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경부암 갑상선암 치료의 진화, 그 선봉에 서다
두경부암 갑상선암 치료의 진화, 그 선봉에 서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9.02.28 2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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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 한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암센터 소장
태경 한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암센터 소장.

30년 이상 두경부암과 갑상선암 환자들과 동고동락해온 태경 교수의 행보는 흔들림 없이 페이스를 조절하며 42.195km를 완주하는 마라토너를 떠올리게 한다. 매일매일 환자들을 대면하는 임상교수의 일생에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것은 물론 그 과정 속에서 학문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숙업이 뒤따른다. 두경부암 및 갑상선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손꼽히는 태경 교수는 오늘도 그 무거운 사명을 묵묵히 짊어진 채 의학 발전을 위해 달리고 있으며, 그의 페이스는 흔들림이 없다.

환자들의 숨길 트는 두경부암‧갑상선암 분야 선구자

갑상선암과 구강암, 후두암 등은 두경부외과 분야에서 가장 빈도가 높은 종양이다. 특히 우리나라 여성암 발병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갑상선암은 최근 환자수가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의학계에서는 갑상선암의 빈도 자체가 늘어난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지만, 갑상선 초음파 등 진단 기술의 발달로 초기에 발견되는 암이 늘어난 것이 지배적인 이유라 설명하고 있다. 예후가 좋은 암종으로 분류되어 소위 ‘착한 암’이라 칭해지는 갑상선암이지만 수술 후 흉터는 환자의 삶의 질에 또 다른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기존 두경부암 수술도 턱뼈, 후두 등을 절개해야 돼 환자가 받는 충격이 컸으며, 말하고 삼키는 기본적인 기능 보전이 꼭 필요하다는 점에서 환자의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컸다.

태경 교수는 수술에 의한 인체 손상을 최소화할 수 있는 최소침습수술법을 개발, 암의 치료에 더해 환자의 삶을 고려한 인물이다. 최근 의학계에서 이와 관련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그는 선도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두경부암과 갑상선암 발병과 관련한 유전자형을 밝히고 해당 암의 고 위험군 예측 및 예방에 기여한 것 역시 그의 업적이다. 특히 지난 2004년부터 매년 이비인후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갑상선 연수회를 개최하며 두경부암과 갑상선암에 대한 최신 치료 방법과 수술법을 교육하는 등 의료 수준 향상에 기여하는 모습이다.

“먹고, 숨 쉬고 말하는 것이 모두 목에 달려 있습니다. 정확한 치료에 더해 환자의 남은 삶을 지켜내는 것이 이비인후과 의사의 소명이겠죠. 겨드랑이와 귀 뒤, 입안을 통한 갑상선 및 두경부암 수술법을 연구하고, 이를 환자들에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수술 결과가 기존 수술에 대등한데다 흉터가 최소화된다는 점, 목소리 보전이라는 측면에서도 환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지난 1994년부터 현재까지 약 3,000여 명의 두경부암 및 갑상선암 환자 수술을 집도해온 태 교수는 갑상선암에 대한 새로운 수술법인 로봇 및 내시경 갑상선 절제술을 개발하고 도입한 인물이다. 다빈치 로봇을 이용한 액와접근법, 후이개접근법, 구강접근법 등 환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갑상선 수술법을 개발하는 것은 물론 안정성 및 효과, 합병증, 미용 만족도와 삶의 질, 음성 등 기능적‧종양학적 결과에 대한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그 결과를 국내외에 발표하는 등 해당 분야의 의료 발전을 선도한 인물이다. 그는 기존 수술법과 비교할 때 로봇 수술이 수술 안정성이나 합병증, 제거할 수 있는 림프절의 수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 수술 후 환자가 느끼는 미용 만족도와 음성 보존 부분에서는 탁월한 결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경부암과 갑상선암 치료 발전을 위한 노력은 켜켜이 쌓였고, 태 교수는 지난해 4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정회원으로 선출되는 영예를 안았다. 의학한림원은 기초 및 임상분야를 포함한 의약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업적이 있는 의학자들을 회원으로 하는 석학 단체다. 이곳의 정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해당 전문 영역에서 20년 이상의 연구 경력과 SCI 등재 학술지 게재 논문편수 등 엄격한 심사기준을 통과해야하기에 정회원 선정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밖에도 그는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상, 대한갑상선두경부외과학회 학술상, 대한두경부종양학회 학술상, 보건복지부 장관상 등을 수상하며 두경부암‧갑상선암 분야의 선구자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에 한국 의료기술의 위상을 알리다

‘개척’의 사전적 의미는 ‘거친 땅을 일구어 논이나 밭과 같이 쓸모 있는 땅으로 만듦’이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분야를 처음 걷는 사람을 ‘개척자’라 칭한다. 험난한 길을 다듬어 고르는 과정은 고통과 역경이지만, 두경부암 및 갑상선암 분야의 발전에 나침반 역할을 하는 태경 교수에게는 즐겁고 가슴 한쪽이 뿌듯해지는 일이다.

