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에 대한 도전이라 여겨지던 꿈의 물질 ‘가축 성(性) 조절제’, 더 많은 신물질 개발로 인류 행복에 기여할 것
신에 대한 도전이라 여겨지던 꿈의 물질 ‘가축 성(性) 조절제’, 더 많은 신물질 개발로 인류 행복에 기여할 것
  • 유지연 기자
  • 승인 2021.08.02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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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구 ㈜누리사이언스 대표
김동구 ㈜누리사이언스 대표
김동구 ㈜누리사이언스 대표 ⓒ유지연 기자

[월간인물 유지연 기자] 가축의 성별을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세계 최초로 가축 성 조절 제제 상용화에 성공한 누리사이언스가 그 주역이다. 2015년 소의 성별을 조절하는 가축 성 조절 면역 항체 단백질인 홀맘(Whole Mom)’을 선보인 누리사이언스는 지난해 돼지 정액에 대한 성 조절 제품의 실용화에도 성공했다는 단비 같은 소식을 알렸다. 이는 농가 생산성 및 소득 향상은 물론 빈곤과 굶주림 퇴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기대된다.

 

 

세계시장의 주목받은 돼지 성별 조절제

누리사이언스가 2015년 세계 최초로 선보인 가축의 성별 조절 제제인 홀맘은 인공수정용 정액(스트로) 속 정자의 운동성을 조절하여 목적으로 하는 성별의 가축을 생산하는 제품이다. 수컷 정자(Y정자)의 운동성을 떨어뜨려 암수의 성 결정 비율을 자연비율인 50:50이 아닌 80:20 정도로 조절한다. 특히 고가의 기계나 전문 인력 없이 정액과 섞어 온수에서 20~30분 반응 후 인공수정을 실시하는 간단한 사용법으로 활용할 수 있어 농가로부터 호평을 받았다. 김동구 대표는 홀맘을 사용해 13마리 중 12마리가 암놈으로 태어났다는 감사 전화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무엇보다 보람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홀맘 탄생으로부터 5년이 흐른 지난해에 누리사이언스는 돼지 정액에 대한 성 조절 바이오 단백질의 실용화 소식을 알렸다. 일반적으로 양돈장과 소비자는 암퇘지고기와 암퇘지를 많이 생산하는 것을 선호하며 돼지용 성 조절바이오 단백질은 돼지 정자와 혼합 시 수퇘지를 생산하는 Y정자만을 묶어주게 하여 난자와 수정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하는 셈이다. 한 번에 12~16마리를 낳는 다태동물인 돼지는 한 번에 한 마리를 낳는 단태동물인 소가 이천만 마리의 정자를 활용하는 것과 달리 60~80억 마리의 정자를 통제해야 하기에 더욱 까다로운 도전이었다. 소와 돼지의 정액성분과 자궁 환경 또한 완전히 달랐기에 김 대표는 처음으로 돌아가 해법을 고민했다. 숱한 실패와 임상시험 끝에 돼지 정자에 성 조절 단백질을 섞은 후 망 분리를 이용해 묶어진 Y정자를 사전에 제거하고 암퇘지를 생산하는 X정자만을 분리하여 자궁에 주입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누리사이언스의 돼지 성 조절 제품은 베트남과 3,000만 불 규모의 수출 협약 체결이라는 성과로 이어졌다.

자연적인 수정 현상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은 곧 대량 번식이 가능함을 뜻합니다. 축산업에 적용시킬 경우 막대한 부가가치로 이어지죠.”

전 세계적으로 아프리카 돼지 열병이 퍼진 2019년 당시 중국과 베트남 등에서 많은 돼지를 폐사시켰고, 이는 돼지고기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다. ‘돼지 성 조절제는 암퇘지 생산률을 높여 단기간 내에 사육 두수를 증가시킬 수 있기에 돼지고기 가격을 빠르게 안정시킬 것으로 기대된다. 당시 큰 타격을 입었던 베트남이 돼지 성 조절제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다. 누리사이언스의 돼지 성 조절제는 이미 베트남에서 인공수정 임상 테스트를 진행하였으며, 실험 결과 대조군에서 45%의 새끼 암퇘지를 출산한 반면 성 조절제를 사용한 실험군에서는 70% 이상의 새끼 암퇘지를 출산한 것으로 나타났다. 누리사이언스의 돼지 성 조절제는 베트남뿐 아니라 동물복지의 관점에서 동물 거세를 금지하기 시작한 유럽 연합 국가와 중국, 태국 등에 공급되고 있다. 김 대표는 소와 돼지의 성 조절 제품뿐만 아니라 염소와 양 등의 가축을 비롯해 말과 개 등 다양한 동물의 성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전 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제품 임상시험 및 제품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용화에 방점 찍은 연구, 농가와 인류에 도움 되고파

