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구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마이크로포어 대표이사 - ‘실험실 창업기업’, 기술혁신의 중심에 서다
박재구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마이크로포어 대표이사 - ‘실험실 창업기업’, 기술혁신의 중심에 서다
  • 박성래 기자
  • 승인 2017.11.13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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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우리 산업의 혁신과 변화를 주도한 기술인재들은 국가경제 성장에 첨병 역할을 해오며 산업성장을 견인해왔다. 더불어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짊어지고 갈 주체로서 다시금 이들의 창의성과 혁신성이 강조되고 있다. 성장을 이어가기 위한 추가 동력을 발굴해야하기 때문인데, 25여 년간 공학자의 길을 걸어온 박재구 교수는 말한다. “미래 국가경쟁력은 과학기술혁신이기 때문에 공학자에게는 다양한 자질이 요구됩니다. 그 중 차가운 이성으로 세상의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철학자, 뜨거운 감성으로 창조적 아이디어를 표출하는 예술가의 자질을 갖추면 과학자가 될 수 있죠. 여기에 실용학문을 통해 산업의 혁신을 주도하는 기업가 정신을 더하면 비로소 공학자가 될 수 있습니다.”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잊혀진지 오래된 ‘실험실 창업기업’의 명맥을 유지하며 꾸준한 기술개발 끝에 최근 30억 원의 투자에 성공하면서 다시금 저력을 드러내고 있는 박 교수. 그의 ‘공학자’로서의 자부심은 대화를 이어가는 내내 드러났다.

박재구 한양대학교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마이크로포어 대표이사

‘실험실 창업기업’ 아직 살아있다

박재구 교수가 실험실 창업기업 ‘㈜마이크로포어’를 창설하던 2000년, 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벤처 창업을 강조하고 있었다. ‘실험실 창업기업’이란 해당 대학의 교수가 대학이 보유한 연구시설을 활용해 신제품을 연구‧개발하는 벤처기업을 의미한다. 당시 국가 연구과제 평가에는 특허 출원과 벤처 창업 여부가 주요 항목으로 포함되었으며, 특히 IMF 사태로 침체에 빠진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대안으로 국가 차원에서 벤처기업 육성에 더욱 열을 올렸다. 1997년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벤처 창업을 할 경우에는 교수 겸직이 허용되면서 2000년대 초반까지 교수 창업의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창업의 주역이 되어야 할 대학의 반응은 호의적이지만은 않았다. “본업인 연구·교육에 집중하지 않고 왜 영리를 추구하는 창업에 몰두하느냐”라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부 동료 교수도 있었고, 창업에 뛰어든 교수들도 소위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넘지 못하고 실패의 길로 접어들었다. 연구 성과에 기반해 원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교수들이지만, 대량 생산을 위한 스케일업의 수단과 자금이라는 벽 앞에서 무너지게 된 것이다. 결국 상용화 단계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 ‘맨땅에 헤딩’하는 격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주를 이루면서 실험실 창업기업은 대중의 기억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마이크로포어 창업 18년차에 접어드는 현재, 박재구 교수는 한양대학교 내에서 실험실 창업기업 중 가장 긴 업력을 갖고 있다. 동료 교수들이 창업했던 기업이 하나 둘 주저앉을 동안 벼랑 끝에 서서 끝까지 버틴 끝에 얻어낸 결과다. 박 교수는 그간의 시간을 자전거 타기에 비유하며, 자전거가 넘어지지 않도록 어떻게든 바퀴를 굴리는데 집중해왔다고 말했다. 그렇기에 ㈜마이크로포어에 대한 벤처캐피털 KTB네트워크의 30억 원 규모의 투자는 박 교수에게 실험실 창업기업을 지켜왔다는 긍지인 동시에 20여 년간 연구‧개발해온 ‘고기능 다공성 세라믹스 소재’의 산업화에 성큼 다가선 공학자로서의 자부심이다.

