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규철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 - “치료 넘어 ‘삶의 움직임’까지 보듬을 것”
노규철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 - “치료 넘어 ‘삶의 움직임’까지 보듬을 것”
  • 안수정
  • 승인 2017.09.07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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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규철 교수에게 연구는 ‘맹인모상(盲人摸象)’에 가깝다. 장님이 코끼리를 만진다는 이 말은 전체를 보지 못하고 자기가 알고 있는 부분만 가지고 고집한다는 뜻으로 통용되지만, 그는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다. 같은 코끼리를 만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답을 제시하듯,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연구 성과들을 축적하며 거대한 코끼리의 일부를 채워 넣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정 앞에 그는 결코 섣부른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코끼리의 몸 일부를 파악하는 것으로는 결과를 도출할 수 없고, 각기 다른 부위를 파악한 이들의 다양성을 포용할 때 온전한 형상을 완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상의로서 환자들에게 더 나은 결과를 가져다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며 묵묵히 자신의 영역을 채우는 것, 그것이 의료인으로서 노 교수가 걸어가는 길이다.

노규철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정형외과 교수

줄기세포 활용한 건·골 부착부 건병증 치료법 연구

전 세계가 고령화 시대를 맞이하며 만성 근골격계 질환자 역시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수술이 까다롭고 치유가 매우 느린데다 빈번한 재발로 난치 질환에 속하는 건·골 부착부 대사와 관련한 질환에 대한 연구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 7월 한국연구재단의 ‘2017년 이공학 개인기초연구지원사업 지역대학 우수과학자 지원사업’에 선정된 노규철 교수는 ‘건·골 부착부 건병증에서 건유래 줄기세포의 조직재생 기전 연구-건유래 줄기세포의 분화유도 및 임상적용기술 확보’를 주제로 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해당 연구를 통해 만성 근골격계 질환 및 어깨관절 내 회전근개 질환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겠다는 포부다. 특히 회전근개 파열 환자는 최근 5년 사이 60% 가량 증가하며 주요 질환으로 여겨지면서, 금번 연구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근골격계 질환 중 회전근개 파열 봉합수술은 파열 범위가 크면 클수록, 나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병증이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수술 예후가 좋지 않습니다. 수술 부위가 재파열 되는 경우도 약 30%에 달할 정도로 빈번하죠. 퇴행성 회전근개의 파열 부위를 보강하기 위해서는 자가 줄기세포를 기반으로 한 세포기반 치료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이번 연구를 통해 약해진 줄기세포의 기능을 회복하고 치료하기 위한 건·골 부착부의 조직 재생 기전을 규명하고자 합니다.”

만성 근골격계 질환의 주된 원인은 잘못된 면역 염증 반응과 혈관 생성 결여, 여러 혈류 공급 변화에 있다. 하지만 기존의 접근법은 파열된 건의 기능을 복원하지 못하거나 연관된 줄기세포를 충분히 이용하는데 있어 한계가 있었다. 특히 줄기세포 활용에 관한 연구는 건이나 인대 재생 분야에서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은 실정이다. 이에 노 교수는 건조직에서 건유래 줄기세포를 분리하고, 분리된 건유래 줄기세포를 섬유아세포와 골아세포로 분화하는 방법을 확보할 계획이다. 나아가 각 세포의 분화 촉진을 유도하는 혈소판 풍부 혈장의 적정 처치 방법과 보조치료제로서의 기전을 밝히고, 섬유아세포 및 골아세포와 혈소판 풍부 혈장의 세포치료제로서의 근골격계 조직 재생 기전을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줄기세포의 근본은 골수 줄기세포에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채취해보면 그 수도 적고 다루기가 어려워 결과가 좋지 않았죠. 이에 건유래 줄기세포를 만들어 건에 넣어준다면 더 좋은 예후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습니다.”

현재까지 건유래 줄기세포의 효능은 일부 연구에서 보고되었을 뿐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다. 본 연구는 건유래 줄기세포를 적용한 조직 재생 치료법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마련한다는데 의미가 남다르다. 노 교수는 건유래 줄기세포와 골수유래 줄기세포를 비교한 결과 건유래 줄기세포의 다분화능 및 자가 증식력이 훨씬 높은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한 건유래 줄기세포를 이식했을 때 이소성의 골이 형성될 위험도 적어 치료에 있어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혈소판 풍부 혈장(PRP) 접목하며 새로운 가능성 제시

건·골 부착부 건병증 치료에 건유래 줄기세포를 활용하는 이번 연구는 노규철 교수가 그간 진행해온 혈소판 풍부 혈장(platelet-rich plasma, 이하 PRP)에 관한 기초 연구와의 연계로 더욱 힘을 얻었다. PRP는 혈소판을 다량 함유한 자가 혈액의 혈장성분으로 손상된 조직의 치유를 촉진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현재까지 PRP의 생물학적 특성을 규정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많이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노 교수는 PRP에 대한 생물학적 기능과 작용경로 연구 및 프로테움 분석을 통해 단백질 전체 수준에서 기능에 따라 분류하는 등 관련 연구를 지속해왔다.