가축 성 조절제가 탄생하기까지 김동구 대표의 독특한 이력이 유효했다. 그는 건국대학교 낙농학과를 졸업한 후 일본 쓰쿠바의대 면역학 전공으로 석·박사 과정을 밟 았다. 이후 미국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2년간 생활 끝에 국내로 돌아온 김 대표는 차의과대학에 합류해 교수 생활을 이어갔다. 넓은 세상을 자유로이 누비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운이 좋게도 연구라는 세계에 발을 들이게 되었다고 말하는 그다. 숱한 실패 끝에 원하던 연구 결과를 얻었을 때의 가슴 벅찬 기쁨과 자신감은 세계 최초로 가축의 성 조절제 개발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되었으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의 연속인 연구자가 자신의 길임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귀국 후 10여 년간 교수로 활동한 김 대표는 면역세포의 활성화 등 조절 물질 개발과 기초 연구에 매진했다. 그는 대학에서의 기초 연구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실용화 연구개발을 통해 가축에서 사람에 이르기까지 실질적 도움이 되는 바이오 제품을 만들어보고자 창업을 결심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 돌아오면서 실용화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실용화 연구에 몰두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죠. 학부에서 축산을, 박사 과정에서 의학을 전공 한 저의 독특한 이력이 축산 분야에서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판단했습니다.”

한때 신에 대한 도전으로 여겨지던 가축 성 조절제는 2004년 미국에서 실용화되었으며, 이제 축산업에 종사 하는 사람이라면 가장 중요한 기술로 손꼽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고기를 제공하는 수컷과 달리 고기는 물론 출산과 우유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생산물을 제공하는 암컷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농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진다. 김 대표는 현재 전 세계의 10%에 달하는 사람들이 배고픔과 기아로 고통받고 있다며, 축산 분야의 성 조절 기술 활용하는 것은 보다 많은 축산물(우유, 고기)을 생산할 수 있게 되며 이를 통하여 배고파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사람들을 살리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이는 2015년 제70UN 총회에서 2030년까지 달성하기로 결의한 의제인 17개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중에서 가장 큰 목표인 세계 빈곤 퇴치와 기아 종식을 해결하기 위한 가장 이상적인 기술이라고 한다.

성 조절 기술은 모든 과학자가 꿈꾸는 영역이었습니다. 현재도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이 새로운 물질 개발에 도전하고 있죠. 저는 면역학과 가축 번식에 관한 지식을 토대로 다양한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단백질 제제를 개발할 수 있었습니다.”

 

김동구 ㈜누리사이언스 대표 ⓒ유지연 기자

인간의 행복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이어갈 것

전 세계에서 한국의 가축 사육 시장은 0.1~1%에 그친다. 김동구 대표는 전 세계에 약 14억 마리의 소가 사육되고 있다며, 해외 판로를 적극적으로 개척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연구개발 영역을 가축에서 사람으로 확대해 사람 상처, 여드름, 아토피 등의 피부 질환과 탈모 및 발모용 신기능성 단백질을 추가로 개발하여 국내외 제약회사와의 기술 제휴를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인간의 행복에 기여하겠다는 연구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도전이 기본적인 생존과도 직결된 일차산업의 핵심분야인 축산물 생산성을 높여 많은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는것이었다. 그는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과 접목하여 성 조절 비율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 전했다. 다음은 질병으로부터의 해방이다. 김 대표는 인간을 질병의 고통에서 해방시키는 것은 물론 반려동물의 고통까지도 해소해줄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나가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피부암, 유방암과 같은 새로운 암 치료용 신약 개발과 궁극적으로는 치매 치료제 개발에도 집중하는 모습이다.

