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무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 ‘꿈의 물질’ 발굴로 인류의 보다 나은 삶 그린다
민병무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 ‘꿈의 물질’ 발굴로 인류의 보다 나은 삶 그린다
  • 안수정
  • 승인 2017.12.13 19: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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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시시때때로 꾸는 ‘꿈’, 그 사전적 의미가 전해주듯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기에 누구나 꿀 수 있지만 결코 아무나 해낼 수는 없다. 이에 서울대학교 민병무 교수는 말한다. “제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꿈에 한발자국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라 여기고 맞이합니다.” 꿈을 이루는 사람은 꿈을 정교하게 설계하는 힘과 실행력을 가진 것일까? 최근 민 교수는 ‘꿈의 물질’을 발견하며 만성 난치성 골질환인 골다공증 완치의 문을 열었다. 대사성 골질환 중 가장 흔한 질환 중 하나인 골다공증은 별다른 자각 증세가 없어 ‘침묵의 질환’으로 불린다. 그만큼 방치되기 쉽지만 골량이 심각하게 줄어든 상태에서는 작은 충격에도 심각한 골절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위험한 질환으로 분류된다. 전 세계 2억 명 이상, 50세 이상 여성 10명 중 3명이 골다공증을 경험할 정도로 유병률이 높지만 현재까지 이를 완치시킬 수 있는 약물이 없어 의학적 난제로 여겨지던 질환이기도 하다.

 

민병무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 교수.

난치성 질환 골다공증 완치의 길을 열다

골다공증은 뼈를 만드는 활동과 흡수‧소실시키는 과정의 불균형에서 비롯되는 가장 흔한 대사성 골질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골다공증을 완치시키는 약물은 개발된 바 없었다. 현재 골다공증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는 비스포스포네이트(bisphosphonates) 계열의 치료제는 골소실을 회복한다기보다 골소실을 지연시키는 역할을 할 뿐인데다 장기간 사용 시 턱뼈 괴사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서울대학교 민병무 교수 연구팀이 발굴한 신물질은 뼈의 소실을 막으면서도 뼈 생성을 촉진하는 ‘꿈의 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골형성 촉진과 골흡수 억제를 동시에 조절하는 기능성 물질을 개발하고, 골다공증 회복과정을 규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민 교수는 사람의 혈청과 뼈 조직에서 많이 발견되는 다기능성 당단백질인 비트로넥틴에서 12개의 아미노산잔기로 구성된 최소 기능단위의 기능성 펩타이드(VnP-16)를 발굴했다고 설명했다.

“성장발육이 끝난 성인의 골은 일생동안 골개조 과정을 통해 낡은 골조직이 흡수되고 신생 골조직으로 교체됩니다. 여기에서 착안해 인체 단백질 중 골형성과 골흡수에 동시에 관여하는 단백질이 존재할 것이라는 가정과 함께 연구를 시작했습니다.”

민 교수 연구팀은 기능성 펩타이드가 골다공증을 회복시키는 과정도 규명했다. 기능성 펩타이드는 뼈를 생성하는 골모세포의 특정 신호전달계를 활성화시켜 골모세포가 분화하고 골형성이 촉진되도록 유도한다. 동시에 뼈 조직을 흡수하는 파골세포의 새로운 분화와 기존 파골세포의 골흡수능을 감소시키는 것 역시 기능성 펩타이드의 역할이다. 이는 가장 강력한 골재생 유도물질로 알려진 골형성단백질-2(BMP-2)에 버금갈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하며, 골다공증을 치료할 신규 약물로서의 가능성이 입증되며 그 활용성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제가 발굴한 기능성 펩타이드는 골다공증 치료에서 나아가 치주질환과 같은 용해성 골질환 치료에 있어서도 근원적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의 뼈단백질에서 개발한 기능성 펩타이드는 인체에 적용 시 면역거부반응을 거의 보이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부작용 역시 없을 것으로 예상되어 환자 치료에도 적극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현재까지 비스포스포네이트 계열의 치료제를 사용하며 발생해온 여러 가지 부작용과 문제점을 극복하고, 골모세포와 파골세포의 분화를 선택적‧특이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가 갖는 의미가 크다. 이는 해당 연구가 그간 의학적 난제로 여겨지던 골다공증 치료의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구를 통해 골다골증 완치의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를 사람에게 직접 투여하기까지는 후속연구들이 필요하겠지만, 그 과정 역시 성공적으로 이끌어내며 실제 국민들의 건강과 삶의 질을 높이는데 이바지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국민에게 ‘건강한 삶’ 선사하기 위한 연구

38년 가까이 치의약학 분야에서도 치의학 및 생화학 분야 연구에 힘써온 민병무 교수는 스스로를 순수기초학문 연구자라 칭한다. 치의약학 분야는 특성상 응용과학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갖는다. 민 교수는 기초과학을 연구하면서도 여러 사람들에게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는 특수한 분야라 덧붙였다.