특히 보건복지부 ‘제한적 의료기술평가’의 신의료기술 실시기관 책임의사로 선정되어 ‘자가 혈소판 풍부혈장 치료술’에 대한 연구를 지속했으며, 올 9월 말이면 얻어진 최종 평가정보를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해당 치료술은 환자 본인의 말초혈액을 채취한 후 원심분리를 통해 분리된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을 초음파 유도 하에 병변에 주입하는 치료술로 노 교수는 기존 보존치료로 잘 낫지 않는 병변 부위의 조직을 재생시키고 통증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말이면 치료술이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바, 보존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어깨와 팔꿈치 건병증 치료법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PRP의 효과에 대한 다양한 연구들이 발표되고 있지만 기초의학적 근거가 부족하고, PRP의 제조부터 주입에 이르기까지 환경에 따라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이에 제조 방법부터 활성화 방법, 백혈구 포함 여부에 따른 생물학적 분석 등의 표준화 작업이 절실합니다.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PRP에 대한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겠습니다.”

건·골 부착부의 조직을 재생하는 데는 줄기세포 뿐 아니라 줄기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영양분이 필요하다. 이에 노 교수는 PRP 속 성장인자들이 힘줄 속 줄기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이 가설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실제로 임상에서 회전근개 파열 환자의 수술부위에 PRP를 처치했을 때, 재파열 발생이 절반 가까이 감소한다는 보고가 나온 바 있다.

현재 그는 이러한 내용을 토대로 한림대학교 산학협력단과 함께 ‘퇴행성 관절염과 만성 회전근개 파열의 연관성 확인과 PRP치료법의 작용 메커니즘 연구’를 수행 중이다. 노 교수는 회전근개 파열 환자에게서 조직의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PRP 내 TGF-beta1과 Ang-1의 작용이 매우 중요함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현재 회전근개 파열의 특이적 바이오마커 관련 내용은 특허로 출원되었으며, 금년 내로 Journal of Shoulder and Elbow Surgery 저널에의 논문 게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향후 만성 회전근개 파열의 치유와 재생을 위한 세포치료법의 기전을 지속적으로 연구해나갈 계획이다.

“관절 부위에 염증이 심하지 않은 경증의 관절환자들은 PRP의 성장인자만으로도 증상이 완화될 수 있습니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스테로이드 주사제 등은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지만 PRP는 합병증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최근 PRP 활용에 관한 긍정적인 결과들이 발견되고 있는 만큼 머지않아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새로운 치료법 향한 여정 끝에 찾은 ‘3D프린팅’

노규철 교수는 무엇보다 건병증을 가진 환자들이 받는 부담을 최소화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건병증이 악화되어 관절병증이 생기게 될 경우 선택하는 인공관절은 가장 최후의 수단인 만큼 재생의학의 관점에서 이를 예방하고 조기 진단하는 길로 의학의 나아가길 바라는 것이 그의 견해다. 인공관절 수술에 실패하면 환자들은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 하기에, 보다 안전한 방법을 찾는데 몰두하는 그다. 노 교수가 최근 특허 등록한 ‘쇄골 골절 수술 전 3차원 프린팅 모델 제작방법’ 역시 이러한 고민의 끝에 고안되었다.

“뼈가 골절되었을 때, 혈관 재생 및 혈액 순환이 잘 될수록 회복이 빠릅니다. 쇄골은 피부 바로 아래에 있는 뼈라 회복이 느린 부위 중 하나죠. 게다가 환자마다 그 모양이 달라 수술실에서 환자의 뼈 모양에 맞게 금속판을 다듬어야 하는 등 수술에 많은 노력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습니다. 지도 없이 항해하는 탐험가의 여정이라 환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죠.”