작은 벤처기업으로서 새로운 물질 개발부터 생산, 유통까지 모든 과정을 다 수행할 수는 없기에 여러 대기 업 등과의 협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형태에 대한 논의를 바탕으로 저희가 가진 기술들을 제품화해나 갈 것입니다.”

누리사이언스가 가축 성 조절제를 개발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김 대표는 운이 좋았다고 말한다. 하나의 연구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99.99%의 노력이 이어지지만, 그 결과는 수많은 노력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굳은 신념을 바탕으로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구를 이어가는 연구자에게만 0.01%의 성공의 확률이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 또한 수많은 실패 끝에 신물질 개발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상상하던 신약이 개발되기까지는 무수한 실패를 겪을 수밖에 없다며, 실패의 과정 속에서도 개발 후 일어날 엄청난 일들을 끊임없이 떠올렸다고 말했다. 작게는 농가의 생산성 향상으로부터 세상에 엄청난 기여를 할 수 있는 꿈의 기술이라는 확신으로 끊임없이 도전했다는 것이다.

대학에서 기초 분야를 연구하던 당시 세계 유일한 두 개의 신 단백질 개발에 성공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실용화와는 연결되지 않은 단백질이었지만요. 이러한 경험과 오랜 기간의 연구 경험 끝에 저는 새로운 제품화 단백질 개발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과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김 대표는 지금도 연구실에서 바쁜 업무중에도 실제 연구·개발 활동을 하고 있다. 가축을 비롯해 사람에 이르기까지 응용 가능한 새로운 단백질 개발 연구를 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고 가장 자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오랜 노력의 연구 결과가 실용화되어 가축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목적에 따라 자신이 원하는 성별의 가축을 생산해 내고, 결과적으로 농가와 전 세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제품이 되는 것이야말로 그가 긴 세월 추구해온 연구 목표이자 그의 연구자로서의 의무라고 한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 향해 나아가며 청년들의 꿈을 응원하겠습니다.”

교편을 잡은 10여 년 후학을 양성하기 위한 지식전달자였던 김동구 대표는 이제 청년들이 세계무대에서 꿈을 펼치도록 돕는 조력자가 될 것을 다짐했다. 학교에서 젊은 인재들을 배출한다면 사회에서는 청년들을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누리사이언스가 글로벌 바이오 기업으로 성장해 청년들이 마음껏 꿈을 펼칠 수 있는 터가 되겠다는 바람과 함께였다.

지금까지 국내 바이오 기업은 해외에서 물질을 도입해 제품화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창출해왔습니다. 이제는 미래 세대에게 대한민국이 세계를 리드하는 국가라는 개념을 심어주고 싶습니다. 청년들이 대한민국만의 탁월한 능력과 우수한 국민성을 세계에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김 대표는 한국에서 개발되어 한국에서 출발한 제품과 기술이 세계를 리드하는 내일을 그렸다. 누리사이언스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유통망과 판매망을 확보하고, 국내에서 개발한 기술로 만든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으로 성장한다면 미래 세대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는 그다. 김 대표는 기업의 모든 것은 개인적 이윤 창출을 넘어 사회를 위해 존재해야 한다며, 국내를 넘어 세계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며 상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불어 가축 성 조절제는 시작에 불과하며, 누리사이언스라는 사명처럼 온누리에 새로운 기술을 선보이며 더 많은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연구·개발을 기반으로 하는 글로벌 회사로 뻗어갈 것이라 힘주어 말했다.

저는 전 세계의 수많은 과학자 중 한 사람입니다. 오직 최초로 나온 연구 결과만이 보호될 수 있죠.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역동적인 대한민국에서 현실에 머무르지 않고 매번 새롭게 나아가기 위한 도전을 이어갈 것입니다. 끊임없는 도전정신이 있을 때 자신과 국가는 물론 인류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누리사이언스의 성장이 많은 청년들에게 귀감이 되어 세계를 이끌어갈 리더를 만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책임질 청년들이 현실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정말로 즐기며 하고픈 일을 찾아 끝없는 도전을 이어가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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