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희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공학과 교수 - 피부 트러블 잡는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로 신약 개발 앞당겨야
이인희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공학과 교수 - 피부 트러블 잡는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로 신약 개발 앞당겨야
  • 최선영
  • 승인 2018.03.22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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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길어지면서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천연성분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화학성분 부작용에 시달려 바디버든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현대인에게 효과가 뛰어난 천연성분은 신이 준 선물이다. 하루라도 젊게 살고 싶은 욕망, 좋은 피부결을 갖고 싶은 소망이 화장품 천연성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선 효과가 뚜렷한 천연성분을 함유한 화장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제품이 S.T.P CLINIC 라인이다.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의 무한한 가능성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공학과 이인희 교수의 호기심이 화장품 천연성분 연구 분야에서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 펩타이드 연구에 골똘했던 이 교수 눈에 우연히 강원도 속초에서 잡은 비단멍게가 띄었다. 멍게의 체액에서 세포를 분리해 실험한 결과, 아주 우수한 효능을 지닌 항균 펩타이드를 발견한 것이다. 사실, 사람의 백혈구 중 식균 작용을 하는 호중구(neutrophils)와 비단멍게의 체액세포가 흡사해 이러한 연구를 시작한 것이었다.

“비단멍게의 항균 펩타이드는 매우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약 2,000종류 이상의 항균 펩타이드가 발견됐지만 임상시험 2~3단계에서 모두 탈락해 아직 신약으로 개발돼 대중화된 사례가 없습니다. 비단멍게 펩타이드는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있기에 우선 화장품 성분에 적용했고 놀라운 임상 결과가 축적되고 있습니다. 피부에 문제가 있거나 트러블로 고민이 많은 분들의 재구매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는 Silk Tunicate Peptide의 약자인 STP로 불리며 단백질의 구성 요소인 아미노산 분자 구조에 따라 HG1이라고 명명되었다. 두 개의 펩타이드가 연결되어 안정적인 구조를 이뤄 항균 효과가 우수한 것이 특징이다. 실험 결과에 따르면 피부감염증을 재연한 곰팡이 바이오필름에 1시간 가격으로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를 소량씩 나눠 투여하면 병원균이 사멸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 개발 기술은 특허를 받았으며 이 교수와 협력해 S.T.P CLINIC 라인 화장품을 생산하는 STPCOS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신기술창업 전문 회사 및 벤처기업 인증을 받았다. 저명한 자연과학 학술지인 네이처에서도 그가 발견한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를 다뤘으며 미국 미생물학회지에도 여러 편의 논문이 발표된 바 있다. 그는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를 환부에 투여하면 일시적으로 구조를 유지하면서 감염 병원균들을 죽일 수 있다는 실험 내용이 미생물학회지에 상세히 발표되었는데요. 특히, HG1이 병원균에게 쉽게 접근해 빠르게 죽일 수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파란색)NEW인센티브에센스 (연두색)NEW데일리에센스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 개발 기술은 특허를 받았으며 S.T.P CLINIC 라인 비단멍게화장품을 생산하는 ㈜베네팜은 중소기업청으로 부터 신기술 창업 전문 회사 및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업체이다.

