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M(건전성 예측관리) 기술, 4차 산업혁명 운명 좌우할 것”
“PHM(건전성 예측관리) 기술, 4차 산업혁명 운명 좌우할 것”
  • 박금현 기자
  • 승인 2018.07.16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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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편리하게 정보를 검색하고 휴식이 필요하면 언제든 자동차로 운전하거나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기술로 삶의 질은 향상됐지만 문득 두려움이 앞선다. 마치 한 편의 영화처럼 불가항력적인 사고로 전력이 차단된다면 우리는 아무 일도 못할 것이다. 자율 주행하던 자동차가 갑자기 멈춰 추돌사고가 나고 안전한 교통수단으로 여겼던 비행기가 원인 불명의 사고로 폭발할 수 있다. 미디어를 통해 상상으로 이러한 상황을 접했지만 곧 현실이 될 수 있다. 권대일 교수는 사전에 예방하는 기술인 고속 신호 분석을 이용한 전자제품 고장예지 및 건전성 관리 시스템 개발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권대일 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 공학부/시스템 신뢰성 연구실 교수 

편리한 최첨단 전자제품, ‘센서리스 센싱으로 안전성 확보

권대일 UNIST 기계항공 및 원자력 공학부/시스템 신뢰성 연구실 교수가 개발한 센서리스 센싱(이상상황 자각) 기술이 뜨거운 러브콜을 받고 있다. 권 교수는 연구실에서 개발한 기술을 산업현장에 적용하기 위한 공학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라며 센서리스 센싱과 건전성 예측관리 연구는 산업 발전에 도움을 주는 핵심 기술이다라고 밝혔다.

사람이 아프면 스스로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 건강을 유지하지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전자장치는 어떤가요? 스마트폰, 자동차, 항공기 등 전자부품으로 만든 제품이나 시스템은 사람처럼 아프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잘 가동되니까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고장을 일으킨다면 어마어마한 불편을 넘어서서 때론 재산이나 심각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저의 센서리스 센싱 연구 주제는 전자제품 및 시스템에 이상상황을 자각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하고 건전성 진단, 예측을 통한 시스템 고장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산업계의 파급 효과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의 연구에 촉각을 세우는 산업계는 전자, 항공, 제조, 에너지발전 등으로 압축할 수 있다. 크고 복잡한 시스템으로 운영되지만 수많은 전자제품이 제어하는 산업 분야다. 작은 문제라도 생기면 막대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이상상황 진단을 위해 고가의 첨단 장비를 동원해야 하는 실정이다. 그는 고가의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시스템 내부의 물리적인 변화나 이상 상태를 자각하는 기능을 개발했다. 전자 시스템에 흐르는 전기신호의 특성을 분석해 물리적 흐름의 변화를 신호 흐름으로 분석한 이 기능은 국내 특허 등록 및 미국 특허 출원을 완료한 상태다. 우리가 항상 옆에 두고 있는 고가의 스마트폰에서도 전기신호가 있어 센서리스 센싱 기능을 적용해 시스템을 보호할 수 있다. 산업계가 그에게 주목하는 이유는 항공기, 발전소처럼 시스템 고장이 발생하면 엄청난 치명타를 입는 산업 시스템에 센서리스 센싱 기능을 적용하면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생활과 직결, 안전에 꼭 필요한 기술

