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 ‘본질’ 다가서는 기초연구로 미래 경쟁력 제고
이영희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 ‘본질’ 다가서는 기초연구로 미래 경쟁력 제고
  • 안수정
  • 승인 2017.08.07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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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살아가는 세대들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고방식을 필요로 한다. 주어진 정보를 습득하는데서 나아가 곳곳에 산재해있는 지식들을 창의적인 방식으로 조합하는 융합형 사고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러한 시대상은 과학교육에도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일상생활에서 직면하는 문제를 과학적으로 사고하고 해결하는 과학적 소양인을 양성하는 것은 이영희 교수가 과학의 본성(NOS, Nature of Science)을 연구하는 이유다.

 

이영희 단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육학과 교수

시대와 함께 진화하는 과학의 ‘본질’ 탐구

“지금까지 한국의 과학교육은 교사들이 어떻게 과학을 잘 가르칠 수 있을지, 학생들은 어떻게 잘 배울 수 있을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어요. 이러한 방법론적 고민에 앞서 과학이 어떤 것인지, 과학과 사회, 과학과 인간이 어떠한 상호작용을 해왔는지에 대한 과학 철학적 이해가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영희 교수는 현재까지의 한국 과학 교육은 과학을 ‘지식’의 차원에서만 바라봤다며 말문을 열었다. 과학적 개념 및 이론을 암기한 후 이를 적용해 문제를 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러있다는 것이다. 그는 과학은 인간이 발전시켜온 학문인만큼 과학이 갖고 있는 정의나 특성이 어떤 것인지 확인하는 데서 과학 학습이 출발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이는 이 교수가 과학의 본성에 대해 연구하는 이유다. 현재 그는 ‘과학과 공학 및 기술의 통합 본성 탐색’을 주제로 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은 ‘과학적’이라는 단서가 붙으면 이를 명백한 진실로 받아들여 왔습니다. 하지만 과학은 인간의 문화, 이념과 함께 계속해서 변화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 변할 것입니다.” 이 교수는 과학적 지식뿐 아니라 과학의 정의가 결코 절대적인 진리가 될 수 없으며, 인간과 함께 계속해서 진화해왔음을 언급했다.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은 과학의 영역을 기술과 공학으로까지 확대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현상을 배경 삼아 과학에 기술과 공학의 개념 및 특징이 통합된 과학기술공학의 본성(NOSET)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이 교수는 기술의 본성(NOT)과 공학의 본성(NOE)에 대한 국내·외 문헌연구를 통해 기술과 공학의 본성에 대한 개념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우리나라 학생들과 기술 및 공학 분야 전문가들과 함께 기술의 본성과 공학의 본성에 대한 개념을 제시하고자 한다.

교육자들에게도 과학의 본성은 다소 생소한 용어다. 대부분 사람들이 과학이 공학 및 기술과 함께 통합적으로 변해간다는 사실은 인지하고 있지만 정작 과학·기술·공학 간 관계를 설명할 수 있는 개념 정립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과학교육의 차원에서 기술과 공학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이들 간 상호연관성에 대하여 탐구하는 것이 연구의 목적이라 소개했다.

 

과학과 기술, 공학의 본질 및 상호연관성 규명

이영희 교수는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이후 5년 간 교사들을 교육해왔다. 미국에서 지낸 약 12년 간 미국의 교육을 지켜봐온 셈이다. 그런 그는 한국의 교육성과는 세계적으로 상위권을 지키고 있지만, 지나친 성과 지향적 교육에 이제는 변화가 필요한 때라 목소리를 높였다. 전후 50년 간 지금과 같은 발전을 이룩하고, IT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성과 지향적인 교육이 큰 몫을 했지만 여기에서 진일보하기 위해서는 긴 안목과 창의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단기적 성과에 치중한 방식으로는 결코 교육이 행복해질 수 없으며, 자연히 한계에 부딪히는 결과를 낳는다고 단언했다.

