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글로벌 시장 물동량 증가 등 해운 호조세가 짙어지면서 신조선 발주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국내 조선 빅3(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가 쾌조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특히 강점을 보이는 고부가선박 시장에서 선전을 이어가는 등 올해 1분기 지난 2007년 이후 14년 만에 역대급 실적이 점쳐지고 있다.

 

고부가선박 시장 주도…압도적 기술력 요인

20일 영국 조선·해운 시황 분석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올해 1분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 1,024만CGT 가운데 532만CGT, 절반 이상을 수주하는 데 성공하며 세계 1위에 올랐다.

이는 직전인 지난해 4분기(298만3,774CGT) 대비 2배, 전년 동기인 지난해 1분기(59만2,931CGT) 대비 10배나 오른 수치다. 특히 역대 분기별 발주량에선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최고 호황을 누리던 지난 2007년 3분기(694만6,979CGT) 이래 최고치다.

국내 조선 빅3는 작년 하반기 이후 초대형 컨테이너선 등 고부가선박을 세계시장에서 싹쓸이하는 중이다.

우선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26일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마린이 발주한 1만2,000TEU급 컨테이너선 20척을 수주했다. 이는 세계 조선업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의 수주로 평가된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전 세계에서 발주된 1만2,000TEU급 이상 대형 컨테이너선 66척 중 34척을 수주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을 합치면 55척에 달한다.

최근 운임 상승 영향으로 컨테이너선 시장에 온기가 돌면서 해외 선주들이 잇따라 신조선 발주에 나섰다.

올 1분기 세계 선박 발주량은 전년 413만CGT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1,024만CGT로 집계된 가운데 선종별로 1만2,000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은 전년 대비 773% 폭증한 445만CGT를 기록했다. 또 전년 동기 발주가 전혀 없던 LNG선 발주량도 17만CGT로 증가했다.

 

 

이런 가운데 결국 선주 선택을 받은 것은 국내 조선사들이었다.

한국 조선 빅3가 이처럼 세계시장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것은 컨테이너선 초대형화에 따른 선진 기술력과 함께 환경규제 강화 영향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조선사는 이른바 ‘탈탄소’ 시대를 맞아 그동안 수소추진선, 자율운항선박 등 혁신기술 개발에 심혈을 기울여왔다. 이에 압도적 기술력을 앞세워 그간 강자로 군림해온 중국을 넘어선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지난해 확산하기 시작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최근 백신 접종이 시작된 점도 호황의 단초로 작용했다. 이에 더해 운임 인상‧선령 도래 선박 급증 등 전 세계적 발주 환경이 좋아지기 시작한 것도 향후 발주량 증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실제 국내 조선사들은 이러한 여건에 힘입어 올 1분기 고부가 선종 대규모 수주로 순항을 이어갔다. 특히 대형 조선사들이 수주한 129척 중 컨테이너선이 절반 수준인 62척을 차지했으며 탱크선 39척, 가스선 26척으로 각각 뒤를 이었다.

발주량이 늘어난 만큼 남은 일감을 의미하는 수주잔량 역시 세계적으로 크게 증가했다. 3개월 연속 글로벌 수주잔량이 증가한 가운데 한국 국적의 조선사 유일하게 일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3월 말 기준 전 세계 수주잔량은 전월 대비 5% 증가한 7,429만CGT를 기록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중국 2,717만CGT에 이어 한국 2,438만CGT 일본 777만CGT 순으로 집계됐다. 일본과 중국은 전년 동기 대비 일감이 36%(437만CGT), 5%(131만CGT) 각각 줄어들었으나 한국은 13%(287만CGT) 늘어났다.

글로벌 조선소별 수주잔량은 국내 조선사가 상위권을 싹쓸이했다. 삼성중공업 705만CGT에 이어 현대중공업 534만CGT, 대우조선해양 474만CGT, 현대삼호중공업 430만CGT, 현대미포조선 224만CGT 순으로 상위 1~5위를 차지했다.

한편 클락슨리서치는 글로벌 조선업 회복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글로벌 신조 발주 전망과 관련해 애초 2,380만CGT 대비 32%가량 오른 3,150만CGT로 상향 조정한 바 있다.

특히 올해 초대형·대형선의 신규 발주량 전망치도 기존 60척에서 130척으로 두 배 이상 끌어 올렸다. 이는 지난해 전 세계 발주량 44척에 비해 3배를 뛰어넘는 규모다.

이 가운데서도 1만5,000TEU급 이상 초대형선 발주량 증가 가능성을 크게 점쳤다. 당초 25척에서 90척으로 세 배 넘게 상향 조정한 가운데, 대형선(1만2000~1만5,000TEU 미만)도 35척에서 40척으로 전망치를 높여 잡았다.

환경규제 등 이미 오랜 기간 준비해온 한국 조선업의 압도적 경쟁력이 서서히 세계시장을 선도해나가고 있다. 14년 만에 최고 실적이 유력해지면서 한동안 세계 최고 자리를 내어줬던 우리나라 조선업이 부활의 기지개를 확실하게 켜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