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그래핀의 저온합성과 고효율 도핑 실현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한 그래핀의 저온합성과 고효율 도핑 실현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8.02.02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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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노벨물리학상의 주제이자 꿈의 나노물질이라 불리는 그래핀에 대한 관심이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탄소 원자가 단일층으로 이루어진 그래핀은 물리적, 화학적 안정성이 높아 향후 활용에 대한 기대를 모으는 소재다.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빠른 전자 이동성과 강철의 200배 강도, 다이아몬드 2배 열전도성을 갖고 있기에 다양한 분야에서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분주히 지속되고 있다.

강원대학교 나노응용공학과 정구환 교수
강원대학교 나노응용공학과 정구환 교수

 

그래핀 손상 없이 플라즈마 도핑하는 CVD 공정기술

그래핀을 합성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가장 널리 활용되는 것은 CVD(화학기상증착)법이다. 이는 그래핀의 합성온도가 1,000˚C에 이르는 고온 공정으로, 고온의 열에너지는 원료가스를 원자 및 분자로 분해시키고, 탄소원자가 6각형으로 결합된 그래핀 나노구조를 만드는데 활용된다.

강원대학교 나노응용공학과 정구환 교수가 진행 중인 플라즈마 기반 융합 CVD 공정 기술 개발과 이를 이용한 그래핀의 저온합성 및 고효율 도핑연구는 이 때 필요한 에너지 일부를 플라즈마로부터 얻어 CVD 공정의 그래핀 합성온도를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 교수는 플라즈마 공정과 CVD 공정을 융합한 공정을 그래핀 합성에 이용하는 것이라 풀어 설명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그는 플라즈마의 높은 에너지로 원료가스를 고효율 분해하며 CVD 영역에서의 그래핀 합성온도를 400˚C 이하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더 낮은 온도에서 고품질의 그래핀을 합성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래핀을 차세대 전자소자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그래핀의 전기적 성질을 임의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질소와 산소, 수소 등의 원소를 도핑하는 것이다. 주입하는 가스의 양이온과 전자로 이루어진 플라즈마 역시 그래핀에 도핑이 가능하지만, 에너지가 높은 상태인 플라즈마 내에 존재하는 전자와 이온으로 인해 그래핀의 구조가 손상을 입고 만다. 자연히 그래핀의 전기적 특성 역시 저해된다. 이때 정 교수가 개발한 플라즈마 융합 CVD 공정장비를 이용하면 그래핀에 구조적 손상을 입히지 않는 도핑이 가능해진다. 그는 도핑할 가스를 플라즈마로부터 분해하고, 그래핀을 플라즈마에서 일정 거리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그래핀의 전기적 특성을 보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플라즈마의 높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보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 연구에 착수한 결과 그래핀 뿐 아니라 탄소나노튜브의 저온합성 및 도핑이 가능하다는 사실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플라즈마 또는 CVD 등의 단일공정을 융합한 새로운 공정의 효용성을 입증한 셈이다. 나아가 그래핀 외에도 다양한 나노 재료의 저온합성 및 도핑을 하나의 실험장비에서 연속적으로 실시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정 교수는 해당 장비를 실제 산업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장비 대형화 및 공정 최적화 등의 후속 연구를 이어갈 전망이다.

 

플라즈마 기술에 대한 근본적 이해 토대로 응용 소재 탐색

재료공학 분야에서 다양하게 이용되어온 플라즈마에 대한 실험적 연구들은 대부분 플라즈마 처리 후 재료의 결과로부터 그 원인을 추적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이에 정구환 교수는 원인이 되는 플라즈마의 상태를 분석한 후 그 결과에 기반하여 플라즈마를 처리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인 방법임을 지적했다. 플라즈마를 분석하고 이해하는 일은 재료개발 분야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다. 정 교수 역시 플라즈마 재료공학과 관련한 교과목을 강의하며 학생들의 이해의 폭을 넓히고 있었다.

