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형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 - 과학적으로 입증한 ‘명상의 힘’, 더 넓은 활용방안 제시
강도형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교실 교수 - 과학적으로 입증한 ‘명상의 힘’, 더 넓은 활용방안 제시
  • 박금현
  • 승인 2018.06.14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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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용어사전은 명상을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 아무런 왜곡 없는 순수한 마음 상태로 돌아가는 것을 초월(transcendence)이라 하며, 이를 실천하려는 것이 명상(meditation)’이라 정의내리고 있다. 이러한 수행법은 서양종교보다는 힌두교나 불교, 도교 등 동양종교에서 주로 사용되어 왔으며, 마음을 자연스럽게 안으로 몰입시켜 내면의 자아를 확립하기 위한 방법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교 정신과학교실 강도형 교수는 이러한 명상의 다양한 효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하며 명상의 보다 폭넓은 활용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강도형 교수

뇌 구조 변화시키는 명상의 효과 검증

강도형 교수의 ‘뇌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 촬영을 통해 경험적으로만 알려졌던 명상의 효과를 직접 관찰함으로써 명상과 뇌 기능 향상의 연관성을 규명’에 의하면 매일 1시간 이상 3년 넘게 명상을 지속해온 사람의 뇌는 일반인과 눈에 띄는 구조적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명상 집단의 뇌는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두엽과 뇌의 여러 부위를 연결하는 백질이 일반인보다 두꺼웠으며, 집중력과 자기 지각(self-perception)을 담당하는 뇌의 두정엽 부위는 그 기능이 더 강화되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명상 수련 기간이 길수록 전두엽의 특정 부위가 두꺼워지는 점 역시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뇌의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번 연구를 통해 지속적인 명상 과정에서 해당 뇌 부위를 많이 사용하면 그 활성이 증가하고, 최종적으로는 구조 자체의 변화를 유발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본 연구에서는 장기간 명상을 수행한 이들의 뇌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efault Mode Network)가 강화되었다는 점이 관찰되기도 했다.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는 외부 자극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지 않을 때 가장 크게 활성화되는 영역이다. MRI 촬영 결과 명상수행집단은 명상을 하지 않을 때도 해당 네트워크의 연결성이 일반인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이는 명상 수행 동안 정신적 활동이 감소하고 개인의 내부에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가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의 활성에 따라 조절됨을 의미한다. 장기간 수련 시 명상을 하고 있지 않을 때에도 그 효과가 유지됨이 확인된 것이다.

나아가 강 교수는 최근 연구에서 명상에 따라 뇌섬엽(insula)을 기반으로 한 뇌 부위 간 기능적 연결성이 강화됨을 관찰하는데 성공했다. 뇌섬엽과 시상, 미상핵, 전두엽 및 상측두엽 간의 기능적 상호 연결성이 발달해있었는데, 이들 영역은 감각인식, 감정조절, 집중력, 실행능력 등 감정 및 인지기능 발휘에 핵심적인 기능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명상이라는 행위를 통해 신체 감각에 집중하고, 신체적 이완 및 감정 조절 기술을 훈련함으로써 뇌에서 해당 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이 발달했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해당 연구 결과들은 뇌기능 변화 관찰을 통해 그간 경험적으로만 알려졌던 명상의 효과를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명상 효과의 과학적 입증으로 다양한 영역에서의 활용 기대

영국에서 진행된 명상 수련의 효과 비교 연구는 여러 수련법 중 한국의 뇌파진동 명상이 우울증과 수면장애 개선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천 년 전부터 내려온 우리 민족 고유의 경전인 ‘삼일신고’에는 ‘강재이뇌(降在爾腦)’라는 구절이 있다. 이는 ‘뇌 속에 이미 하늘이 내려와 있다’는 뜻으로, 우리 선조들이 생활, 문화, 교육 속에서 뇌를 잘 쓰도록 교육해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뇌과학이 발달하기 훨씬 이전부터 우리 선조들은 두뇌의 힘을 키우는 명상법을 활용하고 있었던 셈이다. 강도형 교수는 그간 동양의 큰 자산인 심신 수련의 가치와 효과에 대한 관심이 저조했다며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고자 본 연구를 수행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진행 과정에는 산업안전보건연구원, 한국뇌과학연구원이 함께 참여하여 명상 프로그램을 개발했으며, 보다 간편하게 활용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에서 명상에 의한 뇌의 구조적 변화를 과학적으로 입증한 만큼 향후 일반인 뿐 아니라 뇌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환자들에게 명상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 2005년 달라이 라마가 ‘명상의 신경과학’을 주제로 강연할 당시 과학계에서는 큰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명상을 비과학적이며 미신적이라 여기는 관점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것의 강 교수의 설명이다. 이렇듯 명상을 종교적 수련의 일환으로 바라보는 시선과 편견은 이번 연구를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였다. 일부에서는 이단으로 치부해버리는 경우도 있어 강 교수 역시 금번 연구를 진행하며 관련 협회로부터 금전적 보상을 받는다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다양한 신체적 반응을 덜어주는 명상은 실제로 암 질환이나 만성통증 치료의 보조적 요법으로 적용될 정도로 그 효과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다른 치료와 병행하였을 때 치료 예후가 더 좋아지게 하는 역할을 하죠. 또한 감정 조절 등의 효과가 뛰어나 감정노동 근로자들에 대한 탁월한 치유 효과도 보입니다. 직무 현장에서도 크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는 이유죠.”