목이 아닌 다른 부위에서 접근하는 수술인 만큼 섬세한 기술력이 요구되는 두경부암과 갑상선암 로봇수술에 있어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특히 로봇 수술 전문가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태 교수이기에, 그에게 로봇 갑상선절제술과 경부절제술을 배우고자 한양대학교병원을 찾는 외국 의료진의 수도 상당하다. 태 교수는 미국, 영국, 독일, 일본, 인도, 중국, 대만, 네델란드, 스페인, 홍콩, 인도네시아, 러시아 등의 의료진에게 관련 수술법을 전수하는 한편 21개국 이상에서 50여 차례에 걸친 강연 및 수술 시연을 통해 대한민국 의료기술을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불과 10여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이비인후과 의사가 해외에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강의하는 것은 특별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세계 의료수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 물론 의료 기술을 전수하러 가는 시대가 되었죠. 세계 유수의 의료진과 소통하며 우리나라 의술의 발전을 직접 눈으로 목격할 때면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쌓아온 시간에 대한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갑상선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태 교수는 2015년 아시아-태평양 갑상선외과학회를 창립한데 이어 두 차례에 걸친 국제학술대회를 성공리에 개최했다. 해당 학회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갑상선암 수술과 진료에 관여하는 모든 의사들이 참여하는 종합적인 학회로, 서울과 오키나와에서 차례로 열린 1차와 2차 학술대회에는 미국과 일본, 중국, 인도, 대만, 태국, 뉴질랜드 등 세계 25개 국가 500여 명의 갑상선 수술 관련 전문의들이 참석하며 지지를 보냈다. 특히 한국 의사들이 주도로 결성한 학회라는 점, 전 세계 갑상선 전문의들이 참여한 최초의 학회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 태동부터 함께한 태 교수는 현재 사무총장을 역임하며 학회를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다.

“제가 의사로서의 삶을 시작하던 1985년은 두경부종양학회, 두경부외과학회가 탄생하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두경부 외과의 발전과 의사로서의 저의 발전이 같이 간다고 할 수 있죠. 두경부암, 갑상선암에 관한 연구는 상당한 성과를 이루고 있지만 아직 안주하기는 이릅니다. 한국이 선도적으로 세계 학계를 이끌며 두경부암, 갑상선암 수술법의 발전을 견인하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지난 2014년부터 2년 간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사장을 역임한 태 교수는 학회 최초로 정기적인 국제학술대회를 발족하며 학회 발전에 큰 공헌을 담당했다. 그는 국내 이비인후과 의사들만 참석하던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대회를 국제학술대회(International Congress of Korean Society of Otorhinolaryngology-Head & Neck Surgery, ICORL)로 개최하여 세계 이비인후과 의사들과의 학술 교류의 장을 마련하고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대회를 세계적 수준으로 격상시켰다.

 

다 학제 간 협진을 통한 환자 맞춤형 치료

지난 2013년 한양대학교병원 암센터 소장으로 임명된 태경 교수는 암센터의 발전과 환자 진료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 암센터 운영 규정 개편부터 간암센터, 위암센터, 대장암센터, 폐암센터, 유방암센터, 두경부암센터 등 질환별 15개 센터로의 세분화, 암센터 전용 웹페이지 제작, Tumor board 활성화 및 암 환자 교육 활성화, 암센터 심포지엄 개최에 이르기까지 전문성 강화에 각별히 신경 쓰는 모습이다. 특히 한양대학교병원 암센터만의 다학제 간 협력 진료 시스템 도입은 암 환자에게 최상의 진단과 치료법을 제공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다.

“암 교육센터와 암 연구 지원센터 등 진료 외 센터를 추가로 개설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 할 수 있습니다. 환자들에게 수준 높은 진료를 제공하는 측면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죠.”

