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 “지능화로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간다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 “지능화로 함께 잘 사는 대한민국”을 향해 나아간다
  • 박소연 기자
  • 승인 2021.06.29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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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뉴딜로 꿈꾸는 대한민국 IT산업의 미래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박소연 기자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박소연 기자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1985년 설립된 이후 정보화 및 정보통신방송 분야의 정책연구를 통해 우리나라를 ICT 강국으로 성장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또한, 시대변화에 맞춰 디지털경제사회연구, ICT데이터사이언스연구, 통신전파연구, 방송미디어연구, 국제협력연구 등을 통해 디지털경제 패러다임의 변화와 지능정보기술 및 서비스 확산, ICT와 미디어 분야 통계 생산 및 관리체계 구축, 통신시장 발전 및 공정경쟁을 위한 규제체계 개선, 미디어시장의 발전 전략 수립, 국제 협력 사업 수행 등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2021년 연구기관 평가에서 KISDI는 국무총리실 산하 26개 연구기관 가운데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성과를 거둔 우수연구기관으로 선정되어 표창을 받았으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올해 노사발전재단의 노사협력파트너십 프로그램에도 선정된 바 있다.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에서 주목하고 있는 중요이슈가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디지털 전환 가속화를 통하여 성장잠재력을 확충하는 동시에 급속한 기술 변화로 인해 우려되는 사회적 역기능의 해소, 기술패권 경쟁에 따른 글로벌 가치사슬의 변화, 플랫폼 경제가 확산되면서 나타나는 지배력 집중에 대한 해결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첫째, AI, 데이터 기반의 디지털 전환은 기존 비즈니스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신규 비즈니스 기회를 창출하여 뉴노멀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데이터의 무분별한 수집에 따른 개인정보 침해 문제, 개인 간·기업 간 디지털 활용 역량 차이로 나타나는 경제·사회적 불평등의 심화, 가짜정보가 전염병처럼 퍼지며 사회적인 혼란을 일으키는 인포데믹 등 디지털 전환에 따라서 새롭게 등장하는 문제에 대한 대응도 필요합니다. 둘째, 2019년 발생한 한·일 무역분쟁이나 최근의 미·중 갈등 사례에서 보듯, 탈냉전의 시대를 지나 자국 중심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강화, 정치·경제적 이익에 따른 새로운 블록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수출 중심의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정책연구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셋째, 미국의 GAFAM이나 중국의 BAT, 우리나라의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소수의 대형 플랫폼 기업이 경제는 물론 정치나 미디어, 시민의 일상생활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플랫폼에 내재하는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범위의 경제에 따라서 독점을 형성하는 소위 티핑(Tipping) 현상이 심화되면서, 각국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플랫폼에 대한 무분별한 규제가 오히려 토종 플랫폼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성급한 규제보다는 디지털 플랫폼이 잠재적으로 일으킬 수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이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에 대한 어젠다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관에서 최근 주력해서 활동하고 있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2021KISDI는 코로나19로 인한 사회·경제적 위기 극복과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기 위하여 국가적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정보통신정책 플랫폼 구축에 집중할 계획입니다. 