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가치경영’··· 글로벌리딩기업은 계속된다
‘고객가치경영’··· 글로벌리딩기업은 계속된다
  • 박금현 기자
  • 승인 2018.06.14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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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체제 속에서 비용절감, 생산성 향상 등은 더 이상 경쟁우위가 될 수 없다. 고객이 인정하는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이를 세계 표준으로 만들어 갈 때 진정한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다.” 故 구본무 회장의 고객가치경영의 철학은 ㈜LG 그룹 안에 스며들어 있다. 향년 73세 나이로 별세한 구 회장이 걸어온 횡보에는 LG라는 이름의 새 역사를 쓰고 대한민국의 발전에 아름다운 유산을 남겼다.

 

故 구본무 ㈜LG그룹 회장

의인으로 기억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재계의 ‘큰 별’로 불리던 ㈜LG그룹 故 구본무 회장(이하 구본무 회장)이 5월 20일, 숙환으로 눈을 감았다. 이튿날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인의 빈소에 정‧재계 인사들의 발길이 잇따랐다. 서거 전 ‘조용한 장례’를 당부했던 구 회장은 수목장을 통해 숲으로 돌아갔다. 재벌 총수로는 수목장 장례를 치른 첫 사례다.

앞서 ㈜LG그룹 측과 유족이 사흘간 비공개 가족장을 치르겠다고 밝힌 만큼 구 회장의 빈소는 다른 장례식장과 비교해 조화나 조문으로 북적이진 않았지만, 고인의 ‘정도경영’의 뜻을 기리는 애도 물결은 계속 이어졌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는 자신의 SNS에 구본무 회장의 별세를 전하며 “도덕경영을 실천하시고, 누구에게나 겸손 소탈하셨던 큰 어른. LG를 국민의 사랑, 세계의 신뢰를 받는 기업으로 키우신 장본인. 너무 일찍 떠나셨습니다. 명복을 빕니다”라는 추모 글을 적기도 했다. 이 총리의 말대로 구 회장은 정직과 정의를 지키는 뚝심과 소신으로 국민의 신뢰를 받아왔다.

아울러 이날 빈소에는 총 7개의 조화만 놓여진 것으로 알려졌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 정세균 국회의장 등이 보낸 조화와 함께 LG, GS, LS, LIG 등 범 LG가(家)와 관련된 곳의 조화만 놓였다. ㈜LG그룹 측은 “구 회장이 생전에 과한 의전과 복잡한 격식을 마다하고 소탈하고 겸손하게 살아왔던 만큼 장례식도 간소하게 치르길 원했다”고 전했다. 실제 고인을 애도하는 조화들이 몇몇 도착하기도 했지만, ㈜LG그룹 측은 양해를 구하고 조화를 되돌려 보내기도 했다.

구 회장은 기업을 키우면서도 사람을 아끼는 ‘인덕(仁德) 경영’을 실천한 총수로 널리 알려져 있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한국에서도 외환위기 때와 같은 ‘해고 대란(大亂)’ 소문이 무성하던 2008년 그는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사정이 어렵다고 함부로 사람을 내보내거나 (신규 직원을) 안 뽑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당시 국내 최대 기업 삼성을 비롯한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내부적으로 감원 계획을 세웠으나 구 회장이 이 발언이 당시 동아일보 특종보도로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신선한 충격을 줬고 결국 인위적 인원 감축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그의 ‘인덕 경영’에 대한 소신은 기업 내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구 회장은 2007년 3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서 “지금까지의 R&D가 새로운 기술, 그 자체를 중요시했다면 이제는 고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더 나은 방식을 찾는 R&D로 생각의 지평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라고 말했다.

2017년 말, ㈜LG 그룹에서 출시한 방화복 전용 드럼세탁기 역시 그의 소신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당시 업무 특성상 의복 세탁에 어려움을 겪었던 소방관들을 배려했다며 시민들의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LG는 자사의 선행을 브랜드 홍보에 이용하지 않았다. 이는 구 회장의 신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창립 70주년을 맞아 최고경영자를 만났을 당시 “창업 정신을 고취하여 국민과 사회로부터 한층 더 신뢰와 존경을 받는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 한 바 있다. 당시 구 회장은 “우리 최고경영진이 앞장서서 주도하고 솔선수범하는 리더십을 보여야 모든 임직원이 같은 방향을 보고 몰입할 수 있다.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선배이자 영속하는 ㈜LG의 토대를 만든 경영자로 평가 받을 수 있도록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자”고 말했다. 단순 마케팅이 아니라 옳은 일에 앞장서는 모습으로 사회와 국민의 신뢰를 얻자는 주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표상으로 삼을 만하다.

