 있게 아이를 관찰하고 스스로 문제를 해결 할 때까지 기다려 주며 아이의 마음을 읽어 주어야한다.

아이는 인형극의 마리오네트가 아니다. 자유 의지가 있는 살아 있는 생명이다. 이 때문에 아이가 올바르게 자랄 수 있게끔 돕는 교육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람직한 교육자라면 아이가 따라오게 하는 것이 아닌, 더욱 아이의 눈을 바라보며 안아줄 수 있는 거리에서 아이의 입에 귀를 열고 직접 다가가야 한다고 말하는 강 원장, 그 뜻을 더 구체적으로 펼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LEGO 교육업체와의 인연이었다. 당시 어린이집을 11년간 운영했던 강 원장은 신문 한 면에 실린 한 LEGO 교육업체의 구인 광고를 보았다.

서른 번 가까이 연락을 했고, 숱하게 거절당하면서도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그 간절함을 인정받아 강 원장은 공교육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레고 프로그램 개발을 돕기로 하는 조건으로 그 교육업체와 전격 제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레고를 통해 그는 마냥 따라오는 인형이 아닌, 블록 놀이로 다양한 언어를 표현하고, 생각 열기, 생각 키우기, 생각 깨우기, 생각 이어가기를 반복 하면서 자기 조절력을 키우는 아이들을 보면서 유아교육의 본질인 놀이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고 나아가 아이의 눈높이에서 그 아이의 언어에 공감하고 들어주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교사는 답을 먼저 주기보다 아이의 다양한 표현을 수용하고 생각과 마음을 읽어주는 보조자가 되어야 한다, 바로 그 명제에 대해 다시금 깨닫게 된 것이다.

 

포기하지 말고 더욱 굳건히 도전하라, 마침내 얻으리라

깨달음이 있으니 그 배움의 갈망은 더욱 깊어졌다. 유아기는 누구에게나 똑같이 온다. 그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아이들에게, 미리 그 시절을 보낸 어른이자 친구로서 그 아이의 입에 귀를 가까이 대며 진정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고 그는 말했다.

학부생 시절에 배운 것만으로는 깊이가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 강정욱 원장, 그렇게 시작한 유치원 원장 연수는 1등 수료라는 의미도 있지만, 그에게 또 다른 유아교육의 길을 걷는 계기가 되었다, 그곳에서 강 원장은 정말 많은 멘토와 동료를 만났지만, 무엇보다도 그를 가장 크게 일깨웠던 사람은 멈추지 말고 계속 공부해보라 지지해 준 현 신구대학교 유아교육학과 김명애 교수였다고 소회했다. 이로써 그는 많은 유아교육학과 학생들이 늘 이상으로 삼고 있는 곳인 중앙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일반 대학원에 입학을 목표로 삼게 되었던 것이다.

그 가운데 강 원장의 꿈은 컸고, 고비는 여럿 있었다. 두 번의 실패 끝에 세 번째 도전에서 마침내 간절히 바라던 중앙대학교 유아교육학과 일반 대학원에 입학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것도 가장 바라던 박찬옥 교수의 제자로 들어가게 되었으니, “참으로 다시 생각해도 눈물이 나고 모든 것에 감사한다며 강 원장은 환하게 웃었다.

 

11년 전의 스카치 캔디, 그리고 오늘날의 문지기 선생님까지

강정욱 원장은 스스로를 가리켜 문지기 선생님이라고 부른다. 이 한강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유치원에 오고 가는 시간이 올 때마다 매일 유치원 현관을 지키며 아이들의 이름 하나하나를 불러주고, ‘행복합니다라는 인사로 그 아이들을 모두 따뜻하게 맞이하는 사람이 바로 다른 누구도 아닌 강 원장인 까닭이다. 아이들은 위계질서를 잘 모른다. 아직 배우지 않았으니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어린 마음의 눈에도 추운 겨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아이들을 맞이하는 강 원장이 참으로 남다르게 보였는지, 어느 날은 이런 일도 있었다고 그는 회고했다.

한 아이가 그래요. ‘원장선생님은 매일 매일 <행복합니다>라고 인사해주고, 이름도 불러주고, 허리도 아프고, 정말 힘들겠다하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랬죠. ‘어머? 정말 그렇게 생각해주니 원장님이 너무 기쁘고 행복하네했더니, 아이가 또 그러죠. ‘내가 도와줄까요?’ 하면서 원장님 옆에 서서 내가 인사할 테니까 원장님은 쉬세요라고 말하더군요. 순간 가슴이 찡하고 따뜻해지면서 그 아이의 진심을 느꼈습니다.”

강 원장에게 있어 한없이 따스했던 아이들과의 추억은 이외에도 또 있다. 이는 2년 전 한강유치원의 원서 접수 기간에서 있었던 일로, 평소대로 원서 교부 후 원서 접수를 하는 동안. 3세 여자아이와 그 아이의 어머니가 접수를 하기 위해 유치원으로 들어왔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렇게 기적은 바로 이 사소한 만남에서 일어났다. 그 만 3세 여자아이의 얼굴을 보는 순간 어딘지 모르게 강 원장은 그 낯이 익었던 까닭이다.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오늘 처음 보는 아이인데, 마치 오랜 시간을 함께 나누기라도 한 것처럼 익숙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그 여자아이와 함께 온 젊은 엄마가 문득 강 원장에게 다가오더니 혹시 원장선생님 예전에 00유치원에 근무하신 적이 있으세요?”라고 물었다.

그가 말한 00유치원은 다름 아닌, 강 원장이 학부를 졸업하고 맨 처음 일했던 곳의 이름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강 원장은 근무했었다고 답했고, 바로 그 순간, 퇴적된 기억 속에서 스러졌던 아이의 이름이 떠올랐다. 27년 전, 12시에 자신을 데리러 찾아온다는 엄마를 기다리며 울었던 조그마한 여자아이, 그런 아이에게 스카치 캔디를 주면서 함께 있어 주었던 젊은 선생님. 그 다정한 선생님을 그리며 아이는 참으로 아름답게 성장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과 결혼을 해서 이제 옛날의 자신을 꼭 닮은 작은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그리고 이제는 엄마가 되어, 제 딸의 유치원 원서 접수를 하기 위해 강 원장을 찾아와 다시 만나게 된 것이다. 기적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는 일, 다신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며 강 원장은 웃었다.

무엇보다 아이의 평생을 좌우하는 것이 바로 유아교육, 그렇기에 더욱 아름답고 값진 교육이 아닐까. 바로 그 길에서 오늘도 굳건히 아이들 곁에 나아갈 강 원장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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