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훈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 - ‘우공이산’의 뜨거운 꿈 지닌 아토피 명의
이광훈 신촌세브란스병원 교수 - ‘우공이산’의 뜨거운 꿈 지닌 아토피 명의
  • 안수정
  • 승인 2017.11.13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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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세브란스병원 이광훈 교수.

아흔 살의 노인은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힘을 합쳐 두 산을 옮긴다면 길이 넓어져 다니기 편리할 것이다.” 노인은 묵묵히 산의 흙을 짊어지고 바다에 버리는 작업을 이어갔다. 이를 지켜본 산신은 상제에게 산을 구해달라고 호소했고, 노인의 집을 가로막던 태행산과 왕옥산은 각각 동쪽과 남쪽으로 옮겨졌다. 이와 같은 ‘우공이산(愚公移山)’의 기적은 평생을 아토피피부염 연구에 바쳐온 이광훈 교수를 지탱해온 힘이다. 은퇴를 목전에 둔 지금까지도 아토피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주겠다는 ‘우공이산’의 꿈은 뜨거웠다.

 

1억 환자 가진 ‘난치병’ 아토피 치료할 바이오마커 발굴

전 세계적으로 아토피피부염을 앓는 환자의 수가 1억 명에 달할 정도로 나날이 심각성이 더해지는 질환이지만 여전히 치료법은 요원하다. 아토피 환자가 100명이라면 100가지 증상이 있다고 말할 만큼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은 물론 그 원인도 다양하기에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조차 어려운 질병인 까닭이다. 이에 수십 년간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연구와 진료를 병행하며 세계적인 피부과 명의로 손꼽히는 이광훈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의 바이오마커를 찾는데 몰두해왔다.

프로테오믹스 기술과 피부조직의 유전자 검사를 통해 여러 바이오마커를 찾아온 이 교수의 연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알레르기 및 임상면역학회지(JACI·Journal of Allergy and Clinical Immunology)에 4편의 논문을 연속해서 게재하는 한편 연구중심병원 유닛 책임자, BK 의과학 사업 및 의생명연구원 겸직교수로 활동하며 인체 구성 성분인 ’제그(ZAG) 단백질‘이 피부의 염증을 감소시키는 동시에 피부장벽을 재생시키는 유효 물질임을 규명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특히 제그 단백질은 현재까지 문헌에 발표된 바 없으며,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상위인자로 추정되어 앞으로의 활용에 대한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제그 단백질은 국소도포제의 형태로 피부에 투과하기에는 분자량이 너무 컸기에 또 다른 협력연구를 필요로 했다. 현재 그는 재생의학전문 바이오 R&D 기업인 엘앤씨바이오와 기술이전 및 공동연구를 체결, 최근 엘앤씨바이오는 제그(ZAG)펩타이드를 주 성분으로 한 아토피피부염 전용 화장품인 ‘바이더닥터 아토’를 출시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나온 아토피에 효과가 있는 화장품과 다른 기전으로 보습효과를 나타내는 독특한 제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염증개선 효과에 대한 자료를 더해서 비교적 개발 속도가 빠른 기능성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인 후, 신약 개발에 나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교수가 큰 규모의 제약사를 마다하고 엘앤씨바이오와 손을 맞잡은 이유는 단순하고도 명료했다. 아토피 및 피부분야에 최적화되어 있으면서도, 빠른 시간 내에 아토피 치료제의 상용화가 가능한 파트너를 찾은 것이다. 그는 젊고 빠른 기업이기에 피부 관련 제품을 만든다는 뚜렷한 목표를 향해 빠르게 나아가는 추진력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이환철 대표의 열정, 미국 하버드대학교 피부과학연구소 출신의 김형구 연구소장(엘앤씨바이오 부사장)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기꺼이 엘앤씨바이오와의 공동연구에 임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50여명의 직원 중 3분의 1이 연구원인 연구중심기업으로 피부과 관련 연구 인력이 다수 포진되어있다는 점 역시 매력 중 하나였다. 이 교수는 조직재생의학 제품을 국산화하는 일에 앞장서고 있는 엘앤씨바이오와의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아토피는 물론 비만, 천식 치료에까지 효과가 있는 면역기능 치료제를 개발할 전망이다.

최근 엘앤씨바이오는 제그(ZAG)펩타이드를 주 성분으로 한 아토피피부염 전용 화장품인 ‘바이더닥터 아토’를 출시했다.<사진제공=엘앤씨바이오>

새로운 희망 발굴해온 ‘아토피 명의’

그간 이광훈 교수는 아토피피부염을 비롯한 다양한 피부질환에 대한 연구를 광범위하게 진행해왔다. 특히 기초연구에서부터 임상까지 두루 섭렵한 경험은 그를 아토피계의 권위자로 우뚝 서게 한 힘이다. 이 교수는 지난 2007년 EBS에서 아토피 명의로 소개되기도 했다.

해외연수를 통해 혈관내피세포에 관한 면역학을 연구한 이 교수는 국내 최초로 피부의 진피미세혈관 내피세포의 배양 셋업에 성공했다. 나아가 베체트병을 포함한 피부자가면역질환 진료를 통해 베체트병 혈청에서 항내세포항체를 검출하고, 그 표적 단백질인 알파이놀레이즈 발굴은 류마티스 상위저널 게재 및 특허 출원으로 이어졌다. 해당 논문은 현재까지도 이 교수의 논문 중 가장 많이 인용되고 있는 논문 중 하나다.