 

명상, 여러 기술과의 융합으로 폭넓은 활용방안 제시

현재까지 강도형 교수는 신경과학적 관점을 비롯한 측면에서 명상의 효과를 연구해왔다. 그 중 유전자 다형성에 따른 명상의 개인차를 알아본 연구에서는 개인의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와 COMT(catechol O-methyl transferase) 유전자 다형성에 따라서 명상의 효과가 나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규명하기도 했다. 이는 여러 사람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명상을 하더라도 개인에 따라 효과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강 교수는 향후 개인 맞춤형 의료복지 서비스 개발의 이론적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명상의 직무스트레스 완화 효과라는 측면에서도 명상 프로그램으로 인한 스트레스 감소, 정서지능 증가, 회복탄력성 증가, 스트레스 저항성 증가의 효과를 확인한 그다.

“명상에 따른 호르몬 변화 관찰을 통해 명상 집단에서 나타나는 스트레스 완화, 긍정 정서 증가, 부정 정서 감소 등 치료적 효과를 확인했습니다. 행복 호르몬 중 하나인 도파민(dopamine) 증가를 동반한 것이었죠. 명상에 따른 긴장 완화 및 심신 이완 효과 또한 근육 이완 관련 물질인 NO(Nitric Oxide) 증가 효과를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할 수 있었습니다.”

명상의 정서지능 효과를 알아본 연구 역시 흥미롭다. 명상 수련 집단에서 정서인식과 표현, 감정이입, 감정적 사고촉진, 정서 활용, 정서조절 등 정서지능의 하위 5가지 요소가 모두 증가함을 밝힌 것이다. 이밖에도 명상이 면역 기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에서는 명상에 따라 면역기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TNF-alpha)은 감소하고, 면역기능에 좋은 영향을 미치는 단백질(IL-10)은 증가함을 입증하기도 했다.

강 교수는 최근 의료진들의 감정노동 스트레스 대처를 위한 마음-몸 훈련(Mind-Body Training)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했다. 여기서 나아가 해당 프로그램의 효과를 생리적(뇌파) 평가 지표를 통해 검증하는 것까지가 해당 연구의 목표였다. 연구 결과 프로그램을 수행한 집단은 대조 집단에 비해 alpha, theta 밴드의 네트워크 강도가 유의하게 증가했다. alpha, theta 밴드는 차분함 및 긍정적 정서가 높아질수록, 또 스트레스 및 불안 수준이 낮아질수록, 그 활동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 교수는 그간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AI 기술을 접목한 명상 프로그램 플랫폼 개발 등의 융합연구를 계획하고 있다. 정상인을 대상으로 한 생체 감정신호 분석 등으로 명상의 과학적 효과를 가장 잘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발굴하고, 개인의 생체신호 프로파일에 따라 최적화된 명상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명상 프로그램을 제안하는 것이 본 연구의 목표다. 나아가 고문 피해자와 탈북자 등 트라우마로 고통 받는 집단에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긍정적 효과를 줄 수 있을 것이라 내다보는 그다.


몸과 마음 다스리는 명상, 건강한 삶 선사한다

“명상에 관한 선행 연구들은 그 효과가 개인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향후 머신러닝 등 발전하는 과학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개인 맞춤형 명상을 보급하고자 합니다.”

강도형 교수는 명상과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며 명상 프로그램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나간다는 계획을 전했다. 특히 명상의 치유 효과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지속하며 명상이 비과학적이라는 편견을 없애고, 이를 의학 및 교육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그 활용 방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의 전(前) 정부윤리청장 윌터 샤우브는 업무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직원들과 매일 명상을 했다고 밝힌 바 있으며, 최근 볼티모어의 한 공립 초등학교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에게 벌칙 대신 명상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명상이 불안감을 줄이고, 심장과 혈관을 튼튼하게 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미국사회에서는 명상의 인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강 교수는 명상은 현대인의 정신건강 증진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황장애부터 우울증 등 스트레스로 인한 다양한 고통을 호소하는 이들에게도 명상은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지난 2013년에는 한국식 명상법이 유방암 환자들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삶의 질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이러한 명상의 효과와 우수성을 알리고자 강 교수는 한국 뇌명상학회장으로서 뇌의 작동원리에 근거한 명상법을 연구개발 및 토론하는 학회를 창립하는 한편 관련 학술 세미나 대회 개최를 준비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람들이 흔히 착각하는 것 중 하나가 감정이 마음과 더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죠. 하지만 감정은 몸을 쓸수록 조절하기 쉽습니다. 스트레스가 많을수록 몸을 쓰게 되는 것 역시 같은 이유죠. 감정을 관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몸과 마음의 통합적 접근입니다.”

명상은 몸을 활용함으로써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자기 자신을 바라봄으로써 감정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명상을 갖고 있는 나라는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다. 강 교수는 우리의 정신문화가 잘 녹아있는 한국의 명상법이 여러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그 효과 대한 과학적 검증부터 활용방안에까지 여러 연구를 이어갈 것을 약속했다. 이와 함께 명상에의 관심을 당부하는 그다. 바쁜 생활부터 유해한 환경, 만성적 스트레스 등으로 ‘마음의 독’을 쌓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이 명상은 무엇보다 편안한 해독제가 되어줄 것이다.

 

강도형 교수

학력

1991.03-1998.02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의예과 및 의과대학 의학과

2001.03-2003.02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정신과학 석사

2006.05-2009.02 서울대학교 대학원 의학과 정신과학 박사

주요경력

2006.05-2008.02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임상강사

2008.03-2010.02 서울대학교병원 신경정신과 진료교수

2010.03-2012.08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교수

2012.09- 現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정신과학 교실 기금부교수

2017.02- 現 생명문화학회 이사

2017.05- 現 벤자민인성영재학교 멘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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