정부는 지난해 노후원전 수명연장 불허·신규원전 백지화를 발표했고 그해 6월 고리 1호기를 폐쇄했다. 최근 월성 1호기도 폐쇄됐다. 우리나라는 일본 후쿠시마 사고가 발생한 후 지진으로부터 원자력 발전소가 안전할 수 있도록 내진설비 기준을 6.5로 강화했다. 노후된 원자력 발전소인 월성 1호기는 내진설비와 전기 생산 효율성 등을 고려해 내린 결정이다. , 원전이 앞으로 얼마나 더 사용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국민의 이목은 노후 원전이 얼마나 안전한지에 쏠려 있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의 사고에 대한 공포로 전력 수급 현황은 고려하지 않은 채 노후 원전을 조기 폐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전기 사용량을 고려하면 현명한 대안이 필요하다. 노후 원전이 안전하게 전기를 생산할 수 있는지 국민에게 객관적으로 증명해서 설득해야 한다. 센서리스 센싱 기술은 원전의 전기신호를 기반으로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센서리스 센싱 기능을 항공기 산업에 대입하면 항공기가 안전하게 비행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여객기의 1대 가격은 1천억 원에서 5천억 원 선이며 전투기 1대 가격은 수천억 원 이상에 달한다.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고장이 발생하기 전 항공기가 보내는 이상 신호를 미리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다면 막대한 수리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문제가 심각해지기 전 부품을 교체하거나 수리해 고장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기 때문이다. 구입한지 오래된 항공기를 앞으로 얼마나 더 쓸 수 있는지 가늠하는 것은 대형 참사를 막는 지름길이다. 지난 2013년 충북 증평군에 전투기 F5E가 추락했다. 다행히 민가를 피해 추락하면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노후 전투기 관리에 대한 비난이 속출했다. 1965년 국내에 첫 도입된 기종이었으며 2000년대만 10여 대가 추락해 불안감이 고조된 기종이었다. 공군이 동일 기종의 비행을 금지하며 수습됐지만 전투기 F5E가 사람이 많은 지역에 추락했다면 피해는 불 보듯 뻔했다.

센서리스 센싱 기능으로 항공기, 발전소 등을 얼마나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지 판단하는 기술입니다. 반도체 등 주요 전자부품을 생산하는 설비에 적용해 고장 예방을 통한 다운타운 감소로 수율 및 제품의 품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죠. 시스템의 생산설비 문제를 인식하면 관리자는 남은 수명을 예측해 부품 교체 등 효율적 대응에 나설 수 있습니다. 기계는 말을 하지 못해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우리에게 알려줄 수 없죠. 기계의 데이터를 잘 처리해서 문제를 판단하는 고장진단 연구를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습니다.”

권대일 교수는 관리자가 보다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을 이용한 휴대폰 품질 진단, 변압기 상태 진단, 항공기 주요 부품 건전성 예측 등 산업의 실적 향상을 위한 연구 과제를 무사히 수행했다. 이제 현장에 테스트하는 일만 남았다라며 나아가 센서리스 센싱 기능을 의료기기에 접목한다면 의료기기의 문제로 인한 안타까운 의료사고를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생명을 다루는 분야여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의료계나 관련 분야의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센서리스센싱
PHM 산업적용을 위한 가이드라인 제시
PHM 적용사례

 

PHM 기술로 미래를 개척하는 연구자

권대일 교수가 주력하는 연구인 산업시스템의 신뢰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센서 개발, 고장진단/예측 방법 개발 및 산업 적용은 최근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10여 년 전부터 미국 내 학계와 산업계를 중심으로 고장진단/예측(PHM: 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 이하 PHM) 분야가 알려지면서 활발히 연구되기 시작했다. 해당 분야는 기존 신뢰성 공학에서 시작했으며 점차 기계공학, 전자공학, 산업공학, 응용통계 등이 융합된 다학제적 분야로 범위가 확대됐다.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높은 공학과 데이터 처리, 분석에 대한 이해가 높은 수학, 통계가 시스템 건전성을 매개로 융합해 하나의 새로운 연구 분야로 우뚝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17년에 열린 ‘PHM-Asia Pacific 학술대회를 통해 학계와 산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재차 확인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예고된 가운데 PHM이 화두로 떠올랐다.

