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하는 신진연구자
감염병 연구의 새로운 패러다임 제시하는 신진연구자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8.12.19 1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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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의 발전과 함께 인류는 암, 백혈병 등 난치성질환의 정복을 바라보고 있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남아있다. 바로 면역력 저하로 인해 발생하는 감염병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기본적으로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약하고 위생 관념이 적은 소아에게 발생하는 감염병은 점점 더 중요한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윤기욱 교수는 감염병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연구하며 보다 효율적인 진료 및 치료법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소아과학교실 윤기욱 교수

 

소아감염병 주원인 감별 및 중증도 평가 위한 새로운 접근법 제시

윤기욱 교수는 2018 서울대학교 창의선도 신진연구자에 선정되어 총 9년간 7억여 원의 연구비를 수혜 받게 되었다. 그간 윤 교수가 쌓아온 소아감염병의 주요 원인 미생물들에 대한 연구 성과 및 새로운 패러다임의 연구 분야 개척 의지가 높은 점수를 받은 것이다. 이 과제를 통해 그는 호흡기 감염학의 주요 연구 기법으로 활용될 것이라 기대되고 있는 전사체(transcriptome) 분석을 이용한 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윤 교수는 스승인 이환종, 최은화 교수가 지난 30여 년 간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소아감염병 중에서도 호흡기 감염병의 원인 및 역학 분야 연구 기반을 잘 닦아 물려준 덕이라며 감사를 전했다.

소아감염 분야의 최고 권위자이신 이환종 교수님께서는 세계적 수준의 훌륭한 연구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연구 기법을 이용해 연구 분야를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자주 해주셨습니다. 그 말씀대로 최신 연구 경향을 분석하며 선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선정을 통해 윤 교수는 소아의 하부호흡기감염에서 원인 감별 및 중증도 평가를 위한 생체표지자의 발굴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다양한 질환의 원인 및 병리 기전, 중증도 평가에 사용되고 있는 microarray 또는 RNA 서열분석법 등을 활용한 혈액 내 면역세포들의 전사체 분석을 소아에서 가장 흔하면서도 중요한 질환인 하부호흡기감염에 적용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Microarray 또는 RNA 서열분석법 등을 활용하면 체내에 원인균이 들어와 유전자가 발현되고 단백질 등의 물질이 생성되는 과정을 유전자 레벨에서 측정할 수 있다.

최근의 호흡기감염 분야 연구들은 콧물, 가래 등 환자의 호흡기 분비물로부터 원인 미생물을 보다 민감하고 정확하게 검출하며 그 임상적 특징과 역학을 밝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검출기법이 민감해질수록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미생물의 검출 또한 증가해 임상적 판단이 모호해지는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미생물 자체를 검출하는 것에 더해 미생물이 인체 내에서 실제 감염을 일으켰을 때 면역 세포들이 미생물에 반응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전사체를 분석함으로써 의미 있는 호흡기 미생물 감염을 구별할 수 있다. 윤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미생물의 검출 없이도 원인을 유추하고, 중증도까지 판단하는 것을 연구 목표로 삼았다.

이번 연구가 성공한다면 영화에서 보듯 한 번의 혈액 채취를 통해 감염병의 원인을 진단하는 것은 물론 중증도 판단이 가능해질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는 일선 진료 현장에서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 데에도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습니다.”

각 미생물의 감염에 따른 인체 내 면역반응의 과정을 포괄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점 역시 이번 연구가 갖는 의의 중 하나다. 향후 백신 등 예방법 개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윤 교수는 본 연구에서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는 호흡기 감염처럼 상재 세균이 많이 분포되어 검출된 미생물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위장관계 감염이나 원인균이 잘 검출되지 않는 중추신경계 감염에도 이러한 분석 기법 및 연구가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선구적·도전적 연구 통해 감염병 연구의 새 장 열다

많은 신진연구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들을 윤기욱 교수 역시 고스란히 느끼고 있었다. 신진연구자들의 경우 국가연구과제를 수행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연구 진행에 난관을 겪곤 한다. 그는 자신의 경우 운 좋게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이라는 우수한 연구 환경과 스승들이 오래전부터 마련해 놓은 연구 기반을 발판 삼아 관심 분야의 연구를 수행할 수 있었지만 보다 큰 규모의 연구를 수행하는 데에는 한계를 느끼곤 한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비교적 기초연구에 속하는 감염 분야 연구는 국가의 지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이기도 하다. 윤 교수는 이번 창의선도 신진연구자 선정으로 안정적인 연구 수행의 기회를 얻었지만 이 역시 교내에서 이루어진 지원이라며,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함을 호소했다. 그 역시 이러한 연구 기회를 얻기가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임상의로서 겪는 고충도 있었다. 국가중앙병원에 근무하다보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찾아오는 아이들이 많아 안타까움을 느끼곤 하는 그다. 특히 자신 역시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후부터는 아픈 아이들을 돌보는 부모의 마음에 더욱 공감하게 된다며 이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진료와 연구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더불어 의학기술의 한계 또는 자신의 능력 부족으로 최상의 진료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면 답답함을 느끼며 더 나은 의료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게 된다고 말하는 그다.