특히 올해 신규로 기획·발굴된 디지털 대전환 메가트렌드 연구중장기 사업을 통해 디지털 전환이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과 변화 요인을 파악하여 전 국민이 디지털 기회의 수혜자가 될 수 있는 미래국가전략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급격한 디지털 전환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 증대, 디지털 포용을 통한 디지털 격차를 완화·해소하는 정책 지원을 위해 기술·경제산업·공공행정·사회제도 등 4대 영역 대한민국 산···관 전문가들과의 정책 네트워크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KISDI는 미래 먹거리는 물론, 사회적 혁신과 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정책 리더십을 가진 글로벌 연구기관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와 더불어 유관기관과의 협력 네트워크 강화 및 공동 컨퍼런스 개최도 기획하고 있습니다. ICT정책연구기관으로서 KISDI-ICT 전문기관 간 정책연구협의회를 개최하여 유관기관과의 협동, 협력방안을 모색하고 대규모 국가혁신 프로젝트인 디지털 뉴딜을 적극 지원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 등과 공동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디지털 대전환을 위한 국가 디지털 전략 및 선도적인 정책 지원방안을 논의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 ICT ·복합 산업 분야의 핵심 인프라는 현재 어느 정도 구축이 되어있고 앞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보완해나가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디지털 뉴딜에 필요한 기술 전반을 생각해보았을 때 우리나라는 기술선도국인 미국과 비교하여 기술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2020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를 보시면, 디지털 뉴딜과 관련이 높은 지능형 빅데이터 분석 및 활용기술, 초고속·대용량 데이터 플랫폼 기술, 다중 인공지능 공통 플랫폼 기술과 신개념 컴퓨팅 기술, 지식정보 보안기술 분야 모두에서 최고기술 보유국인 미국 대비 80% 이하의 기술수준, 격차는 2년 이상인 것으로 조사되었고, 특히 데이터 플랫폼 기술이나 신개념 컴퓨팅 기술 같은 인프라·플랫폼 차원의 기술 격차는 3년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나 인공지능이 기술적으로는 오픈소스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에 분석 도구를 구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지만, 분석의 기반이 되는 클라우드나 플랫폼의 차원에서는 이미 큰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치로 나타나는 자료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우리가 클라우드 플랫폼이라고 생각했을 때 아마존의 AWS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가 먼저 생각나지, 국내 기업 중에서 이렇다 할 업체를 떠올리기 어려운 사실이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데이터·인공지능 분석과 이를 활용하는 서비스 제공의 기반이 되는 컴퓨팅 플랫폼 기술 및 산업의 육성은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기술패권이나 기술주권의 입장에서도 중요합니다. 대용량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서버가 해외에 있다는 것은 우리나라, 우리 국민의 데이터가 계속해서 해외로 흘러간다는 것이고, 이는 국부의 유출은 물론 국민 개개인의 권리가 통제받지 않고 우리도 모르는 가운데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겉으로 보이는 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 외에도, 클라우드 및 플랫폼 기술에 대한 추가적인 노력이 시급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미래 먹거리 산업이 될 메타버스 생태계의 전망은 어떠한지 이에 대한 원장님의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온라인 세상에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내는 메타버스는 올해 들어 가장 핫한 키워드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라는 표현 자체는 마케팅 용어에 가깝지만, 저는 가상·증강현실(VR·AR)이나 실감콘텐츠라고 표현되면서 역량을 축적해나가던 산업이 이제 개화기를 맞을 때가 된 것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사실 우리가 알게 모르게 익숙한 개념입니다. 게임 속에서 그려내는 세상이나 실사를 기반으로 하지 않은 영상 콘텐츠의 대부분이 메타버스에 포함되기 때문입니다. 아마 제 인터뷰를 읽으실 독자들은 경험이 있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만, 1990년대에 3D FPS 게임의 효시를 만들었던 울펜슈타인 3D나 둠과 같은 게임에서 그리고 있는 세계들이 결국 초기 버전의 메타버스에 해당합니다. 다만 최근의 메타버스 개념은 일방적으로 준비된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가 직접 아바타를 만들고, 다른 유저의 아바타와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현실 세계와의 접점도 만들어간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초연결로 특징되는 현재의 시점에서 메타버스는 과잉연결을 통해 또 다른 사회적 역기능을 가져올 것이라고 걱정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아마도 우리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에 메타버스는 삶의 일부가 될 것입니다. 또한, 사이버세계와 현실세계의 문법을 구별하고 두 세계의 사이를 왕복하며 살아온 1세대 디지털 네이티브와는 달리 메타버스는 현실세계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메타버스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세상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은 단지 정책연구를 하는 사람들만의 과제는 아닐 것입니다.

