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성용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이 20일 사의를 표명한다.
KAI는 이날 오후 2시 긴급이사회를 개최하고 하 사장이 사의표명을 할 예정이다. 하 사장은 그동안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동안 KAI의 사업에 힘을 실어준 데다 KAI 관련 방산 비리의혹 수사가 지연된 점을 들어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책임을 지고 물러서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다.
하 사장은 이날 사임의 변을 통해 "저와 KAI 주변에서 최근 발생되고 있는 모든 사항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KAI 대표이사직을 사임하겠다"며 "T-50미국수출과 한국형전투기개발 등 중차대한 대형 사업들은 차질 없이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 사장은 경북 영천 출신으로 경북고와 고려대를 졸업한 뒤 대우중공업에 입사했다.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대우중공업과 삼성항공, 현대우주항공 등 3사의 항공 부문을 합병한 통합법인으로 KAI가 출범했고, 하 대표도 KAI로 자리를 옮겼다. KAI에 입사한 후 재무실장과 본부장, 부사장 등 요직을 거치며 T-50 고등훈련기 양산, KT-1 기본훈련기 터키 수출계약 체결, HUH(수리온)양산체결 등의 이슈를 함께 해왔다. 특히 경영지원본부장이던 2006년에는 1000%대에 육박했던 부채비율을 100%대로 낮춰 KAI의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최근 검찰조사에서 하 사장이 전무급인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있었던 2007∼2008년 수출대금 환전장부를 조작하고 노사활동비를 몰래 빼돌리는 등의 수법으로 십억여원대 비자금을 조성하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그동안 KAI의 사업에 힘을 실어준 데다 KAI 관련 방산 비리의혹 수사가 지연된 점을 들어 정권 차원의 비호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의혹이 제기된다. 조사당국은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은 2013년4월께 하 사장이 KAI 경영관리본부장 시절 횡령 의혹에 연루됐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관련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감사원이 지난해 8월 대통령에게 보고한 '군수장비 획득 및 운용관련 비리 기동점검' 감사자료에 비춰볼 때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의 주된 결함 문제가 당시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수리온 헬기의 결함 사실을 보고받고서도 1년 가까이 감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이 국산 고등훈련기 T-50의 수출과 차세대 전투기 사업인 KF-X 사업 등과 관련해 KAI에 이례적으로 힘을 실어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015년 12월 KAI가 T-50의 대미수출형 모델인 T-X 모델을 공개하는 행사를열자 박 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KAI 사천 본사를 방문해 "해외 수출을 적극 지원해항공우주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