센서리스 센싱으로 예지예측연구가 발전해 결국 산업에 도움이 돼야죠. PHM 기술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도록 IoT 기술과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IoT 기술이 발전해 일상의 모든 제품과 시스템, 사용하는 사람은 유기적으로 연결될 것입니다. 더 많은 빅데이터를 가용하면서 실시간 처리하는 기술이 산업 시스템의 건전성을 보장할 것입니다. 저는 PHM 기술이 다양한 산업에 이용될 수 있도록 산업정보예측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저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을 빅데이터에서 정보를 끌어내는 것에 있다고 보니까요. 4차 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각 산업의 하드웨어에서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진단·예측하는 PHM 기술을 이용한 산업정보예측 플랫폼을 구축하겠습니다.”

권 교수의 행보는 우리나라의 PHM 기술 발전과 맞닿아 있다. 그는 연구자로서 최전선에 서 있다. 올해 2월 창립한 PHM학회 발기인 및 총무이사로 활동하며 학술과 기술을 산업으로라는 슬로건에 걸맞은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기계, 전자, 화학, 에너지 산업 등에 적용할 수 있도록 활발한 연구모임을 추진해오며 국방, 항공, 기계 시스템 등 각 산업 별로 사례 발표를 통해 정보를 공유해왔다. 오는 8월 후학 양성과 기업체 정보 제공을 위한 기술 강습회를 이어 9월 학계 및 산업계가 만나 PHM 기술적용 연구사례를 공유하는 1PHM 기술교류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PHM학회의 생동감 넘치는 활동은 기존 아카데미와 차별성이 느껴져 산업계의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그는 PHM학회 외에도 전자패키지학회에서도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으며 특히 대한기계학회 신뢰성 부문 수석편집이사로 왕성하게 활동했다. 대한기계학회는 그의 공로를 높이 평가해 올해 신뢰성 젊은 연구자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그의 활동은 전 세계 데이터를 이용해 유익한 정보를 끌어내는 것과 PHM 기술을 자동차, 중공업, 철도 등 세분화된 산업 분야까지 확산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빅데이터에서 나에게 중요하고 유의미한 가치를 끌어내는 것이다라며 마찬가지로 각 산업의 하드웨어에서 나오는 다양한 데이터 분석/진단/예측하는 PHM 기술을 이용해 사용자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의 한 모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신뢰성 엔지니어 육성이 중요하다

2006년 포항공대 기계공학과 학사, 2010University of Maryland 기계공학과 박사를 거쳐 미국 아리조나주 인텔사에서 Senior Reliability Engineer로 활동했던 권대일 교수는 현재 UNIST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풍부한 현장 경험을 쌓은 권 교수는 학교로 돌아와 연구를 위한 연구보다 실제로 적용 가능한 연구에 힘써 왔다.

연구실에서 확보하는 데이터뿐 아니라 회사가 보유한 현장 데이터 확보가 필요하지만 보안 등의 이유로 기업에서 거절할 때 연구에 어려움을 많이 느낍니다.”

연구소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새로운 기술의 일치성을 확인하는 단계에서 부족함을 느끼는 그는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오픈 소스를 기반으로 한 어플리케이션이 다양한 콘텐츠로 개발되는 것처럼 기술도 관련 데이터를 오픈해 연구자들이 다각도로 분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길 희망한다라는 바람을 전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PHM 기술의 위상이 높아질 수 있도록 교수이자 선배로서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미국의 경우 많은 대학에서 신뢰성 공학 관련한 학위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트렌드를 선도하는 인텔, 애플, 구글 등 글로벌 기업은 신뢰성 엔지니어(reliability engineer) 직책으로 많은 박사급 연구원을 고용해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신뢰성 엔지니어는 그룹 내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며 제품 생산, 품질, 신뢰성과 관련한 전략적 결정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도 신뢰성 엔지니어 양성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PHM 기술의 선구자인 그는 학생들이 현장에 나갔을 때 공학도로서의 해결능력을 배우는 신뢰성 및 고장예지관리 관련 강의개설에 앞장서고 있다. 그의 연구는 소프트웨어 기술로 전자회사, 자동차회사, 중공업에 다 통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4차 산업혁명에서 빅데이터와 가교 역할을 플랫폼 비즈니스의 중요성을 설파한 그의 생각은 대한민국을 굳건한 강국으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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