 

디지털 대전환을 위해 어떤 방향으로 정책 및 제도들이 구축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세요?

첫째, 플랫폼 경제의 지속적인 혁신을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알고리즘과 데이터 활용의 투명성을 강화하여 디지털 전환비용을 낮추는 지원 정책과 함께 플랫폼의 혁신과 가치창출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되, 플랫폼의 독점에 의한 시장 실패를 방지하도록 규제 정책은 플랫폼 기업의 불공정거래에 초점을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중소기업의 플랫폼 접근성을 제고하고 플랫폼 거래에 관한 신뢰성 위험의 완화를 지원해야 합니다. 둘째, 소득 불평등 확대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확충이 필요합니다. Al를 비롯한 기술의 도입으로 노동력 대체는 이미 현실이 되었으며,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의 노동시장 재진입은 점점 어려워짐으로써 부의 불평등이 확대될 것입니다. 코로나19는 물론 디지털 전환의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심하게 발생하므로, 국가의 AI기반 서비스는 사회적 취약 계층에게 집중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다양한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한국판 뉴딜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160조 원을 투입하여 190만 개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자원의 절약은 물론 사업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하여 한국판 뉴딜의 3대 부문인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 안전망 강화 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반구조로서 디지털 플랫폼, 에너지 플랫폼, 휴먼 플랫폼을 각각 구성하고 이들 3대 플랫폼을 상위 개념의 메타 플랫폼으로 연계하여 수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원장님을 있게 한 원동력이나 근원이 있다면, 그리고 가장 기억에 남았던 순간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씽크탱크인 KISDI의 원장으로서 일하게 되기까지 오늘의 저를 만들어준 가장 큰 원동력이라면 가족들의 믿음과 사랑, 그리고 많은 분들의 격려입니다. 그 외에도 자신의 부족함에 대하여 과감히 도전하고 부지런히 배우는 자세, 모든 문제를 긍정적인 관점으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풀어가려는 존중과 배려의 노력은 카이스트에서 공학박사를 받은 후 카네기멜론대학교 ISRI 과정과 스탠포드 경영대학원에서 새로운 분야의 공부를 다시 시작할 때처럼 인생의 어려운 고비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에티오피아 국립아디스아바바대학교에서 2년간 학장직을 마치고 귀국을 앞둔 송별회입니다. 현지 동료 교수들이 이별을 아쉬워하며 저에게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해달라고 하는 말에서 뭉클한 정과 함께 지난 2년간 기울인 모든 노력이 보답됨을 느꼈습니다. 아디스아바바는 지금도 저에게 친구들이 기다리는 고향과 같은 곳이 되었습니다.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사진=정보통신정책연구원]
권호열 정보통신정책연구원장 [사진=정보통신정책연구원]

원장님께서 향후 하고 싶은 대표적인 일은 무엇인가요?

원장으로서 저의 꿈은 앞으로 KISDI가 연구의 수월성 및 정책기여도는 물론 최근 시작한 ESG 경영 등 모든 부문에서 타의 모범이 되는 최고의 연구기관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는 대로 직원들과 함께 KISDI 합창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새로 만들 KISDI 합창단은 노래도 잘하지만, 연구원 내 다양한 구성원들의 마음이 아름다운 하모니를 통하여 하나로 화합하는 합창단이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내부적으로는 연구와 업무에 지친 분들에게 편안한 힐링의 경험을 나누어 주고 외부적으로는 진천 및 음성의 농촌 지역사회 주민들과 즐거움과 기쁨을 공유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KISDI가 자랑하는 존중과 배려의 직장 문화가 지역사회봉사로 연결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전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추사 김정희가 그린 세한도는 논어 자한편에 나오는 세한연후 지송백지후조야(歲寒然後 知松栢之後彫也)”라는 말에서 제목을 따왔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이 되어야 비로소 소나무가 늦게까지 시들지 않음을 알 수 있다는 말은 어려울 때에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다는 뜻으로 자주 인용되기도 합니다. 아직도 진행 중인 코로나19 감염병 사태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렇게 어려울 때일수록 희망을 잃지 않고 머지않아 다시 오게 될 화창한 봄날을 준비하는 마음이 더욱 필요합니다. 더 나아가 만일 하시는 일들에 KISDI의 연구결과를 적극 활용하여 미래형 비대면 디지털 경제로 빠르게 전환하신다면 오늘의 어려움은 오히려 내일의 큰 기회가 될 것입니다. 모두 함께 다시 한번 힘을 내도록 합시다. KISDI도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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