 

구본무 회장은 사회복지활동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구 회장은 2015년 LG복지재단을 통해 ‘LG의인상’을 제정했다. 일반적으로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을 마케팅 활동에 이용하는 반면 LG의인상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의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 이는 구 회장의 사회공헌활동이 가지는 진정성을 알리는 가장 큰 브랜드 이미지가 됐다.

 

‘사랑해요 LG’, 새 이름으로 LG 역사 새롭게 쓰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 43년 ㈜LG그룹의 후계자이자 총수로서 고인의 삶에는 수많은 업적이 있었다.

럭키금성이라는 CI(Corporate Identity)를 세계에서 가장 잘 알려져 있는 브랜드 중 하나인 LG로 변경한 것부터 시작해 지주사 전환을 통한 과감한 투자, 남 몰래 의인들을 지원해왔던 ‘LG의인상’ 등 ㈜LG그룹에는 그의 흔적이 셀 수도 없이 많다.

지금의 LG라는 CI는 구본무 회장으로부터 시작됐다. 1988년 구자경 명예회장은 ‘21세기를 향한 경영구상’을 발표했다. 그룹 CI변경은 해당 경영혁신 활동의 연장선상이었다. 당시 LG의 전 CI인 ‘럭키’, ‘금성’, ‘골드스타’ 등은 이미 국내 가전 산업은 물론 해외에서도 널리 알려져 있어 내부에서는 CI 변경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당시 부회장이었던 구본무 회장은 대내외의 반대에도 CI 변경을 추진했다. 여러 개로 나뉜 그룹 명칭과 이미지를 하나로 통합해 브랜드 인지도와 구성원간의 일체감을 높인다는 목표였다. 이후 1993년 LG는 임직원 및 국내외 고객 등 3700여명을 대상으로 의견조사를 실시해 그 결과를 바탕으로 1994년 CI 변경작업을 추진했다. 그룹 CI변경은 구본무 회장을 중심으로 진행됐다. 구 회장은 글로벌, 미래, 젊음, 인간, 기술 등의 의미를 포용하고 ‘인간존중 경영’ 등을 형상화한 ‘미래의 얼굴’을 그룹 심벌마크로 최종 결정해 CI를 완성했다. 1995년 1월 1일 LG의 새로운 브랜드가 대내외에 공표됐다. 이후 LG의 ‘사랑해요 LG’ 광고가 국민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LG의 브랜드는 더욱 확고해졌다.

1997년은 국내 모든 기업에게 위기였다. 당해 한국은 외환위기를 맞게 되고 100대 기업 리스트를 새로 써야 할 만큼 국내 기업들이 줄이어 도산했다. 1995년 ㈜LG그룹의 총수 자리에 앉은 구 회장은 총수 2년 만에 회사 자체를 잃을 위기에 처했다.

그는 우선 재무구조개선 작업을 착수하고 외환위기 극복 방안으로 대규모 외자 유치와 적극적인 기업공개(IPO)를 내세웠다. 특히 외자유치의 경우는 단순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투자금을 유치하는 차원이 아닌 글로벌 기업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맺어 시장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그룹이 총 출동한 외환위기 극복 전략으로 인해 1998년 말 LG텔레콤이 영국의 BT(Brithsh Telecom)로부터 4억 달러의 외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LG텔레콤의 성공을 시작으로 여러 계열사들이 다우케미컬, 칼텍스, 골드만삭스, 독일재건은행 등 해외 유수 기업, 금융기관들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67억 달러라는 대규모 외자유치에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LG생활건강, LG텔레콤 등 7개 계열사가 상장돼 외환위기 극복과 함께 지금까지도 경쟁력있는 기업으로 남아있다.

구 회장은 ㈜LG라는 국내 최초의 지주사를 만든 장본인이기도 하다. 그는 자신의 회장 취임 8년째인 2003년 국내 대기업 최초로 지주회사체제 전환을 시작했다. 계열사간 복잡하게 얽힌 순환출자로 인해 한 기업의 어려움이 그룹 전체에 영향을 미치자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해결책을 낸 것이다. 그는 1999년 말부터 본격적인 지주회사체제 전환 작업에 돌입했다. 우선 계열사간 출자를 정리하고 지주회사와 자회사간의 수직적 출자구조를 만들었다. 계열사는 사업에 집중하고 전체적인 그림은 지주회사가 그리도록 한 것이다. 또 내부적으로 경영권을 두고 경쟁했던 허씨가(家)를 GS그룹과 친족인 LS그룹을 분리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분쟁을 제거했다.