암센터 운영에 있어 그가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은 시설 등의 하드웨어가 아닌 조직 및 운영 시스템, 즉 소프트웨어다. 그는 센터별로 진료가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운영 체계의 효율을 높이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현대 암 치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다학제 간 협력 진료 시스템에 방점이 찍힌다. 암진단과 수술에서부터 방사능, 항암치료에 이르기까지 암치료의 전 과정에 각 분야 전문의의 협진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태 교수는 각 분야 전문의가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차츰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며, 협진 시스템은 여느 병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로 한양대학교병원 암센터는 두경부암 분야에서 가장 많은 다학제간 진료 사례를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태 교수의 노력은 환자의 만족도로 결실을 맺고 있다. 입원부터 검사와 치료, 퇴원에 이르는 전 진료 일정이 환자 중심으로 구성되는 데다 협진을 통한 환자 맞춤형 치료가 이루어져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향후 태 교수는 지역병원 및 협력 병원과의 협업을 강화할 전망이다. 그는 작지만 강한 암센터를 이루기 위한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 다짐했다.

ⓒ태경 한양대학교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두경부암‧갑상선암에 대한 잘못된 인식 바로잡을 것”

일반적으로 갑상선암은 10년 생존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높고, 진행속도가 느려 ‘거북이 암’으로 알려져 있다. 갑상선암의 근본 치료는 수술이나, 종양크기가 1㎝미만이고 갑상선에 국한된 경우는 수술 대신 세심한 추적관찰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갑상선암을 둘러싼 과잉진단 문제 등 여러 논란 탓에 갑상선암은 치료받지 않아도 되는 암인 것처럼 잘못 인식되고 있다. 태경 교수는 이곳에 함정이 있다고 날선 목소리를 냈다. 그는 “일부의 갑상선암 환자는 종양이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같은 크기를 유지할 수도 있지만, 상당수의 갑상선암은 커져서 주변 조직을 침범하고 전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6개월에서 1년마다 초음파검사 등으로 암의 상태를 정밀하게 검사하고 추적 관찰해야 한다”면서 “만약 관찰 중에 암이 증가하거나 전이가 발견되면 바로 수술을 해야 하는데, 환자들이 습득한 잘못된 정보와 인식으로 검사 자체나 수술을 외면하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고 전했다. 이어서 치료시기를 놓칠 경우 암이 커져 주변 조직을 침범하거나 림프절전이, 전신 전이가 일어날 수 있고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 있음을 경고했다.

한편 갑상선암과 함께 경각심이 높지 않은 암이 두경부암이라면서 목소리를 높인 태 교수. 그는 뇌 아래에서 가슴 윗부분 사이를 두경(頭頸)부라고 명명하는데, 이 부위에 암이 발생하면 숨을 쉬고, 음식물을 섭취하고, 말을 하는 기능이 저하되어 삶의 질이 현격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비록 다른 암에 비해 발생 빈도가 낮지만, 조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고, 많은 경우 암이 진행되어 말기에 발견되기 때문에 치료가 힘든 암이라는 경각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태 교수는 다양한 홍보활동을 통해 갑상선암과 두경부암에 대한 인식 제고에 나설 전망이다.

 

“왕도는 없다. 그저 최선을 다할 뿐”

의사로서의 길은 태 교수에게 목적지를 향해 꾸준히 달려가는 마라톤과도 같다. “왕도는 없으며,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의 소임이다”라고 담담히 전하는 태경 교수. 임상을 통해 나온 증거 자료들을 토대로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 것이야말로 의학의 도전이자 창조라는 확신은 그를 단단히 지지하고 있었다. 그는 의사라는 직업은 사명감 없이는 지속할 수 없다며, 후학들에게 성실히 매 진료와 연구에 임할 것을 당부했다. 평생 환자들을 만나고, 그 속에서 쉼 없이 새로운 의술을 연마해오며 해당 분야의 선구자로 불리는 그이기에 의사로서의 길에 드리운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갑상선암 및 두경부암 로봇 수술법이 개발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완성 단계라 칭하기는 어렵습니다. 연구를 통해 꾸준히 개선해가는 것은 물론 현재 이용되고 있는 다빈치 로봇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로봇을 개발하고자 합니다.”

의사를 꿈꾸던 소년은 인체라는 우주를 만나며 쉼 없이 질문을 던지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에 올랐다. 태 교수는 끊임없이 새로운 의술을 연구하며 의학 발전에 기여할 수 있었던 힘은 환자에 있다고 말한다. 환자를 대면하며 떠오르는 질문에 대한 답을 좇아온 것은 태 교수를 두경부암‧갑상선암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우뚝 세웠다. 의사가 된 지 3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배우며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고 있는 그다. 자신이 일군 성과를 환자들에게 적용하는 데서 나아가 전 세계 의료진들과 공유하고 있는 태 교수. ‘인체’라는 우주 속에서 답을 찾아 흔들림 없는 페이스로 나아가는 그의 발걸음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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