 

디스플레이, 반도체 산업 경쟁우위 선사할 신소재 개발

박재구 교수가 이끌고 있는 ㈜마이크로포어는 세라믹스 부품소재에 핵심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미래 산업 주도기업이다. 정보통신(IT)과 환경기술(ET) 산업 분야 핵심부품소재의 국산화를 목표로 설립되었으며, 국내 유일의 무기질 다기공 내열소재 제조에 관한 원천기술력을 자랑한다. 이와 관련해 포말법에 의한 다공질 세라믹스의 제조방법, 이중 에멀전법을 이용한 다공성 세라믹 펠렛의 제조방법, 집진용 다공성 세라믹 여과재의 제조방법 등 여러 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그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 친환경 부품소재 산업을 선도하고자 지속적인 연구를 이어왔다며, 국내 최초로 세라믹포옴 제조기술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디스플레이 공정의 부품소재인 가열로 단열재는 독일과 일본 등에서 전량 수입으로 공급되고 있습니다. 각각의 제품들은 무겁거나 단열 효과가 낮은 등 한계점을 갖고 있죠. 이러한 제품들의 대체제인 다공성 세라믹포옴의 양산화에 성공한다면 가열로 단열재의 국산화를 이룰 수 있게 됩니다.”

㈜마이크로포어의 주력 제품인 다공성 세라믹포옴은 3차원 망상구조를 채택해 높은 기공률과 투과율을 띄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기공률과 기공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어 세라믹 필터, 고온단열재, 이송용 플레이트, 촉매담체 등 다양한 용도에 따른 맞춤형 제작이 가능하다. 단열과 파티클(Particle) 발생 방지, 균일한 흡착력이 핵심인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산업에서도 다공성 세라믹포옴은 우위를 차지한다. 향후 반도체 열처리 장비 사업 및 진공척 사업, 반도체 가스필터 사업으로 확장한다면 최소 160억 원 이상의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박 교수의 전망이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단열재의 파티클 발생 억제 및 오염방지 기능을 개선하고자 합니다. 특히 전기차 공급 증가와 함께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예측되는 MLCC 진공척 사업은 ㈜마이크로포어의 성장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최근 애플의 OLED 채택은 디스플레이 시장에 또 한 번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간 9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할 정도로 삼성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성장한 글로벌 OLED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는 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정부 지원 하에 공격적인 증설을 단행하고 있는 중국 제조사들이 빠른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어 새로운 경쟁력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마이크로포어는 최근 삼성디스플레이 열처리장비 협력사와 가열로 단열재 납품 및 시제품 공동개발의 일환으로 미니챔버용 3Hs 개발품을 납품했다. 박 교수는 OLED 장비의 수요 증가는 ㈜마이크로포어가 맞이한 또 하나의 호재라며, ㈜마이크로포어의 앞선 기술력은 파트너사의 확고한 경쟁력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세라믹포옴의 기공은 이물질을 차단하거나 걸러줍니다. 기공의 양이나 사이즈, 형태 등에 따라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하죠. 이에 관한 지속적인 연구로 다양한 가능성을 열겠습니다.”

스케일업(Scale up·대량 생산을 위한 공정기술 등 제반 사항)을 통한 대량생산체계 확보는 실험실 창업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필수요소다. ㈜마이크로포어는 오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디스플레이용 단열재 생산에 돌입할 계획이다. 박 교수는 이번 지원을 발판삼아 실험실 창업기업의 성공 사례를 제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공학자이자 교수로서 제자들에게 또 하나의 모델이 되겠다는 다짐과 함께였다.

 

‘자원빈국’ 지속발전 이끌어갈 ‘순환자원’의 시대

광물 및 신소재에 관한 연구와 함께 지난 20년간 박재구 교수는 도시광산 개발(Urban Mining)에 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도시광산 개발은 폐휴대폰, 폐PCBs 등을 선별적으로 처리하여 Au, Ag, Pt 등 회유금속들을 회수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는 분야다. 박 교수는 해수 중에서 Li 이온을 회수하기 위해 lon-sieve를 개발하는 한편 해저 퇴적물에서 회수한 Monazite나 Ilmenite 같은 중광물에서 Ce, La 등의 희토류 금속을 추출하는 연구를 진행해왔다고 설명했다.

“노트북, 휴대폰 등 소형 폐가전제품의 인쇄회로기판(PCB, Printed Circuit Board)에는 Au, Ag 등의 유가금속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남 금광의 광석 1t 중 금속 함량이 5g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엄청난 양의 자원이 버려지고 있는 셈이죠.”