진료와 연구, 교육은 의대 교수에게 주어지는 역할이죠. 특히 임상 현장에서의 진료는 환자의 안위 및 생명과 직결되는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연구를 통해 학문을 발전시키고, 이를 이어갈 후배들을 육성하는 것 역시 결코 등한시해선 안 될 일이죠. 각각의 역할에 성실하게 균형을 맞추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편 윤 교수는 오는 10월부터 2년 간 미국에서의 해외연수를 앞두고 있다. 최신 연구 기법들을 익히고 세계적인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닦기 위함이다. 구체적으로는 전사체 분석법을 소아의 호흡기 감염병에 적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건강한 소아는 물론 면역저하자나 기타 심폐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소아들의 하부호흡기감염에 대해 연구할 전망이다. 또한 그는 주요 호흡기 감염 병원체의 전장 유전체를 분석(whole genome sequencing, WGS)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해서 관련 연구의 폭을 넓히겠다는 계획을 전했다.

연수를 통해 배운 내용들을 국내에 도입해 향후 10년 간 제 연구를 이끌어갈 기반을 다지고자 합니다. 최근 유전자 레벨에서의 진단 및 조절 기법들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기법들을 호흡기 감염에 적용하기 위한 심도 있는 연구들을 수행할 것입니다.”

 

소아청소년 분야에서 주목받는 신진연구자

윤기욱 교수는 감염병 유관 학회인 대한항균요법학회와 대한소아감염학회에서 부총무를,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서는 법제이사를 역임하며 학회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 그는 연수 후에도 학회 운영의 실무를 담당할 계획이라며, 선배 연구자들과 발맞추어 견문을 넓히며 자신의 연구를 수행할 것이라 내다봤다.

2012년부터 수행해온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 자문위원 활동도 눈에 띈다. 윤 교수는 이를 통해 의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아청소년 분야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 및 감정 등을 통해 환자·보호자 또는 의료진이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중재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는 최대한 객관적이며 전문적인 감정을 통해 분쟁이 잘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약속했다.

이밖에도 그는 아시아소아과학연구학회 국제학술대회에서 젊은 연구자상과 대한소아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석천학술상을 수상하는 등 소아청소년 분야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소아청소년과 중에서도 감염을 전공하게 된 이유에 대해 묻자 그는 아이들은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어른들과 달리 급성질환이라 적절한 조치만 이루어지면 질병이 빨리 나을 수 있는 만큼 보다 희망찬 분위기에서 진료에 임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의학이 발달하면서 백혈병이나 암을 비롯한 각종 난치성 질환의 치료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문제가 있습니다. 난치성 질환의 치료 이후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감염병으로 인해 사망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죠. 이들의 생존은 난치성 질환이 아닌 감염병 등의 합병증에 의해 결정되고 있습니다.”

윤 교수가 전공을 고민하고 있을 당시 신종플루가 유행했었다. SARS나 신종플루와 같은 신종 감염병들의 유행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감염전문가의 역할과 위상이 높아지고 있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특히 소아청소년과 분야에서는 감염전문가가 상대적으로 적은 실정이었다. 이에 다른 이들보다 일찍 준비해 전문성을 키워보겠다는 포부를 품고 자신의 길을 선택한 그다. 이러한 그의 포부처럼 그는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하는 연구자의 행보를 보이고 있었다.

 

진료와 연구, 교육 균형 맞추며 의학 발전에 기여할 것

의료인으로서 더 많은 경험과 노력을 통해 환자나 보호자들이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싶습니다. 우리 병원을 찾는 환자들을 잘 진료하는데서 나아가 우리 병원을 찾지 않는 환자들 역시 잘 진료 받을 수 있도록 꾸준한 학회 활동 등으로 의학을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싶습니다.”

의료인으로서 윤기욱 교수는 환자와 보호자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의사가 될 것을 다짐했다. 의술(醫術)은 물론 환자 및 보호자의 마음까지 어루만질 수 있는 인술(仁術)까지 갖춘 의사가 되겠다는 것이다. 또한 국가중앙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만큼 해결이 어려운 난치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올바른 지침을 제시하는 소아감염병 분야의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서는 연구자로서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그는 현재까지 쌓아온 기반을 이번 연수를 통해 더욱 공고히 다지고자 한다며, 향후 소아감염병의 진단 및 치료에 있어 임상적으로 중요한 연구들을 수행하며 현재의 진료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키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교육자로서의 다짐 또한 잊지 않았다. 자신의 스승이 그러했듯 학생들과 후배들이 본받고 싶은 멘토가 되기 위해 진료와 연구, 교육 분야에서 올바르고 열정적인 모습을 실천하겠다는 것이다. 이와 더불어 보다 많은 후배 의사들이 감염병에 관심을 갖고 이를 연구해보고 싶다는 욕구를 줄 수 있는 자극제로서 학문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저의 역량에 비해 여러 운이 따라주어 좋은 환경 속에서 의료인이자 연구자, 교육자로 지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먼저 본을 보여주시며 많은 영감과 축적된 지식을 전해주신 스승님들의 역할이 컸죠. 저 역시 후배 의학도 및 의료인들에게 그러한 선배이자 스승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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