한국으로 돌아온 후, 그는 미국 교육과정과 우리나라 교육과정의 초점을 비교분석했다. 그 결과 미국의 초등교육은 지식이 아닌 탐구의 차원에서 과학을 재밌게 접하게 하는데 무게를 싣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은 초등학생 때부터 대부분의 교육과정 내용이 지식적 측면에 국한되어 있음을 확인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과학은 지식과 지식을 알아내기 위한 탐구, 과학적 사고, 과학과 사회 등 다양한 영역과의 상호작용이라는 측면에서 이해해야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지식이라는 단편적 과학에 치중하고 있죠.”

이 교수는 현재까지 국내외 과학 교육과정에서 나타난 과학의 본성 특징과 과학자들을 대상으로 한 과학의 본성에 대한 인식조사 등 다양한 측면에서 과학의 본성을 연구해왔다. 최근에는 교육행정관련 정책 평가 위주의 연구를 수행 중이다. 그는 향후 과학의 본성 진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이는 과학에 대한 맹목적 추종과 무비판적 배척이 아닌 실생활과 인간을 중심으로 과학기술을 이해하고 적용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견해를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 사회에서 현대인이 반드시 알아야 할 과학과 기술, 공학의 본성 간 관계를 설정하고, 이에 대한 통합적 개념을 파악함으로써 향후 과학기술공학 연구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또한 과학교육의 궁극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한편 후배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기초자료로 제공될 수 있길 기대합니다.”

사람의 손길이 느껴지지 않는 공터에 손수 기틀을 마련하고 한 장 한 장 벽돌을 쌓는 것이 ‘기초연구’라고 설명한 이 교수. 이 과정에서 연구주제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열정은 그를 ‘즐기는 연구자’의 반열에 오르게 한 힘이다.

 

Slow but together, ‘함께’ 변화시키는 한국 교육 문화

미국에서 5년 간 교사교육을 시행하던 당시 이영희 교수는 강의 2년 만에 우수 강의상을 받았다. 이 교수는 자신의 교사 인생에 있어 큰 영예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원어민이 아님에도 학생들에게 많은 것을 전하고자 했던 자신의 노력을 당사자들이 알아줬기에 수상할 수 있었던 상이라며 당시의 벅찬 감동을 전하는 그다. 그는 교육이란 기술이나 화술을 넘어 인간 대 인간의 ‘교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신뢰가 있었기에 국경과 문화, 언어를 뛰어넘는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까지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정답을 제시하기보다 학생들이 자신의 개성과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교육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는 조력자로서 학생들이 훌륭한 교사가 되는 과정을 이끌어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어떤 교육을 지향하느냐의 문제는 다음 세대가 어떤 사회에서 살 것인지 결정짓는 문제라는 말이 있습니다. 교육의 목표와 방향성은 미래를 설계하는 청사진이 될 수 있죠. 먼 미래를 내다보는 교육은 단순히 교육 정책가나 학교교육자들을 넘어 우리 모두가 함께 노력할 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천천히 그러나 모두가(Slow but together) 함께하는 교육을 이루는데 힘을 보태겠습니다.”

교사출신 연구자인 만큼 이 교수는 자신의 연구결과를 교육현장에 적용하는데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교육부 등에서 시행하는 정책연구의 방향이나 성과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것 역시 자신의 연구가 실효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에서다. 이 교수는 기초연구자로서 쌓아온 이론 연구의 배경 지식을 토대로 현장에서 실행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연구에 참여하는 한편 그 효과 및 성과, 확산에 관한 연구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자신의 계획을 설명하는 그의 눈빛에는 교사교육과 교육문화를 개선하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바람이 짙게 깔려있었다. 기초연구자로서 본질을 고민하며 교육의 변화를 만들어가는 그를 통해 대한민국은 먼 미래를 바라보며 세계적 경쟁력을 키우는 교육에 한 걸음 더 다가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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