박 교수는 자원은 땅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며, 사용하고 남은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자원’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휴대용 기기 및 전기자동차의 개발로 리튬이온배터리의 수요가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배터리 성분 중 코발트의 수급이 제품 생산의 관건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한 해법으로 박 교수는 순환자원 기술을 제시했다. 휴대폰 1대의 배터리에서 회수 가능한 코발트의 양은 약 50%에 달하기 때문에 이를 활용하는 것은 가격이 급등한 코발트 수급 문제 해소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다.

이렇듯 광물자원 등 원자재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에서 순환자원이 갖는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실제로 정부는 오는 2018년 1월 1일부터 자원순환기본법을 시행할 계획이다. 현재 박 교수는 도시광산에 관한 정부 과제를 수행하는 한편 여러 인재를 배출하며 순환자원시대를 앞당기는데 기여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자 스크랩을 산 처리하여 얻은 도시광석 침출액에서 Co를 추출하는 연구 및 무기계 순환자원을 활용하여 높은 비표면적을 가진 나노 기공 소재를 합성, CO₂, SOx, NOx 제거 및 침출수내 중금속 제거 및 회수에 효과적인 흡착재, 촉매 지지체 분야에 응용하는 것 역시 박 교수의 주 연구 분야다.

“자원 분야는 탐사와 개발, 처리의 세 분야로 나눠집니다. 땅속에서 캐낸 광물의 부가가치를 올리기 위해 새로이 가공하는 과정이 필요하죠.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각 분야 간 융합입니다.”

박 교수가 최근 개발한 다공성 세라믹포옴 역시 광물에서 출발했다. 광물을 원료로 어떻게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지 초점을 맞춘 것이 디스플레이형 단열재까지 이어진 것이다. 그는 이러한 노력이 ㈜마이크로포어를 만들었다며, 자신이 개발한 다양한 기술들의 산업화를 위한 발판을 만들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스케일업 통한 제2의 도약을 향해

“최근 학생들의 꿈은 대기업에 취업하거나 공무원이 되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창업에 실패했을 때 받는 타격이 너무 크기에 어느 누구도 섣불리 도전하지 못하고 있죠. 새로운 도약의 시대를 짊어지고 갈 주체인 청년들의 실패를 용인해주는 문화와 제도가 뒷받침 되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과 대학은 창업의 한 축이 되어야 하며, 대학교육도 교육-연구-창업이 삼위일체로 연결되어야 합니다.”

공학은 실용학문이며, 공학의 발달은 곧 산업의 발달을 의미한다. 박재구 교수가 창업을 결심한 것 역시 공학자로서 산업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신념에서다. 그에게 ㈜마이크로포어는 후배들에게 보여주고픈 공학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박 교수는 현재와 같은 창업 환경에서는 결코 경쟁력 있는 스타트업을 확보할 수 없을 것이라 꼬집었다. 누구든 아이디어를 토대로 창업에 도전하고, 성공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그 경험을 새로운 기회로 삼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때 진정한 ‘실리콘밸리’의 기적을 이룰 수 있으리라는 견해와 함께였다. 더불어 실험실이 보유한 연구 성과물을 시장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원스톱 지원체계를 구축해 기술창업 성공률을 제고하고, 창업문화를 확산해야 함을 강조했다.

한편 그는 우리나라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세계 시장에서 기술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일선에서 연구하고 있는 교수들의 뒷받침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실험실 창업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야 함을 지적하기도 했다. 현재와 같은 발행 논문 편수 등 획일화된 기준이 아닌 ‘산업화 지수’ 등의 평가법을 도입해 산업화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를 확인한다면 대학이 확보하고 있는 기술의 산업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OECD는 2015년 기준 우리나라 벤처기업의 창업 후 3년 생존율이 38%에 그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술개발에 성공한 벤처기업 10곳 중 6곳이 사업화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난관을 넘지 못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가운데 독보적 기술력으로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 ㈜마이크로포어의 18년사(史)는 ‘실험실 창업기업’은 물론 후배 공학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성공적인 스케일업을 통해 ㈜마이크로포어가 써내려갈 ‘실험실 창업기업’의 성공신화를 기다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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