 

세계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 자동차사업 구조 고도화

구본무 회장이 향후 100년을 넘어 영속하는 ㈜LG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핵심 과제로 꼽은 것은 사업 구조 고도화였다. 가능성 있는 성장 사업을 육성하여 어떠한 시장과 경쟁 상황에서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사업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구 회장은 친환경 자동차 및 자율주행차 부품 등 자동차부품 분야를 2000년대 후반부터 미래 성장사업으로 선정하고 계열사별 사업적 강점을 바탕으로 전문 분야를 육성하도록 했다.

 

LG화학의 전기차배터리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전자가 전기차 부품 및 인포테인먼트 부품, LG디스플레이가 차량용 디스플레이, LG이노텍이 차량용 모터와 센서, 카메라 모듈, LG하우시스가 경량화 부품과 자동차 원단 등 차세대 자동차 산업을 위한 각종 부품과 솔루션 개발사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대표적으로 LG전자는 GM의 2세대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구동모터, 인버터, 차내충전기, 전동컴프레서, 배터리팩, 계기판,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 핵심 부품 11종을 공급하는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되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특히 차량용 통신 모듈인 텔레매틱스 분야에서 2013년 이후 5년 연속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또 LG화학은 한번 충전에 320Km 이상을 갈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를 개발했고, 500Km 이상 주행 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LG의 전체 자동차부품 매출도 2013년 2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2015년 4조원, 2016년 6조원, 2017년 8조원대에 육박하는 등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4월에는 LG전자와 ㈜LG가 세계 최대 차량용 헤드라이트 및 조명 공급 업체인 ZKW를 약 1조4400억 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LG는 ZKW 인수를 통해 자동차 부품 사업의 포트폴리오 강화는 물론, 차세대 융복합 제품 개발 등을 통해 미래 자동차 부품 사업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을 ㈜LG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OLED, 차세대 디스플레이 집중 육성

한편 ㈜LG그룹 구본무 회장은 대형 LCD 디스플레이로 세계 1위를 차지하던 2009년부터 미래 디스플레이 시장 선점을 위해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집중 육성해왔다. 지난 2013년,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로 55인치 대형 OLED 패널의 양산에 성공하고 같은 해 LG전자가 세계 최초로 55인치 OLED TV를 출시한 것을 필두로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구 회장은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OLED 개발을 위해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대형 OLED 패널은 LCD에 버금가는 황금 수율을 달성하며 시장을 계속해서 확대해 나가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2020년까지 총 20조원을 투자해 전체 매출 중 OLED의 비중을 2017년 10%대에서 2020년 40% 수준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LG는 끊임없는 연구개발을 통해 종이처럼 둘둘 말 수 있는 롤러블(Rollable) OLED 패널, 화면이 유리처럼 투명한 투명(Transparent) OLED 패널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도 속속 선보이며 OLED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에너지 분야에서도 ㈜LG는 친환경 에너지의 생산(태양광)부터 저장(ESS, 에너지저장장치), 효율적 사용 및 관리(EMS, 에너지관리시스템)에 이르는 ‘토털 에너지 솔루션’을 확보하고, 에너지 신산업 시장의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2010년 첫 태양광 모듈을 출시한 LG전자는 현재 미국, 일본,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프리미엄 제품으로 자리매김했고, LG화학은 세계 1위의 ESS 기술력을 바탕으로 유럽, 아시아, 오세아니아, 아프리카 등 세계 주요 지역에 ESS를 공급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점차 확대해가고 있다. LG CNS는 에너지관리시스템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ESS 시스템, 태양광 발전소 구축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2016년 바이오 사업 추진에도 한 획을 그었다.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고, 그린바이오 국내 1위 기업 팜한농을 인수하면서 바이오 사업 육성을 본격화한 것이다. LG화학은 이로써 바이오산업을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해 2025년 매출 5조원대의 사업으로 키워나간다는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은 기회, AI 인공지능 기술에 과감한 투자

한편, 구본무 회장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물결을 위기이자 기회로 포착하고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해왔다. 구 회장은 “인공지능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혁신 기술은 우리에게 익숙한 경쟁의 양상과 게임의 룰을 전혀 새로운 형태로 바꾸고 있다”며 새로운 기술을 제조업에 적극 접목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LG전자는 고객 생활 패턴 및 주변 환경을 학습해 스스로 작동하는 딥러닝 기반의 생활가전을 선보이며 ‘인공지능 가전’ 시대를 열었고, 또 인공지능 및 자율주행 기술을 활용해 로봇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2017년부터는 가정용 허브(Hub) 로봇과 상업용 로봇인 서빙 로봇, 포터 로봇, 쇼핑카트 로봇 등 포트폴리오를 점차 다양화하고 있다.