현재까지 정 교수는 플라즈마 기술의 근본을 이해하고 이를 응용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연구를 지속해왔다. 그가 최근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연구 주제는 진공장비가 필요 없는 대기압 플라즈마에 관한 것이다. 현재 대기압 플라즈마를 이용한 새로운 나노물질을 탐색하고 있으며, 대기압 플라즈마를 이용한 환경정화, 의료 바이오 응용 등에도 관심을 두고 있다. 오염된 물과 공기의 정화 및 살균, 암 세포의 사멸 등 다양한 분야에 플라즈마를 접목할 계획이다.

박사과정 지도교수님이신 일본 Tohoku대학의 Rikizo Hatakeyama 교수님은 플라즈마 핵융합을 위한 플라즈마 공학분야에서 수많은 연구성과를 내셨던 분이십니다. 2000년부터는 당시 최초로 플라즈마를 보다 실용적인 분야에 적용하고자, 첨단 나노소재인 탄소나노튜브 및 플러렌 등의 처리에 이용하셨죠. 과감하게 다른 분야의 연구를 시작하신 셈입니다

Rikizo Hatakeyama 교수는 일본에서 플라즈마 나노테크놀로지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최근에는 플라즈마 및 나노재료공학과 관련한 세계 주요학회에서도 플라즈마 나노테크놀로지세션을 접할 수 있다. 정 교수는 플라즈마 재료공학 분야의 연구를 더욱 활발하게 수행하여 우리나라가 관련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는데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초심 잃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연구자

정구환 교수가 항상 초심을 잃지 말자라는 자신과의 약속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는 박사과정 시절 세계 최초로 플라즈마 기술을 이용해 직경 1나노미터 남짓의 탄소나노튜브안에 플러렌(직경 0.8나노미터의 탄소로 이루어진 단일 분자, C60)을 집어넣는 연구를 성공시켰다. 이 연구들은 현재 탄소나노튜브와 같은 나노물질을 전자소자 및 약물전달체로 이용하려는 후속 연구들로 이어지고 있다. 당시 전자현미경을 통해 그 결과를 확인하던 순간의 떨림과 희열은 여전히 정 교수를 사로잡고 있다. 그는 새로운 발견에서 얻는 희열은 긴 시간에 걸친 시행착오와 실패를 담대하게 견뎌낼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에 앞으로도 끈기 있고 성실하게 연구에 임할 것이라 전했다.

교수라는 직업은 연구자인 동시에 교육자라는 두 가지 역할이 크게 주어집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시간이 흐를수록 교수와 학생 사이의 나이차가 커져 자칫하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이공계 교수님들처럼 저 역시 효율적인 교수법이나 교육학에 대해 배울 기회도 적었습니다. 그렇기에 교육자로서도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 교수가 재직 중인 강원대학교는 학생들과의 면대면 상담시스템이 오래전부터 자리잡혀있다. 그는 이러한 시스템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고민을 들으며 진심어린 조언을 전하고 있었다. 최근 대학가에서 PBL, STEAM, Flipped Learning 등 제4차 산업혁명을 책임질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한 새로운 교수법들이 화두가 되고 있는 가운데 정 교수 역시 이러한 교수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수업에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

최근 학문간 융합으로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새로운 기술들이 결합되어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이러한 과학기술의 진보는 다양한 분야에서 다소 지루하다고도 할 수 있는 오랜 연구과정의 결실들이 모여서 더 큰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고요.”

각 분야에서 자신의 연구 성과를 쌓아가고 있는 훌륭한 연구자들은 한국이 가진 성장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자리에서 본연의 연구를 묵묵히 수행하는 많은 연구자들에 대한 응원을 전했다. 이와 함께 연구주제의 유행을 떠나 기초연구 분야에도 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지속적으로 연구비를 지원하는 시스템이 적극 도입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덧붙였다. 수많은 연구자들과 함께 국내 플라즈마 재료공학 분야 발전을 이끌고 있는 정 교수의 연구들을 주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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