미국 UCLA에서 박사후연구원으로 지내던 당시 민 교수는 구강암 발암기전에 대해 연구하게 되었다. 여기서 출발한 그의 연구는 하나의 큰 줄기를 이루고 있다. 구강암의 발생을 확인한데서 나아가 그 치료에 관해 연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 구강 상피세포의 생로병사 및 그의 분자기작 연구’는 암종의 근원을 파헤치기 위한 연구였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초로 사람 정상 구강상피세포 세포배양법 개발한 것은 그가 이룬 중요한 성과 중 하나다. 피부노화 억제제를 개발한 민 교수는 이와 관련한 특허를 갖고 있기도 하다.

“구강 상피세포의 생로병사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이를 배양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사람 정상 구강상피세포 세포배양법 개발은 그 생로병사 및 분자기작 연구의 연장선상에 놓여있다고 할 수 있죠. 비교적 용이한 설치류 세포의 배양과 달리 사람의 상피세포 배양은 상당히 어려운 것으로 여겨져 왔음을 감안한다면 해당 기술개발은 유의미한 성과라 할 수 있습니다.”

치의학 분야에서는 암 수술이나 교통사고 등 외상에 의한 신경손상이 자주 발생한다. 특히 안면신경이 손상되면 얼굴에 감각이 사라져 일상생활에도 큰 지장을 주게 된다. 민 교수는 이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말초신경재생 촉진 기능성 펩타이드를 개발하기도 했다. 해당 기술은 현재 의과대학 병원에서의 기능테스트를 거치며 임상적용을 향해 한 걸음 더 다가선 상태다. 그는 재생이 불가능한 중추신경과는 달리 말초신경은 재생이 가능하다는 보고가 있다며, 말초신경 재생이 가능해진다면 많은 이들의 삶의 질이 대폭 향상될 것이라 내다봤다.

이밖에도 민 교수는 현재 용해성 골질환 치료약물 개발 및 분자기작 및 연골재생 치료물질 개발 및 분자기작을 규명하기 위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전 세계 인구의 80%가 치은염에 이환되고 이 중 많은 사람들이 치주질환을 앓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이에 대한 치료제 개발은 의학계를 넘어 인류의 숙원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인체에 무해하면서도 이를 회복시킬 수 있는 치료기전 규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사람들은 무엇으로부터 삶의 희망과 에너지를 얻을까요? 나이가 들수록 에너지원은 점점 명료해집니다. 바로 ‘건강’이죠. 큰 범주에서 인류의 건강을 위해, 더 좁히자면 국민들, 우리 가족의 건강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것이 제 연구의 출발점입니다.”

 

세계로 뻗어가는 한국 치의학 분야의 발판 마련

지난 2016년 6월 22일부터 나흘간 서울 코엑스에서는 치의학 분야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국제치과연구학회(International Association for Dental Research: IADR)의 제94차 세계학술대회 및 총회가 성공리에 개최되었다. 국내에서 치러진 IADR 세계학술대회에 참석한 세계 80여 개국 4,000여 명의 치의학 연구자들은 구연‧포스터 발표 및 한국지부회(KADR)가 기획한 9개의 심포지엄, Hands-on workshop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높아진 한국의 치의학의 위상을 체험했다.