LG CNS도 빅데이터 분석 역량과 사물인터넷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팩토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유플러스는 홈, 공공, 산업 분야 등 우리 삶 전반에 사물인터넷(IoT)을 구축해 네트워크부터 플랫폼까지 총괄하는 IoT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세계 최초 LTE 상용화에 성공한 역량을 바탕으로 5G 서비스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5G의 핵심 서비스는 원격제어 드라이브, 지능형 CCTV, 5G 생중계, 8K VR(초고화질 가상현실 영상), 스마트 드론, FWA(UHD 무선 IPTV) 등이다. LG유플러스는 5G 주파수를 부여 받는 2018년 하반기부터 5G 네트워크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본격적인 4세체제 돌입, 새로운 시대에 접어들다

㈜LG그룹이 구광모 체제로 사실상 접어든다. 오는 6월29일 ㈜LG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되면 본격적인 4세체제가 열리는 셈이다.

㈜LG그룹의 경우 핵심 계열사들의 책임 경영 체제가 잘 돼 있고, 노하우가 풍부한 부회장단들이 버티고 있어 구 상무는 큰 무리 없이 ㈜LG그룹 방향키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새로운 시대에 맞는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것은 구 상무도 필할 수 없는 과제다.

‘집념의 승부사’로 통했던 구본무 ㈜LG 회장은 전자-화학-통신이란 3대 사업축으로 ㈜LG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하지만 산업 환경이 변화한 현 시점에 전대의 사업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가져가기에는 무리가 있다.

㈜LG는 바이오 분야 강화를 위해 2016년 LG화학과 LG생명과학을 합병했으며, 에너지 분야에서도 태양광·에너지저장장치(ESS)·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4월에는 LG전자가 ZKW를 약 1조 4,400억원에 인수하면서 전장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LG그룹에 정통한 한 재계 관계자는 “구 상무는 부친이 씨를 뿌려 놓은 전장·바이오 외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하는 숙제가 놓여 있다”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화학 계열사들을 정리한 것처럼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진한 사업을 매각하고,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LG 관계자는 “구 상무의 경험 부족 얘기가 나오지만, 신사업 추진과 관련해서는 지식과 경험을 많이 쌓았다”며 “6명의 전문경영인의 보좌를 받아 주요 사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전했다.

스마트폰 사업을 하고 있는 LG전자의 MC사업 본부는 이미 12분기 동안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매년 스마트폰 교체 수요가 넘쳐났던 호황기를 지나 이제는 평균 교체 주기가 2년 이상으로 길어졌다. LG 하면 떠오르는 백색가전 사업 분야 역시 중국 업체들의 부상으로 경쟁이 치열해졌다. 미국은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등을 앞세워 우리나라 가전제품에 대한 무역장벽을 높이고 있다. 중국의 공급과잉에 따른 LCD 패널 가격 하락, 배터리 분야의 경쟁 격화 등도 그동안 ㈜LG그룹을 뒷받침 했던 산업들의 유효기간이 끝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런 위기는 구광모 체제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일단 아버지 대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기 위한 씨앗은 뿌려졌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달 20일 개장한 ‘LG사이언스파크’다. 서울 강서구 마곡에 위치한 LG사이언스파크는 연구개발(R&D)에 대한 남다른 경영 철학을 가진 구본무 회장이 공을 들여 설립한 대규모 R&D 센터다.

구 회장은 2017년 9월 5일 수술 후 건강을 회복하고 LG사이언스파크 현장을 방문했는데 그것이 그의 마지막 현장 행보였을 만큼 LG사이언스파크에 공을 들였다. 축구장 24개 크기인 LG사이언스파크에는 2020년까지 2만 2,000여명의 LG 계열사 연구 인력들이 집결해 이종 사업간 융복합 연구를 하게 된다. 이곳에서 앞으로 연구할 자동차 부품, 에너지 등 성장사업과 로봇, 자율주행, 인공지능, 5G 등 미래 분야 융복합 연구는 구광모 체제에서 LG그룹의 엔진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재벌들의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재벌 총수 같지 않은 총수’, ‘이웃집 아저씨’ 같은 수식어가 어울렸던 구 회장이 남긴 발자취가 재조명되면서 재계 관계자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들에게도 큰 울림을 전하고 있다 ‘독립군 지원 기업 LG를 응원한다’라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가 고인의 마지막까지 함께했다. 구본무 회장의 서거 이후에도 사람을 사랑하는 그의 따뜻한 이념을 담아 ㈜LG그룹은 앞으로도 계속되리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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