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태 경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 관점의 변화로 척수손상 치료 가능성 제시
김경태 경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 관점의 변화로 척수손상 치료 가능성 제시
  • 안수정
  • 승인 2017.08.07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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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현장에서 환자를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직접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의료사업화에 나선 경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김경태 교수는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로서 활동하고 있다. 의사이자 교수로서 직접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기까지 김 교수를 이끄는 것은 ‘희망’이요, 척수손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도 한몫하고 있다. “관심을 갖고 포기하지 않으면 반드시 뜻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는 그는 환자들에게 단 하나의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었다.

 

김경태 경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교수

높은 전도율과 실시간 모니터링 이점 가진 ‘신경감시장치’ 개발

신경손상 치료를 위해 체내에 척추경 나사못(이하 나사못)을 심을 때 실패율은 8%로 알려져 있으며, 그 중 나사못의 위치 이상으로 인한 재수술할 확률 역시 1~4%에 달한다. 체내에서 척추가 갖는 중요성을 가늠해본다면 1%의 작은 숫자라 하더라도 환자에게는 큰 부담이 되기 마련이다. 또한 척추 나사못의 비정상적 삽입은 신경손상 및 다양한 합병증의 원인이 될 수 있지만 신경이 손상을 입어 증상으로 나타나기 전에는 확인이 쉽지 않다. 실제로 관련 재수술이 상당하게 이루어지고 있을 만큼 체내 나사못 삽입은 까다로운 수술이다. 경북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김경태 교수는 이러한 수술에 사용되는 나사못에 신경 감시 장치를 도입함으로써 나사못 삽입 시 발생할 수 있는 신경손상의 위험을 배제하기 위한 연구를 수행 중이다.

“티타늄 소재로 만들어진 기존의 나사못은 전기전도율이 다른 금속에 비해 비교적 낮아 인체 내에 높은 전류를 보내야 하는 등 수술 시 신경 이상을 감지하는데 한계가 있었습니다. 제가 개발한 신경감시장치는 나사못에 전기 전도율을 높이는 부분을 내장시켜 전기전도율을 기존 나사못 대비 80배까지 높일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개발한 신경감시장치는 체내에 척추경 나사못 삽입 시 나사못이 신경에 닿으면 근육을 자극해 전류가 흐르고, 이를 기계가 감지하게 된다. 기존 나사못에도 전기전도장치 삽입이 가능해 높은 전도율과 실시간 모니터링이라는 두 가지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어 그 의미가 크다. 더욱이 해당 기술은 척추 분야는 물론 향후 신경외과와 정형외과 등 분야에 로봇 수술을 가능케 하는 핵심 기술로써, 미래 척추 수술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김 교수는 신경감시장치는 인공지능에 센서라는 ‘눈’을 달아주는 격이라며, 인공지능이 스스로 위험 상황을 판단하기 위한 자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설명했다.

본 연구는 현재 척추경에 유도로를 내기 위한 장치의 회로도 구성을 완성한 데 이어 회로도 핵심 전자 장비의 프로토 타입 제작까지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었다. 나아가 최근 돼지를 대상으로 한 동물모델 1차 실험이 완료된 만큼 2년 내에 상용화까지 이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교수는 나사못을 넣기 전 미리 파일럿 구멍을 뚫어 나사못의 안정 경로를 알려주는 기술을 3년 내에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척추용 나사못 삽입과 관련한 하나의 기술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겠다는 것으로, 해당 기술과 관련해 그가 확보하고 있는 특허만 20여 가지에 달할 정도로 깊이 있는 연구를 수행하는 그다.

최근 김 교수는 Tech-BM 사업의 일환으로 ㈜코렌텍과 손을 잡고 신경감시장치 상용화에 나섰다. 6건의 관련 특허를 포함 총 25억 원 규모의 기술이전을 완료했다. 그는 정형외과 의사 출신 대표가 이끌고 있는 ㈜코렌텍이 보인 신규 기술에 대한 의욕이 인상적이었다며, 인공관절 분야와 나사못 삽입 시 필요한 표면처리기술을 보유하고, 미국 등 선진국 시장의 판매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신경감시장치의 상용화에 더욱 속도를 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내비쳤다.

 

환자에게 ‘가능성’ 심어주기 위한 기초·응용연구

의사로서는 드물게 김경태 교수가 의료 비즈니스 모델 구축에 관심을 보이는 데는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과학과 기술, 공학에 대한 흥미의 영향이 크다. 다양한 수술 장비도 직접 분해하며 원리를 파악하고 있다는 그는 교내 공대 교수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소통하며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고 있었다. 실제로 Tech-BM 사업에서도 의료산업화에 의사가 프리젠테이션을 한 경우는 처음이라는 평을 받은 그다. 김 교수는 Tech-BM 사업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은 의사이자 연구자, 즉 수요자인 동시에 공급자이기에 실제 임상에서 쓰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한 덕분일 것이라 짚었다.

