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식생활에 커다란 변화 일으킬 3D 프린팅 기술
인류 식생활에 커다란 변화 일으킬 3D 프린팅 기술
  • 박성래
  • 승인 2018.08.17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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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3D 프린팅은 제조업부터 금형, 건설, 우주항공, 의학, 산업디자인 등 다양한 산업에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이진규 교수는 3D 프린팅을 식품에 적용한다는 아이디어를 구현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며 주목받고 있다. 하나의 버튼으로 온 가족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이 골고루 함유된 음식이 조리되어 나오는 상상이 현실이 될 날이 머지않았다.

 

이진규 이화여대 식품공학과 교수

3D 프린팅, 음식을 만든다

지난 4월 미국 샌디에고에서 개최된 ‘2018 실험생물학 대회(Experimental Biology meeting)’의 미국 생화학 및 분자생물학회 연례학술대회에서는 음식 문화의 새로운 가능성이 소개되었다. 이진규 교수가 식품 생산을 위한 3D 프린팅 기술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표한 것이다. 지난 연구를 통해 이 교수는 3D 프린팅 기술을 통해 개인의 취향이나 특성에 맞는 음식 질감과 체내 흡수를 조절할 수 있는 음식의 미세구조 생성 플랫폼을 구축했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사람들이 3D 프린팅으로 필요 및 기호에 의해 혼합해 조리할 수 있는 가루 성분들이 포함된 카트리지를 활용해 원하는 음식을 만들 수 있게 된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해 최종 제품을 만들기 위해 여러 층의 원료를 배치한다는 점은 식품과 다른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원리입니다. 특히 식품의 바탕이 되는 재료들을 컴퓨터 설계를 통해 출력한다면 균일한 품질로 생산할 수 있게 되죠. 이는 식품안전성은 물론 가격과 품질 안정성 향상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음식 제조는 다품종 소량생산이라는 장점을 갖는다. 체질이나 연령, 알러지, 영양조절, 기호성 등을 고려한 소비자 맞춤형 식품 제조가 가능해지는 셈이다. 이 교수는 가공 방법이 단순한데다 기능성 재료와 대체 재료 등을 사용한 친환경적 제조 방식 역시 그 우수성 중 하나라 덧붙였다. 나아가 음식 쓰레기 및 음식 저장과 수송에 드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어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급증하고 있는 세계 인구의 식량 수요 충족에도 3D 프린팅을 활용한 식품 제조는 훌륭한 대안으로 제시된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바다에 많이 서식하는 해조류나 대량 번식시킨 곤충의 단백질 등을 활용해 환경에 해를 끼치지 않고도 충분한 영양을 갖춘 음식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식자재를 가루 형태 등으로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면 기후 변화에 따른 흉작으로 굶주리는 인구들에게 새로운 희망이 될 수 있다.

이렇듯 다양한 장점을 가진 3D 음식 프린팅 기계는 이미 몇 해 전부터 출시되고 있으나 그 기능이 단순하고, 가격이 비싸 보급에 어려움이 따르는 실정이다. 하지만 최근 네덜란드에 3D 프린팅 전문 레스토랑이 등장한데 이어 미군에서도 3D 프린팅 기술로 병사들에게 맞춤 영양분과 전투 식량 보급을 계획하고 있어 기술상용화에 대한 기대가 모아진다.

음식의 맛과 질감 구현하는 3D 프린팅 기술 개발

식품블록 제조를 위해 사용되는 프린팅 기술은 식품의 맛과 식감, 영양학적 가치를 고려한 재료에 픽셀 단위의 미세한 공정을 가해 식품을 재형성하거나 가공하는 방식으로 구현된다. 실제 식품을 모방한 것이지만 맛이나 식감이 제대로 표현되는가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로 남아있다. 이진규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음식을 먹는 과정도 세밀하게 살폈다고 설명했다.

“인간은 입으로 들어온 음식물을 미세한 구조물로 부수기 위해 이와 혀로 섞어가며 느끼고, 삼키고, 소화합니다. 식품의 재료와 구조물의 특징은 음식 맛의 주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죠.”

이러한 분석을 토대로 이 교수는 식품의 미세구조를 식품소재에 더욱 가까운 조직구조로 디자인해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고 있다. 357개의 양방향 프린팅 노즐로 구성된 3D 프린터는 5피코리터 정도의 액상 재료를 정교하게 분사해 구조체를 가진 식품 블록을 출력한다. 이를 통해 물질의 변형과 흐름을 살피는 유변학적 특성 및 조직감, 분산 정도를 고려한 디자인까지 확장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3D 프린팅 기술로 개인의 건강 데이터에 따른 다양한 식감이나 맛, 영양까지 첨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당 연구를 통해 이 교수는 프로토타입 3D 프린터로 실제 음식 샘플에서 관찰된 물리적 특성과 나노 규모의 질감을 모방한 미세구조를 가진 음식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나아가 자신이 개발한 플랫폼에 최적화된 방법으로 탄수화물과 단백질 가루, 음식 질감을 조절하고 체내에 흡수되는 방식을 조절할 수 있는 미세구조를 가진 음식으로 전환시킬 수 있음을 입증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는 이번 연구에서 출력 공정 개선 및 최적화 등을 통해 식품 3D 프린팅의 출력 효율성을 증가시킬 수 있는 기초적 파라미터를 구축했다고 밝혔다.

“향후 식품의 단면 스캐닝, 분산 정도 및 물성 측정 등의 데이터를 토대로 한 연구를 수행하고자 합니다. 식품의 용해도나 분산도, 물성 등을 조절해 3차원의 식품구조를 생성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개발 연구에도 착수할 계획입니다.”

