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을 만나고, 나눔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꿈나무들
숲을 만나고, 나눔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꿈나무들
  • 김윤혜 기자
  • 승인 2018.07.23 13: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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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사이로 햇빛이 부서지듯 쏟아진다. 아이들이 뛰어다니며 재잘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작은 나뭇가지는 멋진 친구가 되고 형형색색 나뭇잎은 뛰어난 동화책이 된다. 차가운 시멘트길에서 벗어나 흙을 밟고 친구들과 자연을 이야기하는 아이들은 미래에 어떤 어른으로 자라날까. 충남 천안시 쌍용동에 위치한 능수어린이집에서는 숲 교육과 나눔을 통해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고자 한다. 스스로 깨우치고 바른 인성을 함양하는 이 아이들이 꾸려나갈 내일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지원 능수어린이집 원장과 선생님들
김지원 능수어린이집 원장과 선생님들

 

숲 교육으로 무럭무럭 성장하는 아이들

영유아기는 뇌의 균형 발달과 인성 교육에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받은 사랑이나 상처가 어른이 된 후에도 깊게 남아 있죠. 지금의 어른들이 어린 시절 받은 사랑을 양분삼아 자라난 것처럼, 미래를 짊어지고 갈 우리의 아이들 역시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떠한 시련과 역경이 닥쳐도 잘 이겨낼 수 있도록 많은 사랑과 올바른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능수어린이집 김지원 원장은 그간 수많은 아이들을 만나왔다. 김 원장이 말하는 올바른 교육은 무엇일까. 그는 어른들이 바라는 잣대에 맞게 아이를 기르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아이들에게는 자기 주도적으로 스스로를 들여다보고, 일상생활에서 서툴더라도 스스로 시도 해보고, 놀잇감을 선택하고, 놀이를 계획하고 친구와도 다양하게 관계 맺는 경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숲과 친구가 되는 아이로 키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하는 김 원장. 그는 숲에 주목했다. 사단법인 한국숲유치원협회의 회원 기관인 능수어린이집은 숲 교사교육, 아이를 위한 숲 교육, 학부모 숲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교실에서 친구들과 장난감을 가지고 놀면 다툴 때가 있지만 숲은 다툴 이유가 없어요. 친구가 나뭇가지로 로봇 놀이를 하면 나도 근처에서 좋은 나뭇가지를 찾으면 되니까요. 자연은 늘 그래요. 나뭇가지를 던지거나 낙엽을 날려도 자연은 아이들에게 화를 내지 않아요. 숲은 아이들을 늘 기다려주죠. 아이들은 숲의 사계절을 보면서 냄새, 향기, 온도, 모양이 다른 자연을 관찰해요. 저마다의 눈과 마음으로 자연을 찍습니다. 행사 때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자녀를 부모님의 스마트폰에 찍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아이들이 마음으로 촬영한 사진을 가슴속에 간직하며 추억하는 것은 더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한국숲유치원협회에 따르면 영유아기 때의 숲 체험은 창의성집중력탐구능력이 향상되는 데에 도움을 준다. 특히 숲에서 생태놀이를 활용한 교육이 환경 친화적인 태도를 형성하고 생명에 대한 존중사상을 심어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숲에 대한 호기심이 숲 보존의식과 협동놀이 개념으로 진화해 인지적(IQ)정서적(EQ)사회적(SQ) 자아개념을 키워준다는 연구 결과도 전했다.

 

일상에서 배우는 나눔, 나눌수록 커지는 마음

비가 내린 다음날이었다. 매주 푸르미 숲반 아이들과 숲에 가는 그 날이었다. 아이들과 황토길을 맨발로 걷기로 했던 김지원 원장은 아이들을 보며 감동했다. 궂은 날씨가 끝난 터라 등산객이 많았던 날, 아이들은 다른 사람이 밟으면 안 되니까 옮겨줘야 해요라고 말하며 길 한 쪽 나뭇잎에 민달팽이를 올려 놓았다. 고사리손으로 민달팽이를 한 마리씩 옮기는 그 손길이 참 예뻤다.

숲에서 생명과 자연을 배운 아이들은 초고등학교에 진학해도 성심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자연을 경험하며 형성된 마음가짐이니까요. 요즘 학부모님께서는 자신이 자랐던 세상과 많이 달라져서 고민이 많아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다가오고 인공지능에 뒤지지 않는 인재로 키우는 교육이 무엇인지 갈피를 잡지 못하셨기 때문이죠.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영유아 시절에 내가 부모와 가족 그리고 내 주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자연을 통해서 그 사랑을 주고받는 교감을 놀이를 통해서 배워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부모님이 아이들 보다 먼저 어린이집과 소통하시고 어린이집에서 하는 활동들에 관심 가져 주시고 함께 해 주실 때 우리 아이들이 더 올곧고 건강한 아이들로 자라날 것이라고 생각 합니다.”

능수어린이집의 대표적인 교육은 숲 교육과 나눔 교육이다. 그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실천이 나눔이라고 믿기에 다양한 기부 교육을 실시한다. 아이는 생일이 되면 미혼모시설에 기부를 하고 능수어린이집은 그 재단의 후원금 영수증을 멋진 액자에 담아 상장으로 선물한다. 아이는 상장을 받으며 자신의 생일에 나누는 기쁨을 경험한다. 또한 아이들과 능수 교직원 및 가족 지역주민 모두가 한마음 한 뜻으로 함께 준비하는 사랑 나눔 바자회를 열어 기부금을 마련한다. 지난 629일 능수어린이집은 충남아동보호전문기관과 아동학대 예방 캠페인 및 제 5회 능수 사랑 나눔 바자회를 개최했다. 아이들은 소소하고 작은 나눔의 일상을 기억 속에 쌓으면서 협동심과 배려심을 터득한다. 교사는 학부모와 함께 준비하고 나누며 교육 목적을 전달해 참여를 유도한다. 가정이 함께 변화하면 아이는 더 큰 그릇으로 성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능수어린이집의 진심은 많은 학부모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큰 아이를 원에 보냈던 학부모는 동생을 그리고 그 동생을 보내며 지역에 사는 이웃들에게도 좋은 입소문을 낸다. 김 원장은 선생님들도 능수어린이집에서 오랜 시간 아이들을 만나오신 분들이다. 교사와 아이, 학부모가 오랫동안 가족처럼 인연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라며 미소 지었다.

능수어린이집은 목표가 아니라 과정을 지향하는 유아교육기관이다. 숲 활동과 나눔에서 느낀 사랑과 보람이 축적돼 아이와 학부모, 선생님이 편안한 관계를 맺는 곳. 행복한 기억으로 상급학교에 진학한 아이들이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봉사하기 위해 다시 찾는 곳. 아이를 졸업시킨 학부모들도 어린이집 바자회에 참여해 함께 땀을 흘리는 곳. 이것이 능수어린이집이 단순한 유아교육기관을 넘어 천안 쌍용동 지역민과 함께하는 교육기관으로 지닌 가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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