김 교수의 연구는 크게 척수손상에 관한 기초연구와 직접 임상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응용연구의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지난해 그가 발표한 “척추협착증을 앓고 있는 당뇨환자의 척추수술이 혈당 수치 개선에 도움이 된다”는 논문은 척추 분야 최고 권위 학술지인 더 스파인 저널(The Spine Journal) 2016년 9월호 온라인판에 게재되기도 했다. 또한 ASIA SPINE 2016 학회(국제아시아척추신경학회)에서 ‘당뇨병이 척수 손상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최우수 연제상을 수상했다. 해당 연구 성과는 신경 재생에 대한 중요한 연구지표로 활용되면서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렇듯 척수손상에 관한 기초연구에 몰두하게 된 데는 그가 만난 첫 번째 환자가 척수손상환자였던 것이 계기가 되었다. 성공적으로 수술을 마쳤음에도 당시 18살이던 환자가 걸을 수 없다는 사실은 그에게 무력감을 줬다. 당시의 경험을 발판삼아 적은 가능성이라도 척수손상환자들이 걸을 수 있는 단서를 찾기 위한 연구에 매진해온 그다.

“흔히 척수손상 연구에 대해서는 드라마틱한 회복까지를 바라보기에 그간의 연구들이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관점을 달리해 급성손상 후, 한 달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집중하고 있어요. 눈을 조금만 돌리면 척수손상 환자들의 치료법은 많습니다. 초기치료에서 걷게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다양한 치료 방법을 통해 완전마비환자를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게 가능성을 만들어주면 멀지 않은 미래에 외골격 로봇 시스템을 통하여 거동이 가능한 수준까지 이를 수 있습니다.”

김 교수가 제시하는 ‘가능성’은 단순한 희망이 아닌, 환자의 삶의 질이 변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스스로 걸음을 뗄 수 있다는 것은, 사회적으로 노동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고 사회도 인재를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에 김 교수는 신경 손상에서 재활에 이르는 과정 중 초기 치료에 많은 고민을 해야 한다고 밝히며, 신경 손상의 수술 방법 및 시기, 급성기 약물 치료 과정에서부터 세심한 관리가 선행된다면, 환자들을 더욱 효과적으로 치료 할 수 있을 것이라 자신한다. 척수손상을 입은 환자들에게 이러한 희망과 함께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은 그가 계속해서 척수손상 연구에 매진하는 이유다.

 

‘약물, 전기자극, 초음파’ 급성손상 트리플 치료 달성할 것

김경태 교수의 스케치북 속에 빼곡히 들어있는 아이디어 중 특허로 등록된 것만 30여 건에 달한다. 수술과 수술 사이 잠깐의 시간도 아이디어 스케치에 몰두할 만큼 연구를 하나의 즐거움이자 취미로 삼은 그다. 3년 내 완성을 목표 삼고 있는 Tech-BM 사업 역시 이러한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데서 출발했다. 신경감시장치는 자신의 기초연구를 환자에게 닿았으면 하는 그의 바람이 실현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척수손상 치료에서 대부분은 신경줄기세포를 손상 부위에 이식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이는 면역반응이나 다른 부작용의 우려가 큽니다. 신경손상에 있어 전기자극이 신경줄기세포의 활성화를 촉진하는 만큼, 손상 받은 신경줄기세포에 전기자극을 주어 신경으로의 분화를 유도한다면 이러한 문제들이 해소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약물을 활용한 치료에서부터 전기자극, 나아가 초음파까지 활용하는데 성공한다면 급성신경손상에 대한 트리플 치료가 가능해진다. 김 교수는 10년 내에 이 세 가지를 합친 과제를 수행해낼 것이라 자신했다. 이와 동시에 그 결과물들이 환자에게까지 이어져 로봇수술로까지 구현하는 투트랙을 제시했다. 기초연구부터 임상실험까지 연계하는 ‘벤치 투 베드(Bench to Bed)’를 실현하기 위함이다.

“환자는 곧 저의 스승입니다. 환자를 통해 배우는 바가 많죠. 아마 제가 임상의가 아니었다면 지금처럼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환자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고, 어떻게 하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 제 연구의 시작점입니다.”

김 교수는 척수손상에 대한 기초연구를 통해 환자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본질에 접근하고 있었다. 환자 관리법부터 척수손상을 사전방지책, 극복방안 등 다양한 관점에서 고민하며 계속해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고,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대화하며 자신의 아이디어를 확장시켜간다. 이러한 모든 노력은 환자들에게 회복 가능성을 통해 희망을 제시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에서 기인한다. 그는 의사인 동시에 교수로서 의료계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연구 결과를 내놓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준비된 자에게 기회가 찾아오듯 자신의 생활 속에서 환자들을 위해 고민하고 있는 김 교수가 찾아낼 희망봉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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