감염 질환 치료 분야에서 돌풍의 핵이 되다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공학과 이인희 교수는 과학자이자 교수로 평생을 바쳤다. 지성의 전당인 대학교에서 한국 과학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개인적인 연구에 매진해왔다. 오랫동안 주력하는 연구 주제는 하등동물의 생체 방어 체계다. 2011년 쥘 호프만 박사는 면역체계 활성화에 대한 핵심원칙을 발견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쥘 호프만은 초파리를 연구 모델로 선택해 면역 방어 시스템에 대한 실마리를 풀었고 인체의 중요한 면역단백질 유전자를 찾아 위대한 업적을 남긴 것이다. 이 교수도 곤충과 멍게와 같은 하등동물의 면역학을 연구하며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와 같은 천연 생리활성물질을 신약 등 다방면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는 매우 안정적인 구조로 되어 있어 신약을 개발하기에 매우 적합합니다. 항생제에 내성이 생겨 병을 치료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면서 병원성 인자를 찾아 병원균을 막는 의학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패혈증 등 급성으로 생명을 앗아가는 질병, 혹은 바이오필름 형태로 감염되는 질병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항생제를 뛰어넘는 의학적 치료 방식이 제시돼야 합니다. 관심을 가져 주신다면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가 최적의 신약 성분으로 개발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가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와 자주 처방되는 외용 항진균제인 Nystatin을 비교 분석한 결과 곰팡이가 있는 곳에 HG1을 넣었을 때 1분 안에 모든 곰팡이가 사멸한 것을 확인했다. 반면 Nystatin을 넣은 곳에는 1시간이 지나도 20~30%의 곰팡이밖에 죽이지 못했다. 이 교수는 “병원균에 빠르게 적용하는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의 특성을 살린다면 실제로 감염된 환자의 상태가 호전될 수 있는 신약 개발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라며 “HG1은 감염된 상태를 빠르게 개선하면서 내성균의 발생을 막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한다”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물론 그가 과거에 신약 개발에 도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연구자의 명예를 걸고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로 글로벌 혁신 신약을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지만 그 과정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막대한 자금력과 인력을 총동원하는 다국적제약사처럼 넉넉한 환경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의 아픔을 생각하면 마음 한쪽이 빈 것 같지만 인류의 삶에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연구를 해야 하는 사명을 놓거나 포기한 적은 없다. 선진국에서도 바이오필름 형태의 감염을 막지 못해 사망하는 환자가 존재하기에 그의 연구는 투자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주체적인 과학 연구에 희망을 쏘다

호서대학교 자연과학대학 생명공학과 이인희 교수의 교육관은 대학생들에게 연구자의 윤리를 고민하게 만든다. 우리나라의 학구열은 세계 1위를 다투지만 연구자이자 과학자에게 최고의 영예인 노벨상 수상자는 단 1명도 배출하지 못했다. 세계가 한국의 과학을 외면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학교 교수로 몸담으며 그가 느낀 근본적 원인은 ‘창의성 결여’였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없는 수직적․권위적 구조가 과학계의 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한 것이다. 그는 늘 학생들에게 “과학자로서 주체성과 자신의 개별성을 강화하고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 생각이 자유롭고 독립심이 강해야 한다. 그래야만 자신의 창의성이 발휘될 수 있다.”라고 조언한다. 과학 연구 외에 다른 길은 생각한 적이 없는 인생 선배가 하는 진심 어린 충고다. 선배 과학자의 덕목은 후배들이 주체성과 독립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것이라고 말하는 이 교수의 표정에는 사뭇 진중함이 묻어난다. 과학 연구는 활기를 띄지만 실용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 못하는 도돌이표같은 과학계의 문제도 이와 유사하다. 연구의 창의성은 배제한 채 당장 경제적 이득을 창출하지 않으면 지원을 중단하는 관습에서 벗어나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는 힘이 있는 자들의 잘못으로 입은 상처가 곪아 터졌습니다. 진정한 리더라면 절대 할 수 없는 악행들, 오랫동안 자신보다 아랫사람이 반항할 수 없다는 것을 미끼로 사적인 이익을 착취한 만행이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과학 연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르치는 학생들이나 후배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든든한 지원군이 많다면 우리나라도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과학 선진국이 될 것입니다.”

이 교수는 부끄럽지만 마주해야 할 과학계의 이면을 냉철히 판단했다. 비단멍게 항균 펩타이드처럼 훌륭한 성분을 발견하고도 상용화 속도가 더디면 우리나라와 인류의 피해로 돌아올 것이다. 구태의연한 사슬을 끊어야 비로소 한국은 과학강국으로 성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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