노 교수는 3D 프린팅을 활용해 부러진 뼈의 본 모양을 본뜨고, 이를 활용해 환자 맞춤형 수술 시뮬레이션이 가능하다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정상인 뼈의 CT 촬영 결과를 토대로 만드는 뼈 모형은 환자가 부상을 입기 전의 뼈와 95% 이상 일치한다. 그는 미리 찾은 정답으로 시뮬레이션 후에 수술에 임하는 만큼, 성공률이 높은 것은 물론 소요되는 시간 역시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3D 프린팅을 이용하면 환자의 쇄골 골절부위를 노출하지 않은 상태에서 최소 부위의 피부 절개만으로 수술할 수 있다는 것 역시 큰 장점이다.

이처럼 노 교수가 다양한 치료법을 고민하는 이유는 결국 ‘환자’에 닿아있다. 그는 자신이 만난 환자들의 아픔에 깊이 공감하며 진보된 치료법으로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특히 더 좋은 치료법이 있음에도 이론적 근거가 부족해 환자들에게 설파하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연구와 논문 발표를 지속하고 있는 그다. 3D프린팅을 활용한 수술방법 역시 그 연장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다. 노 교수는 4차 산업혁명과 함께 이슈가 되고 있는 3D프린팅을 정형외과에 접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며, 3D프린팅에 대한 연구가 지속된다면 향후 개인 맞춤형 인공관절에까지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 내다봤다.

 

삶의 움직임을 보듬으며 연구에 매진할 터

노규철 교수가 정형외과 전문의의 길을 택한 데는 그의 관심과 적성이 영향을 미쳤다. 어릴 때부터 운동에 흥미가 있어 의과대학에서도 축구 서클을 직접 만들었던 그의 관심은 자연스레 스포츠 손상으로 이어졌다. 그는 부상을 입은 선수들이 재활을 통해 다시 활동하는 것을 바라보며 재활의 중요성을 체감했다. 수술을 통해 빨리 일상생활에서의 동작 기능을 증진시키며, 이는 곧 환자의 삶의 질과 연결된다는 것이 그가 전하는 정형외과의 매력이다. ‘환자들의 어깨와 팔의 움직임만을 돌보는 것이 아닌, 삶의 움직임을 보듬는 사람.’ 바로 노 교수가 정의하는 자신의 역할이다. 진심이 담긴 마음만큼 좋은 치료는 없다. 실제로 팔을 전혀 움직일 수 없던 노년의 환자가 수술 후 손주들을 안아줄 수 있게 되었다며 감사의 편지를 보내오기도 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로 반대편 부위의 수술을 위해 다시 그를 찾아오기도 한다. 이러한 환자들의 모습은 그가 연구에 계속해서 몰두하게 만드는 힘이다.

“어깨와 팔이라는 분야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연구를 다 할 것입니다. 이는 맹인이 코끼리의 다리를 만지듯 의학에 있어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할 수 있지만, 다양한 분야와 시각들의 연구가 모인다면 환자들의 삶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향후 정형외과의 수술 영역이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수명이 길어지는 만큼, 사람들이 좀 더 건강에 대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까닭이다. 노 교수는 수술이 아닌 병을 예방하는 정형의학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법 개발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한편 노 교수는 병원의 지리적 특성상 중국인 환자들의 내원이 잦기에 이들에 대한 관심을 자연스럽게 이어왔다. 매일 오전 중국어 강좌에 참여하면서 의사소통 능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국 장춘, 하얼빈, 충칭에서 자신의 의료기술과 노하우를 전수하는데 열심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중국 내에는 어깨 탈골 환자들이 많지만, 대부분 관절경 수술 시기를 놓쳐 광범위한 수술이 불가피하다. 초기 진단과 치료만 잘 이뤄졌더라도 괜찮았을 환자가 시기를 놓쳐 중증환자가 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 노 교수. 그의 의지를 반영하듯, 지난해 말 한림대 강남성심병원은 제2회 중-한 관절경 심포지엄을 장춘 제2길림의과대학병원에서 개최하기도 했다. 노 교수는 활발한 교류를 통해 중국 내 제자들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중국인들 역시 보다 수준 높은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으리라 조망했다.

인터뷰 마지막까지 줄기세포와 PRP에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하는 그에게서 스스로 선택한 연구에 대한 애정과 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우리는 누구나 선택의 길목에 놓인다. 산다는 것은 선택을 통해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고, 그 방향에서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은 결정된다. 이에 ‘삶의 움직임을 보듬는 의사’를 선택, 쉼 없이 연구에 집중하는 그의 모습을 통해 새 삶을 얻은 환자들의 밝은 미소를 그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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