1920년 설립된 IADR은 세계 각국의 치의학관련 연구자와 치과대학 교수 및 학생, 임상 치과의사 등 1만 2,000여 명이 소속되어 있는 단체로 치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 있는 학술단체로 손꼽힌다. 특히 IADR이 발간하고 있는 JDR(Journal of Dental Research)는 치의학관련 SCI 학술지 중 가장 높은 인용지수(impact factor)를 유지하고 있으며, UN 산하 WHO의 구강보건 및 치의학관련 단체로서 세계치과의사연맹(FDI)과 함께 치의학계의 양대 축을 이루어 활동하고 있다. IADR의 한국지부회는 지난 2007년 IADR-2016 유치위원회를 발족하고 민병무 교수가 유치위원장으로 나서 활발한 활동을 펼친 결과, 2011년 IADR 제89차 총회에서 2016년 제94차 국제치과연구학회 세계학술대회 및 총회 개최지로 선정되는 결과를 거뒀다. 서울이 선정된 후, 민 교수는 조직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IADR 서울 세계학술대회의 유치부터 개최까지 빈틈없이 진두지휘했다. 그는 한국에서의 학술대회 개최는 상당히 도전적인 일이었다며, 여전히 설레고 가슴 뛰는 일이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1983년 국제치과연구학회에 입회한 우리나라는 회원 200여 명의 작은 지부회에 불과했습니다. 해당 규모의 지부회에서 세계학술대회를 개최한 것은 최초이며, 상당히 고무적인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많은 도움의 손길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으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한 사람의 말을 들어보면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가 보인다. 때로는 미래까지 묻어온다. 어떤 씨앗을 심느냐에 따라 결실이 바뀌듯 뿌린 말의 씨앗은 내일의 열매, 미래의 모습을 완성하기 때문이다. 이에 민 교수는 IADR 서울 세계학술대회를 유치하고 준비하면서 세운 세 가지 목표를 언급했다. 선배로서 학문 후속세대에게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그가 내세운 첫 번째 목표다. 이를 위해 접근성이 용이한 서울에서 후배들이 직접 세계치의약학의 흐름을 볼 수 있는 무대를 열었고, 실제로 학술대회에는 서울대학교 치의학대학원의 모든 학생이 등록하여 우리나라 치의학 분야가 이뤄낸 성과와 위상을 눈으로 확인했다. 또한 그간 세계 수준에 결코 뒤처지지 않음에도 잘 드러나지 않던 우리나라 치의학의 위상을 세계의 중심에 세우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다는 것이 두 번째 목표다. 마지막으로 그는 전쟁 폐허 속에 재건한 한국의 현재를 세계인에게 직접 보여주고, 한국의 전통과 문화, 그리고 음식을 이들에게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목표를 통해 민 교수는 한국이 세계의 중심에서 치의학 분야를 이끌 수 있는 충분한 역량을 갖췄음을 입증했다. 그의 말의 씨앗이 열매를 맺은 것이다.

“국제치과연구학회의 세계학술대회 및 총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한국 치의학 분야가 세계로 뻗어가기 위한 발판이 되었습니다. 후배들에게는 세계 치의학의 흐름을 파악하고, 임상 치과진료의 지표를 설정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리라 확신합니다.”

 

즐겁게, 꾸준하게…연구자의 꿈 향해 나아가다

인터뷰 내내 차분한 어조로 말을 전한 민병무 교수. 하지만 ‘치의학 연구’라는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조약돌 하나가 잔잔한 호수에 변화의 파장을 전파하듯, 끝없는 도전을 거듭하는 연구자였다. ‘학문에는 왕도가 없으며, 오직 연구자의 땀과 눈물만이 요구될 뿐이다.’ 민 교수가 후학들에게 남기는 말이다. 성취의 달콤함을 맛보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조언과 함께였다. 그는 수십 년에 달하는 연구자의 삶이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성실한 생활태도와 매사 최선을 다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연구실 책장의 절반을 실험노트가 채울 정도로 그 역시 실패에 굴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이어왔다. 현재까지 발표한 150여 편의 논문보다 실패한 논문들이 훨씬 많다며, 실패는 새로운 연구의 시작점이라고 미소 짓는 그다. ‘꿈을 꾸는 사람은 아름답지만, 꿈을 행동으로 옮기는 사람은 행복한 삶을 산다’는 말을 증명하듯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연구주제로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래야 남들보다 더 노력할 수 있고, 연구에 대한 자부심 역시 더 커지죠. 저는 ‘용해성 골질환 치료제’를 개발하며 국민의 고통 해소에 보탬이 되고자 합니다.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말처럼 저의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해갈 것입니다.”

한편 그는 하나의 연구주제를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연구 토양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시류에 따라 연구주제가 바뀌는 환경 속에서는 결코 깊이 있는 연구가 나올 수 없는 까닭이다. 민 교수는 고도의 위험성이 내포된 연구주제라 할지라도 하나의 연구주제를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이는 더 큰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확언했다. 은퇴 후 교수들의 연구단절 역시 우리나라 과학계 발전을 위해서 반드시 풀어야 할 문제다. 해외의 경우 많은 경험과 지식을 겸비한 연구자들이 은퇴 이후에도 꾸준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만, 국내에서는 은퇴는 곧 연구단절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민 교수는 의지와 창의성이 있다면 얼마든지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쉬는 날 남모르게 실험실에서 일하고 있는 수많은 연구자들을 이끄는 것은 연구에 대한 그들의 열정이다. 이들의 열정이 있었기에 우리의 삶의 질이 향상될 수 있었다. 연구자들의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응원해달라는 민 교수의 말처럼 이들에 대한 폭넓은 관심과 응원이 있을 때, 우리는 또 하나의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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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2018-05-16 18:38:30
재학생인데, 후배들 사랑하는 교수님 마음이 수업내내 전해집니다. 좋으신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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