필라그린에 대한 연구 끝에 제그 단백질을 발견한데 이어 이 교수는 ‘아토피의 양대 주 발병기전’ 중 한 축인 Th2 사이토카인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다. 국내 최초로 아토피피부염에서 Th2 반응을 유발하는 TSLP(Thymic stromal lymphopoietin)를 연구하고, 선천성 면역 세포인 Natural Killer T 세포가 TSLP에 의해 아토피피부염 환자에게 활성화됨을 발견한 그다. 해당 내용은 JACI에 게재된 바 있다. 이외에도 S100A8, A9, Galectin-10 등 아토피피부염의 새로운 바이오마커 발굴에 선도적 역할을 수행해왔다.

이 교수가 지난 1995년부터 시행해온 면역 치료는 현재까지 800여 명의 아토피 환자들에게 적용되며 새로운 희망을 심어주고 있다. 그는 면역치료는 알레르기 비염 등에서 이미 100여 년 전부터 시행해오던 치료법으로, 알레르기 질환 치료 중 유일하게 근치적 치료에 가까운 방법이라 설명했다. 해당 치료는 매년 확실한 효과를 보이며 면역치료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있으며, 3년 간 치료에 임하는 환자들이 점차 늘어나는 등 환자만족도 역시 높다. 이 교수는 연구중심병원의 대형과제로 기업체와 함께 산학연병 융합으로 면역치료패치를 개발하며 환자가 매주 병원에 내원하지 않고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은 국내 최초의 알러젠 원료 전문회사인 ‘프로라젠’ 창업에까지 이어졌다.

 

아토피피부염 치료 기준 정립 및 산학연병 융합 연구에 앞장

‘아토피 명의’로 손꼽히는 이광훈 교수는 대한 아토피피부염학회 회장, 대한피부연구학회 이사장‧회장, 대한 피부과학회 이사장, 세계습진협회 상임이사, 연세대학교 생명시스템대학 겸무교수, 연구중심병원 유닛장 등 연구와 관련한 다양한 보직을 역임하여 왔다. 특히 아토피피부염 연구회와 대한 아토피피부염학회 창립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며 학문적 발전에 이바지해왔다. 전공의, 전문의 교육부터 아토피피부염학교, 보건소 순회강연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으로 아토피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에 기여해온 것은 물론 일반인을 위한 아토피피부염 단행본 출간 및 한국인 아토피피부염 진단기준 제정, 아토피피부염 치료기준 제정 등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기준을 정립하는데 힘 쏟아 왔다.

다양한 활동을 바탕으로 지난 2014년 세계 아토피피부염 석학이 주도하는 세계습진협의회(IEC·International Eczema Council)의 국내 대표로 추대되기도 했다. 현재 그는 IEC의 상임 이사직을 수행하며 각 나라별로 상이한 아토피피부염의 용어를 통일하고, 건선과의 연관성에 대해 연구하는 등 다양한 글로벌 임상 및 기초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과거 산업체나 기초 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을 병원에서 임상시험 하는 연구 방식은 실패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수많은 환자들을 다루어 본 의료진의 노하우가 고려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죠. 최근에는 임상에서 환자로부터 얻은 데이터를 토대로 기초연구소 및 산업체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굳어지고 있습니다. 실패의 확률이 적으며 환자에게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산학연병 융합의 바람직한 모델이라 할 수 있죠.”

이 교수는 산학연병이 힘을 모은 융합연구를 통한 신 의료기술 발굴에도 무게를 실어왔다. ‘기초 연구 없는 진료는 모래 위에 성을 쌓는 것’이라 말하는 그는 산학연병이 융합할 때 최대의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한 기초 연구는 지속적인 신기술 창출로 이어질 것이라 강조했다.

 

아토피피부염 정복 향한 ‘우공이산’의 도전은 계속 된다

의사로서 가장 보람된 순간이 있다면 여러 곳을 전전해도 낫지 않던 환자를 자신이 일순간에 치료하는 경험일 것이다. 하지만 정작 기억에 남는 환자들은 어렵게 치료에 성공하거나, 씁쓸한 실패를 안긴 환자의 사례다. 이광훈 교수 역시 전신에 아토피가 심하게 올라와 수면제 처방에도 잠을 이루지 못하던 환자나 심한 아토피로 고생하고 있는 70대 환자 등 여러 환자들을 되새기고 있었다. 40년 가까운 세월을 아토피 연구와 진료에 바치며 아토피 명의라는 이름을 얻었지만 여전히 치료가 어려운 환자들을 접할 때마다 그는 결코 완벽한 의사는 없음을 절감한다. 이 교수는 눈앞의 실패에 좌절하고 두려워하기보다 이를 통해 새로이 도전하며 더 나은 치료법을 개발하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 힘주어 말했다.

“‘우공이산’이라는 말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도 미지의 부분이 너무나 많은 의학이지만, 실패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워간다면 언젠가 더 많은 환자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으리라 확신합니다.”

매일 환자들을 돌보고 연구하던 생활을 마무리 짓고 새로운 삶으로의 진입을 바라보고 있는 현재, 이 교수가 느끼는 감정은 ‘행복’이다. 교수로서, 의사로서 매 순간 최선을 다했기에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다. 그는 자신이 임상의로서 진료와 연구를 통해 의학의 양 날개를 경험한 것은 물론 아토피피부염이라는 줄기를 끝까지 좇을 수 있었던 행운아였다며, 그간 교육자이자 학회장으로서 길러낸 후학들이 향후 피부과학에 더 큰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전했다. 향후 그는 그간의 노하우와 지식을 토대로 새로운 치료법 및 치료제를 개발하는 한편 의료봉사 및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는 비영리 센터를 설립하는 등 제2의 삶을 새롭게 설계해갈 방침이다. 현재까지 아토피피부염 치료의 큰 줄기를 만들어왔듯 그가 도전할 새로운 삶 속에서도 그의 ‘우공이산’은 다시금 실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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