 

“다양한 분야와의 융합 통해 더 큰 의미를 만들어내겠습니다”

“저희 실험실은 ‘식품나노공학연구실’이라는 이름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식품이 사람의 체내에 들어와 소화되고 몸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잘게 쪼개어지는 음식물들은 나노사이즈에 가깝죠.”

이진규 교수는 자신의 연구를 통해 이러한 음식물이 몸에 흡수되는 관문을 컨트롤하고, 거기서 벌어지는 일을 토대로 식품을 디자인하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렇게 디자인된 제품이 체내에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추적하는 것이 주된 연구 분야다. 나아가 그는 다양한 입자들이 체내로 받아들여졌을 때의 기능과 영양성분 등에 대한 폭넓은 분석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연구 속 기존 식재료들을 사람이 사용하기 적절한 크기로 만드는 작업에 3D 프린팅 조영기술이 활용된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식품 제조 기술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이전에 연구가 이루어지던 분야가 아니기에 선행적 연구를 수행함에 있어 여러 어려움이 따르기도 했다. 이진규 교수는 향후 해당 분야의 가능성을 알리며 파급력을 키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 역시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3D 음식 프린팅을 다음 단계로 향상시키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나아가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며 보다 효과적인 체내 흡수를 위해 기능성을 향상시킨 식자재 및 음식 창출을 지속적으로 연구할 것이라 전했다.

“식품공학 전공자들은 재료를 다루는 데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습니다. 여기에 전자나 기계, 컴퓨터공학 등 다양한 분야 사람들의 힘이 모인다면 더 큰 시너지를 얻는 것은 물론 3D 음식 프린팅 연구에도 더 큰 의미가 실릴 것이라 기대합니다.”

최근까지 3D 프린팅 기술은 식품보다는 의학이나 공학 분야에서 각광받아 왔다. 이 교수는 식품공학이 생명공학이나 바이오공학과도 연관성이 큰 만큼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 내다봤다. 특히 3D 프린팅 자체보다 3D 프린팅을 통해 만들어진 결과물의 의미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이라며, 3D 프린팅 식품 제조 기술을 통해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하는 그다. 이러한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이 교수는 현재 화학과, 정형외과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과 공동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융합을 강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서로 다른 분야 사람들에게 자신의 분야를 이해시키는 데 있습니다. 서로의 분야를 이해하고, 합쳐나가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진정한 핵심이죠.”

전 세계적으로 3D 프린팅을 활용한 식품 제조 분야가 연구 초기 단계에 놓여있기에 우리나라에는 또 다른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이 교수는 4월 학회 발표 이후 미국과 유럽, 중동의 기업에서 공동 연구를 제안해오고 있다며, 세계적으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는 신기술 개발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필요함을 피력했다.

 

연구, 교육, 봉사 균형 잡힌 활동으로 해당 분야 발전시켜나갈 것

“현재까지의 연구들은 국가연구과제를 수주하며 진행되어왔습니다. 저의 연구인 동시에 학교, 국가의 연구라 할 수 있죠. 제가 진행하는 연구들이 사회적으로 적절한 파급효과를 내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 연구자로서 큰 보람을 느낄 것입니다.”

이진규 교수는 자신의 연구 성과들이 사회에 실질적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는 공과대학 교수 모두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확신과 함께였다. 그는 이러한 확신을 토대로 사람들이 실질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또한 향후 보다 발전된 연구 결과들이 나온다면 인류의 삶 속에서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교수는 한국식품과학회, 한국미생물생명공학회, 산업식품공학회 등 여러 학회에서 활동하며 학문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그는 학회는 연구자들의 안식처이자 놀이터라며, 과학계의 흐름을 지켜볼 수 있는 장인 동시에 여러 분야 사람들이 모여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새로운 기회를 찾아가는 곳이라 말했다. 또한 교육과 연구, 봉사라는 교수의 세 가지 역할을 균형 있게 수행하는 가운데 학회활동은 사회를 위한 또 하나의 봉사가 될 수 있다고 강조하는 그다. 실제로도 학회원으로서 뿐 아니라 간사 등 학회 운영에 참여하며 학회 발전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과 미국 비영리 정부연구소에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학교로 온지 이제 4년차를 맞이합니다. 오래 전 저의 지도교수님은 ‘연구를 잘해야 교육을 잘할 수 있고, 교육을 잘해야 함께 연구할 연구자들을 모을 수 있다’고 말씀하셨죠. 저 역시 그 말씀처럼 교육과 연구가 서로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3D 프린팅을 활용한 식품 제조 연구는 전례가 없는 선행적 연구이기에 가능성이나 성과를 확신하기 쉽지 않다. 인류에게 보탬이 되겠다는 비전과 함께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그는 자신의 연구가 새로운 학생들에게 자극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구를 바탕으로 한 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성장을 후원하고, 이 학생들이 자신의 연구 분야를 연구하며 성과를 내기까지 든든한 조력자가 되겠다는 다짐을 내놓는 그다. 이 교수는 세상에서 널리 쓰일 수 있는 여성공학자를 배출하는데 온 힘을 다하겠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에 대한 확신을 무기로 새로운 길을 개척하고 있는 이 교수의 모습을 보며 3D 프린팅으로 만든 음식을 접할 날이 머지않았음을 확신한다.

이진규 교수

2016년 03월 ~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식품공학과 식품나노공학연구실 부교수

2015년 03월 ~ 2016년 03월 이화여자대학교 식품공학과 식품나노공학연구실 조교수

2014년 03월 ~ 2015년 02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서울서부센터 선임연구원

2012년 12월 ~ 2014년 03월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강릉센터 선임연구원, 팀장

2007년 05월 ~ 2012년 12월 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 Research Associate

 

학력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학사

연세대학교 식품·생물공학과 석사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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